진심의 탐닉 - 김혜리가 만난 크리에이티브 리더 22인 김혜리가 만난 사람 2
김혜리 지음 / 씨네21북스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에 관한 기억의 총합이다.”

 

 

인터뷰는 기본적으로 질문과 대답으로 이루어진다.

인터뷰에서 좋은 대답을 이끌어내고 싶으면 필연적으로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어쩌면 인터뷰의 성패는 질문자의 역할을 하게 된 인터뷰어의 자질과

능력에 좌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자 스스로 좋은 인터뷰어의 자질을 갖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인터뷰

연재를 계속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사람들은 저마다 발각되기를 기다리는 가벼운 비밀을 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인터뷰는 깊숙한 심리상담도 엄정한 취조도 아니다. 결코 스스로 나서서

헤쳐 열어 보이지는 않지만, 적당한 때와 장소에 적당한 손길이 매듭에

닿으면 스르륵 열리는 보따리를 상상하면 비슷할 것 같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상대를 ‘침범’하지 않은 채, 그를 이해하는 데에 요긴한 구역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는 2008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씨네21>에 연재된 ‘김혜리가 만난 사람

시즌2‘ 가운데 출판에 동의해 준 22인과의 대화가 담겨져 있다. 연재된 매체의 특성때문인지

대부분이 문화계 종사자들이다.

 

사실 유명인사들이 게스트로 나와서 자신의 신변잡담을 들려주는 포맷은 익숙한 풍경이다.

TV방송에서 보여지고 있는 대부분의 토크쇼는 스타들의 사생활을 살짝 노출시켜서

시청자들에게 약간의 관음증을 만족시켜주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시청률에 매이고 집착하는 방송사로서는 진지하고 심도있는 이야기를 이끌어내기에는 부담이 될 것이다.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포장되고 가식으로 점철된 스타들의 벌거벗은 진실에 가닿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간절함은 결코 채워질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의미에서 이 책이 주는 만족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인터뷰이에 대한 꼼꼼한 사전조사와 독자들이 정말로 궁금해 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질문 등. 적절하게 매듭을 풀어내서 이야기 보따리를 쏟아지게 한다.

 

배우 고현정은 ‘김혜리 기자와의 인터뷰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주는 신비한 힘이

있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인터뷰어에 대한 최고의 찬사가 아닐는지.

 

평소 김혜리 기자의 글을 자주 접하면서 문체나 표현력 등 문장 자체보다는

글의 내용에 더 관심을 가졌었는데 이 책을 통해 글쓰기로 밥벌이 하는 사람으로서의

문장의 단단함과 층이 두터운 사고의 깊이를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자의

글을 찾아보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끝으로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어서 옮겨보고자 한다.

배우 김영민에 대한 인상을 묘사하는 부분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색을 들여다보았지만 비꼬는 기색은 없었다.

거기에는, 결국 인생은 대단히 짧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수더분한 냉소가 있을 뿐이었다.”

 

뭐랄까, 마치 나의 생각을 도둑맞은 기분이 이런 것일까?

아...내가 먼저 선수를 쳤어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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