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비사비 라이프 - 없는 대로 잘 살아갑니다
줄리 포인터 애덤스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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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미 채워질대로 꽉꽉 채워진 집이지만 어째서 끝도 없이 살것이 또 생기는지 미스터리하다. 분명 저번 집보다 훨씬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난 빈 공간을 보면 자꾸만 저곳을 채우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전형적인 맥시멀라이프의 인생에게 소비는 곧 진리요, 여백의 미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 결혼전엔 옷,신발,가방등 나를 꾸미는 것들을 닥치는대로 사모았지만 주부가 되고 나니 집을 꾸미고 채우는 것에 온 포커스가 맞춰지며 품목이 달라졌을 뿐, 소비에 한없이 관대했던 나지만 점점 더 어지러워지는 집은 치워도 치워도 어수선하며 내가 바랬던 나의 집에 대한 이미지와는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을 때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정리정돈, 미니멀라이프, 휘게등으로 이어지는 책들을 읽으며 많은 부분을 바꿀 수 있긴 했다. 옷이나 신발들을 엄청나게 정리하고 사는 빈도 역시 대폭 줄였고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 아이들 장난감들도 많이 처분하고 또 사고자 하는 욕구를 많이 억누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아직 물건에 대한 집착을 완벽히 없앤것은 아니다. 과감하게 버릴 수 있는 결단력 또한 아직은 부족하다. 악착같이 사지 않고 억누르는 나의
모습이 가끔은 안타까울 때도 있기에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적절한 의미와 올바른 방향을 잡고자 했던 시기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자유롭고 다양한 가치관은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줄 뿐 아니라 세상을 더욱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어 준다. 

 


와비사비는 언뜻 듣기에도 일본말 같은데 저자는 일본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이런책을 쓰게 되었을지 궁금했는데 저자의 이력을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저자는 전 세계가 열광한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킨포크<KINFOLK>의 총괄 프로듀서로 전 세계의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기에 와비사비라는 라이프스타일을 알게되고 또 추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와비사비란 과연 무엇일까? 와비사비는 완벽하지 않은 것을 귀하게 여기는 삶의 방식이다. 유행에 뒤처진 낡은 공간이나 물건에서, 평소 무심히 지나쳤거나 과소평가했던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와비는 단순함, 겸손함, 자연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을 의미한다. 작은 것에 만족하는 사람,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늘 적게 소유하려고 애쓰는 사람을 일컫는다. 사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기는 정취를 말하며 시간의 덧없음, 아름다움, 진정함을 의미한다. 사비를 실천하는 삶은 태어나고 죽는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 수반되는 불완전함을 포용하는 삶이다. 와비와 사비라는 말을 합하면 단순하고 겸손하며 알 수 없고 덧없는 것 속에서 조화와 기쁨을 발견하는 정서라는 의미가 된다. 


저자는 와비사비라는 라이프스타일을 바탕으로 일본,덴마크, 캘리포니아,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과 같은 가치를 나눈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나라마다 중요시하는 부분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추구하는 큰 바탕은 다를바가 없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비록 느리지만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 오래된 물건의 가치를 알고 한껏 꾸며진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날것 그대로의 매력을 느끼는 것에서 삶의 여유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옷도 집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빠르게 소비되고 또 그만큼 금방 망가지고 소진되고 마는, 누군가에게 아름답게 보여지기 위해 꾸며진 인위적인 지금의 현실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삶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중요시 생각하는 것은 집이다. 집은 쉴 수 있고 나를 표현하는 공간이기에 집마저 최신 유행을 따라 꾸미고 채우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집이 아닌 자신만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아 한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초대하더라도 잘 치우고 꾸며진 집이 아닌 그저 편안하게 대화하고 함께 하는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것을 중요시하는 나의 마음가짐이 더 필요한 것이다. 음식 역시 상대방이 감탄하고 놀랄만한 화려한 음식보다 내가 정말 잘 만들 수 있고 맛을 자부할 수 있는 음식을 내는 것이 상대방을 훨씬 더 생각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무엇이 중요한지 염두에 두고 있으면 산만한 요소들을 차단하고 함께 있는 사람과 공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바로 이렇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순간이 가장 오래도록 진하게 남는 순간은 아닐지. 


 
사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삶은 누구든지 꿈꿀 것이다. 나역시 미니멀라이프나 휘게나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항상 꿈꾸지만 팍팍하고 여기저기 스트레스 쌓이는 하루하루에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물건을 사고 집안을 채우며 달래곤 했다. 하지만 그런것은 잠시 잠깐의 행복일 뿐, 그런 것으론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기에 근본적인 생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많이 읽고 느끼며 재정립하고자 노력하던 나에게 와비사비라이프 역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하고 오래된 물건에 겹겹이 쌓인 아름다움을 알고 바쁜 일상에서의 소소하고 단순한 즐거움을 찾는 것이 물건에 집착하고 소유하는 것에 중점을 두는 삶보다 훨씬 더 스스로에게 여유를 주고 그로인해 주변 사람들에게도 더 베풀고 배려할 수 있는 나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비사비가 우리에게 주는 메세지는 간결하다. 지극히 작은 것에서 가장 큰 것을 보고 지극히 평범한 것에서 마법 같은 기적의 순간을 만들 것,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사색하며 정돈된 삶을 살 것, 바로 이것이 와비사비의 핵심이다. 정돈된 삶이란 물리적으로 정돈된 삶뿐만 아니라 정돈된 마음가짐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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