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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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달에 대한 동경이 있는 것 같다. 그 옛날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 발자국을 남긴 그 때, 아니 그 전부터 끝없이 달에 대해 연구하고 언젠가는 달을 여행하고 또 달에서 살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곤 하니까. 지금 어느정도까지 기술이 발전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되었을 때 우리가 정착할 수 있을만한 행성을 꼽으라면 아마 다들 달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70년 후, 그런 달에 생긴 최초의 도시인 아르테미스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우리가 상상하고 꿈꾸던 이상적인 우주도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구 6분의 1 중력으로 자유로운 몸이 될 수도 있고 아폴로 11호 관광지에서 놀라운 순간을 경험할 수도 있으며 지구에서처럼 복잡한 법 없이 돈만 있으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 재즈는 안타깝게도 그런 행복한 생활을 누릴 형편이 되지 않는다. 물건을 나르는 포터라는 직업으로 근근히 돈을 벌고 앉을 수도 없는 캡슐방에서 화장실도 공용화장실을 사용하는 아르테미스의 최하층이라 볼 수 있는 그녀는 부수입을 위한 밀수업을 하며 알게된 부자인 트론의 사주를 받아 한탕을 노리게 된다. 그녀의 영특한 머리로 모든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듯 했으나 일은 틀어지게 되고 그녀에게 일을 부탁한 트론이 의문의 죽음을 맞으며 일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그녀 역시 누군가의 표적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뒤 하나씩 벗겨지는 거대한 음모를 알게 되며 재즈는 또다시 위험에 처하게 되는데.. 

주인공인 재즈는 수학 천재 소녀라고 하지만 소녀라고 하기엔 나이가 26살, 적지 않은 나이지만 하는 행동은 철부지 사춘기 소녀와 다를바가 없다. 어린 시절 철없는 행동으로 부모 속을 꽤나 썩힌 그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별 다를바 없어 보인다. 부모의 입장에서 참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자식이긴 하지만 묘하게 매력적인 그녀이기에 그녀에게 큰 위기가 닥쳤을 때 많은 친구들이 목숨을 걸고 그녀를 도와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과 행동은 거칠지만 잠깐동안의 인터넷 서핑으로 복잡한 설계도를 그려낸다거나 칼을 든 괴한에게 겁없이 덤비고 비밀을 캐내기 위해 창녀의 모습으로 분장하는 것도 거리낌 없는 예측불가능한 그녀의 매력에 나 또한 점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우여곡절 많은 과거를 가졌지만 그래도 아빠에 대한 따뜻한 사랑과 자신의 고향인 아르테미스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그녀이기에 어쩌면 미워할 수 없는 마성을 가진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가상의 도시 아르테미스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이나 묘사는 흡사 달이 지구 반대편 먼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재밌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요소들이 많았다. 기즈모라는 것은 아르테미스에서의 신분증이자 결제와 인터넷 서핑등 모든것이 가능한 장치이고 달에서는 불을 쓰는 것이 힘들기에 겅크라는 해조류를 가공한 음식만을 먹어야 하는데 그것은 굉장히 맛이 없다고 한다. 70년 후의 달이라고  하지만 왠지 지구의 미래에서도 사용되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SF 소설이고 수많은 과학 이론과 어려운 용어들의 폭격에 가끔 정신줄을 놓게 되는 순간도 많았지만 적시적소에 터져주는 작가의 유머와 걸쭉한 재즈의 입담, 흥미로운 사건 전개에 그 어려움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가상의 도시지만 왠지 실제로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드는 것도 저자의 어마무시하고 방대한 과학적 지식과 기발한 상상력, 통쾌한 이야기의 매력이 더해진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이때까지 SF 소설에는 문외한이었던 내가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만큼 흥미로운 소설이었기에 그 유명한 저자의 전작인 마션이 다시금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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