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의 사람
최옥정 지음, 최영진 사진 / 삼인행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사진의 매력은 뭘까? 내가 바라본 찰나의 순간을 내 눈과 마음속에만 담아두는 것이 아닌 사진으로 영원히 남길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내가 바라본 피사체와 사진에 나타난 피사체는 전혀 다른 느낌을 가지기도 하는 묘하지만 또 한편으론 굉장히 분명한 여러가지 매력을 가졌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 비싸고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전국에 출사를 다니게 만드나 보다. 사실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매체는
많다. 그림, 음악, 춤 등등.. 하지만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체가 사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요즘은 핸드폰 카메라만으로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고 또 카메라는 우리와 24시간 함께하는 존재라고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분명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사진은 아무나 찍을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황량한 나무 한그루, 가련한 꽃 한송이도 누가 어떻게 찍느냐에 따라 결과물은 천지차이니 말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단조로움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보는 것 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에 위로가 되고, 복잡한 내 주변의 모습들을 잠시나마 잊고 여유를 가지게 해주는 찰나의 순간을 선사하는 것이 사진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기에 비록 나는 사진 찍는 재주는 없으나 그래도 끊임없이 찍어보고 또 감상하며 사진이 가지는 힘을 충분히 느끼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화려한 경치가 아닌 여백이 많고 왠지 모를 황량함이 느껴지기도 하는,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채워진 사진들은 내 주변의 어지럽고 복잡한 오색찬란한 색깔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주절주절 사진에 대한 설명이나 이야기가 아닌 짧지만 깊은 공감을 끌어내 주는 글들과 함께 하기에 더욱 그런지도 모르겠다. 


책 제목처럼 오후 세시의 왠지 모를 나른함에 각성제가 되어주는 따뜻한 커피 한잔처럼 씁쓸한 맛이 느껴지는 책이지만, 확실하게 잠을 깨워주는 청량하고 달콤한 탄산음료의 강렬한 맛보다 훨씬 좋은건 마신 뒤에도 이어지는 씁쓸함 뒤의 기분 좋은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기에 두고두고 더욱 되새겨지게 만드는 그런 책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간 읽었던 많은 복잡하고 길었던 책들로 인해 받은 어느정도의 스트레스와 고단함을 잠시 내려두고 여유롭게 사색하고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에 이어질 여정의 쉼표같은 책이라는 느낌 또한 받았던 것 같다. 



상처 없는 존재가 어디 있을까
상처는 다른 이의 상처로 위로 받는다
타인의 아픔을 볼 때 외로움을 덜어 낸다
밤마다 사람들은 별을 바라보며
상처는 나만 있는 게 아니라고 중얼거린다
작은 위로가 큰 위로다 

 


사실 사진도 글도 아직 어떤게 좋은 건지, 훌륭한 건지 정확하게 정의할 수준은 안돼지만 어쨋든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다른 사람에겐 그렇지 않을지라도 나에겐 더없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후 세시라는 시간이 가지는 의미는 각자에게 모두 다 다를 것이기에 이 책의 사진과 글도 각자에게는 모두 다르게 와닿겠지만 그래도 누구에게나 어느정도는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만한 책이라는 것이 나의 느낌이다. 멍한 아침과 전쟁같은 오전일과가 지나고 꿀같은 점심시간을 끝낸 후 또다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다 잠시 쉬어야 할 순간이 필요하다면, 나른한 오후 세시에 가지는 잠깐의 여유를 이 책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하루는 길지만
일 년은 짧고
일생은 잠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은 달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그 옛날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긴 그 때, 아니 그 전부터 끝없이 달에 대해 연구하고 언젠가는 달을 여행하고 또 달에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곤 하니까. 지금 어느정도까지 기술이 발전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가 정착할 수 있을만한 행성을 꼽으라면 아마 다들 달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70년 후, 그런 달에 생긴 최초의 도시인 아르테미스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던 이상적인 우주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구 6분의 1 중력으로 자유로운 몸이 될 수도 있고 아폴로 11호 관광지에서 놀라운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으며 지구에서처럼 복잡한 법 없이 돈만 있으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재즈는 안타깝게도 그런 행복한 생활을 누릴 형편이 되지 않는다. 물건을 나르는 포터라는 직업으로 근근히 돈을 벌고 앉을 수도 없는 캡슐방에서 화장실도 공용화장실을 사용하는 아르테미스의 최하층이라 볼 수 있는 그녀는 부수입을 위한 밀수업을 하며 알게된 부자인 트론의 사주를 받아 한탕을 노리게 된다. 그녀의 영특한 머리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 했으나 일은 틀어지게 되고 그녀에게 일을 부탁한 트론이 의문의 죽음을 맞으며 일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그녀 역시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뒤 하나씩 벗겨지는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되며 재즈는 또다시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주인공인 재즈는 수학 천재 소녀라고 하지만 소녀라고 하기엔 나이가 26살,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하는 행동은 철부지 사춘기 소녀와 다를바가 없다.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으로 부모 속을 꽤나 썩힌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별 다를바 없어 보인다. 부모의 입장에서 참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자식이긴 하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그녀이기에 그녀에게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친구들이 목숨을 걸고 그녀를 도와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과 행동은 거칠지만 잠깐동안의 인터넷 서핑으로 복잡한 설계도를 그려낸다거나 칼을 든 괴한에게 겁없이 덤비고 비밀을 캐내기 위해 창녀의 모습으로 분장하는 것도 거리낌 없는 예측불가능한 그녀의 매력에 나 또한 점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우여곡절 많은 과거를 가졌지만 그래도 아빠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자신의 고향인 아르테미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그녀이기에 어쩌면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을 가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상의 도시 아르테미스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이나 묘사는 흡사 달이 지구 반대편 먼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재밌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요소들이 많았다. 기즈모라는 것은 아르테미스에서의 신분증이자 결제와 인터넷 서핑등 모든것이 가능한 장치이고 달에서는 불을 쓰는 것이 힘들기에 겅크라는 해조류를 가공한 음식만을 먹어야 하는데 그것은 굉장히 맛이 없다고 한다. 70년 후의 달이라고  하지만 왠지 지구의 미래에서도 사용되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SF 소설이고 수많은 과학 이론과 어려운 용어들의 폭격에 가끔 정신줄을 놓게 되는 순간도 많았지만 적시적소에 터져주는 작가의 유머와 걸쭉한 재즈의 입담, 흥미로운 사건 전개에 그 어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가상의 도시지만 왠지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것도 저자의 어마무시하고 방대한 과학적 지식과 기발한 상상력, 통쾌한 이야기의 매력이 더해진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이때까지 SF 소설에는 문외한이었던 내가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만큼 흥미로운 소설이었기에 그 유명한 저자의 전작인 마션이 다시금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레 도감 - 그림과 함께 보는 세계의 별미
가쿠 쇼타로 감수, 오카타 오카 그림, 김영진 옮김 / 성안당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레는 분명 외국 음식임에도 이상하게 카레하면 엄마가 떠오른다. 큰 솥에 풍족하게 끓인 카레는 밥과도 비벼 먹고 우동면에도 비벼 먹으며 몇날 몇일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맛있었던 엄마의 카레는 추억의 음식이다. 우리 아이들 역시 카레를 너무나 좋아하기에 시판되는 다양한 종류의 카레들은 모두 다 요리해 봤을 정도로 우리집의 식탁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메뉴중의 하나다. 하지만 비단 우리집, 우리나라만의 음식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것이 카레이기에 카레에 대해 궁금한 것도 많고 호기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카레에 대한 용어를 알기 쉽고 또 재밌게 접할 수 있는 ‘카레도감’ 서평단에 당첨되어 책과 함께 받은 일본의 하우스카레 3종은 이때까지 먹었던 한국의 카레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분말, 루, 즉석카레까지 다양한 종류의 카레 제품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카레를 본 첫째가 먹고 싶다는 얘기에 분말 카레로 바로 만들어 먹은 일본의 카레는 색깔이 한국의 카레보다는 훨씬 진한 색깔이었지만 역시 아이들은 너무나 맛있게 잘 먹어주었다. 
 

이 책은 카레에 대한, 그리고 카레와 관련된 일본이나 인도의 문화까지 아우르는 카레 백과사전으로 카레의 역사부터 다양한 종류의 카레에 쓰이는 향신료와 각 나라별 카레의 명칭과 요리까지 글과 함께 일러스트로 설명이 되어 있어 이해하기도 쉽고 훨씬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로만 되어 있었다면 굉장히 지루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지 카레라는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뿐만이 아닌 카레의 기원인 인도의 식문화나 종교, 문화와 카레를 먹는 여러 나라들의 서로 다른 재료나 요리법에 대해서도 두루두루 알 수 있기에 정말 카레에 대한 모든 정보들이 알차게 담겨 있는 카레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일본에서 출판된 책이기에 일본에서의 카레라는 음식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분명 카레는 인도의 음식이지만 우리나라 역시 처음 카레를 들여온 것이 일본의 카레였기에 그 요리법이나 맛이 굉장히 유사하기에 더 친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일본사람들에게 카레는 스시와 덴뿌라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니 카레의 원조는 인도지만 일본은 일본카레라는 자신들만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에는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있는 카레들이 있다니 이만하면 일본사람들의 대표적인 집밥이 카레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카레라는 음식이 가지는 매력은 굉장히 무궁무진하고 카레의 종류 또한 전세계적으로 무수히 많기에 이때까지 먹었던 한국식 카레도 맛있지만 더 다양한 카레를 접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카레의 매력은 여러가지 다양한 향신료가 섞여 독특한 풍미를 낸다는 것과 어떤 식재료와도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만들기 쉽다는 이점이 있기에 아마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카레는 맛과 함께 건강에도 좋아 남녀노소 불문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몇 안돼는 음식이기에 앞으로도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채워주는 소울푸드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와비사비 라이프 - 없는 대로 잘 살아갑니다
줄리 포인터 애덤스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이미 채워질대로 꽉꽉 채워진 집이지만 어째서 끝도 없이 살것이 또 생기는지 미스터리하다. 분명 저번 집보다 훨씬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빈 공간을 보면 자꾸만 저곳을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전형적인 맥시멀라이프의 인생에게 소비는 곧 진리요, 여백의 미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결혼전엔 옷,신발,가방등 나를 꾸미는 것들을 닥치는대로 사모았지만 주부가 되고 나니 집을 꾸미고 채우는 것에 온 포커스가 맞춰지며 품목이 달라졌을 뿐, 소비에 한없이 관대했던 나지만 점점 더 어지러워지는 집은 치워도 치워도 어수선하며 내가 바랬던 나의 집에 대한 이미지와는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리정돈, 미니멀라이프, 휘게등으로 이어지는 책들을 읽으며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긴 했다. 옷이나 신발들을 엄청나게 정리하고 사는 빈도 역시 대폭 줄였고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아이들 장난감들도 많이 처분하고 또 사고자 하는 욕구를 많이 억누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물건에 대한 집착을 완벽히 없앤것은 아니다.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결단력 또한 아직은 부족하다. 악착같이 사지 않고 억누르는 나의
모습이 가끔은 안타까울 때도 있기에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적절한 의미와 올바른 방향을 잡고자 했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자유롭고 다양한 가치관은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세상을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 준다. 

 


와비사비는 언뜻 듣기에도 일본말 같은데 저자는 일본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이런책을 쓰게 되었을지 궁금했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저자는 전 세계가 열광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킨포크<KINFOLK>의 총괄 프로듀서로 전 세계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와비사비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알게되고 또 추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와비사비란 과연 무엇일까? 와비사비는 완벽하지 않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이다. 유행에 뒤처진 낡은 공간이나 물건에서, 평소 무심히 지나쳤거나 과소평가했던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와비는 단순함, 겸손함,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늘 적게 소유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정취를 말하며 시간의 덧없음, 아름다움, 진정함을 의미한다. 사비를 실천하는 삶은 태어나고 죽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 수반되는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삶이다. 와비와 사비라는 말을 합하면 단순하고 겸손하며 알 수 없고 덧없는 것 속에서 조화와 기쁨을 발견하는 정서라는 의미가 된다. 


저자는 와비사비라는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일본,덴마크, 캘리포니아,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같은 가치를 나눈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라마다 중요시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추구하는 큰 바탕은 다를바가 없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비록 느리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알고 한껏 꾸며진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날것 그대로의 매력을 느끼는 것에서 삶의 여유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옷도 집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빠르게 소비되고 또 그만큼 금방 망가지고 소진되고 마는,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보여지기 위해 꾸며진 인위적인 지금의 현실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삶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집이다. 집은 쉴 수 있고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기에 집마저 최신 유행을 따라 꾸미고 채우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아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초대하더라도 잘 치우고 꾸며진 집이 아닌 그저 편안하게 대화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것을 중요시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더 필요한 것이다. 음식 역시 상대방이 감탄하고 놀랄만한 화려한 음식보다 내가 정말 잘 만들 수 있고 맛을 자부할 수 있는 음식을 내는 것이 상대방을 훨씬 더 생각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염두에 두고 있으면 산만한 요소들을 차단하고 함께 있는 사람과 공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바로 이렇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가장 오래도록 진하게 남는 순간은 아닐지. 


 
사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삶은 누구든지 꿈꿀 것이다. 나역시 미니멀라이프나 휘게나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항상 꿈꾸지만 팍팍하고 여기저기 스트레스 쌓이는 하루하루에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물건을 사고 집안을 채우며 달래곤 했다. 하지만 그런것은 잠시 잠깐의 행복일 뿐, 그런 것으론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기에 근본적인 생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많이 읽고 느끼며 재정립하고자 노력하던 나에게 와비사비라이프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고 오래된 물건에 겹겹이 쌓인 아름다움을 알고 바쁜 일상에서의 소소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찾는 것이 물건에 집착하고 소유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삶보다 훨씬 더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고 그로인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베풀고 배려할 수 있는 나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비사비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간결하다. 지극히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을 보고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마법 같은 기적의 순간을 만들 것,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사색하며 정돈된 삶을 살 것, 바로 이것이 와비사비의 핵심이다. 정돈된 삶이란 물리적으로 정돈된 삶뿐만 아니라 정돈된 마음가짐을 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바꾼 물리 - 물리의 역사가 과학 개념을 바꿨다! 세상을 바꾼 과학
원정현 지음 / 리베르스쿨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난 전형적인 문과출신으로 수학,과학과는 담을 쌓은 학창시절을 보냈다. 수학,과학 시간엔 몰래 책을 읽거나 다른 과목 공부를 하는 전형적인 수포자,과포자 였으니 내게 해박한 수학,과학 지식이 있을리는 없겠지만 너무 어려워 등한시 했던 과목에 뛰어난 사람들을 볼때면 부러움과 경외심이 들기 마련이기에 깊게 파고들 엄두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의 미련이 남는 부분이 과학이다. 세상의 수많은 법칙과 이치들을 밝혀내는 과학자들은 뭔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인듯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니 나의 편협한 시각이 안타까울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상에 새로운 과학적 사실을 입증하고자 하는 노력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노력으로 인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현상들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우리 생활을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니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의 생활 역시 이만큼이나 발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우리 생활 곳곳에 적용되어 있는 과학의 원리를 100% 이해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궁금하고 한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알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너무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있다면 도전해 봄직하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이처럼 위대한 과학자들은 큰 족적을 남겼다. 우리는 과학을 공부할 때마다 그 안에 담긴 역사를 매일 마주하는 셈이다. 
 

물리라면 일단 어렵다, 복잡하다란 인식을 대부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이론에 대한 설명이기 보다는 그 이론을 만들게 된 계기와 만들어진 과정, 그리고 그것이 어떤 분야에 쓰이고 있는지에 대해 물 흐르듯 이어지는 과학사에 대한 책이고 누구나 한번쯤 들어봄직한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나 우리가 알고 있던 유명한 일화들에 대한 뒷 이야기까지 알 수 있기에 확실히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이론들로 가득할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일반적인 과학서적보다는 훨씬 흥미로웠다. 사실 물리라는 것이 배워봤자 실생활에 별 소용없는 그저 어려운 학문이라는 생각을 가졌던 나지만 그런 물리적인 발견들로 인해 지금 우리 생활이 이만큼이나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물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겨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찾을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진 못하더라도 학교에서 공부하며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많은 이론들이 등장한다. 갈릴레오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운동에 관한 중세의 논의들을 종합해 중요한 역학 개념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수학화함으로써 근대역학의 기틀을 다졌고, 폴란드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는 1543년에 출판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혁명적인 주장을 했다. 우주의 중심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이며, 지구는 자전하면서 동시에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가설이었다. 오늘날에는 태양계의 중심이 태양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받아들이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기에 많은 사람들이 코페르니쿠스의 우주 체계에 역학적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뉴턴은 중력이라는 단일한 힘으로 천상계와 지상계의 현상들을 모두 설명함으로써 2,000년간 유지되던 천상계와 지상계의 구분을 완전히 깨 버리기도 했고 그렇기에 오늘날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역사적으로 가장 위대한 과학자가 누군지 조사하면 대부분이 뉴턴을 꼽는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가장 유명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통해 물체가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시간이 달라진다는 이전과는 다른 이해 방식을 제시하며 그로인해 무명 과학자이던 그는 한순간에 과학계의 슈퍼스타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과학의 가장 큰 매력은 정체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과학자가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였다고 해서 그것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반론을 제기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는 노력을 지속하며 변화하고 언제든지 기존의 이론을 뒤집을 만한 결과가 나온다면 그 즉시 수용될 수 있다는 점은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이 과학의 매력에 빠져 힘들고 어렵지만 계속해서 증명하고 반증하려는 노력이 세대를 넘어서 이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편적인 물리의 공식이나 개념이 아닌 하나의 물리 이론이 정립되기까지 일련의 과정과 에피소드를 한번에 알 수 있기에 어렵고 딱딱해 다가가기 힘들게만 느껴지던 물리라는 학문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고 비록 내가 이론들에 대한 모든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물리라는 것이 이 세상을 움직이고 바꿀 수 있는 큰 힘을 가졌다는 생각에 너무 멀게만 느끼지는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과학의 이러한 역사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의 과학적 지식들은 현재까지의 과학 활동이 낳은 결과물이다. 따라서 지금 존재하는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관찰되면 과학적 지식은 또 변화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