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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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그 주제에 대해 내가 더 많은 양의 자료들을 찾고 또 봐야 한다. 지구와 환경보호라는 주제로 수업을 준비하던 중,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동영상을 많이 찾아 보게 되었고 정작 아이들은 큰 감흥이 없었음에도 나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이대로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지구를 남겨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등줄기가 서늘해 졌다. 그간 안이했던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부끄러웠고 그래서 내 삶과 내 인생의 행복만을 좇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기 위해 나도 무언가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관통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 잘하기,물 아껴쓰기,전기 아끼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 나의 마음속에 깊숙히 들어온 것이 바로 채식이다. 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동물들의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되는 채식. 채소를 좋아해 대부분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지만 본격적으로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나의 머릿속은 과연 내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채식을 시작하면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런 내게 회기적인 아이디어로 다가온 <클린미트> 책은, 다시금 내가 채식의 길로 갈 수 있게끔 손 내밀어 준 책이다.

21세기에 기술은 창조와 파괴라는

신성한 능력을 인간에게 안겨 줄 것이다.

하지만 기술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멋진 신세계를 디자인할 때는

호모 사피엔스 뿐만 아니라

지각이 있는 모든 생명체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p.11

사실 채식을 하게 된다면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기 위해서 시작하게 되는 경우만을 생각했지 동물의 복지를 위해, 그리고 환경 보호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채식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동물의 복지는 알겠는데 지구 환경과 고기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우리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간편하게 여러 종류의 고기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닭 한 마리가 알에서 시작해 진열대에 오르기까지 약 3.78리터짜리 물통 1,000개의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 즉 저녁 식탁에서 닭 한 마리를 줄이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경우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사료다. 콩하면 두부나 두유부터 떠올리겠지만 사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콩은 동물용 사료로 소비되는 비중이 가장 크며 이를 위해 엄청난 넓이의 경작지가 필요하다. 열대우림이 지속적으로 사라지는 이유다. 더불어 동물들에게 치료 목적이 아닌 체중 증가와 밀집 사육 시에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투여되는 항생제는 고기를 먹는 우리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렇듯 동물 사육이 야기하는 이 많은 위험요소에도 우리 인간은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점점 늘어나지만 우리는 인간이 아닌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대기 위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고기를 대체할 식물성 고기 제품은 이미 시판되어 있지만 하나의 대안만으로 동물 사육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바로 '청정고기'이다. 청정고기란 동물을 사육하지 않고 세포를 체취해 배양해 만든 고기다. 사실 나역시 책을 통해 글로만 처음 접했을 땐 상상도, 잘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어느새 미국의 과학자들과 스타트업 기업들은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식탁에서 고기가 완전히 없어지리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게 고기를 얻는 방식을 꼭 찾아내야 하고 그 대안이 바로 청정고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생명체의 일부 조직을 먹기 위해

전체를 키우는 시대를 살아야 할까요?

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조직을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에서부터 키울 수는 없을까요?

우리의 목표는 생명을 다치게 하지 않고

동물 생산물을 수확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p.158

매일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들이 나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또 그것이 나 뿐만이 아닌 지구와 환경과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득이 된다면 멈추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고기를 끊을 수는 없다. 고기를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 없이 키운 고기를 먹는다는

아이디어에 네슬레처럼 혐오감을 보인다.

'자연에 가까운' 음식에 나도 모르게 끌리고,

왠지 내키지 않는 '자연스럽지 않은' 먹거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 중에

진정으로 '자연에 가까운' 식품은 없고,

사람들은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p.171

과연 '자연에 가까운' 식품이 있긴 할까? 아무리 무농약 유기농으로 키워도 유전자가 변형되어 만들어진 씨앗을 통해 키웠거나 흙이나 물등에서 얼마든지 해로운 물질들이 유입될 수도 있다. 특히 식품에 대해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가장 소극적이기에 청정고기가 사람들에게 아무런 이질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사람들이 고기를 줄이지 않을 거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완전 채식주의자는 되기 힘들겠지만

건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의 많은 사람들이 원래 먹던

동물 생산물의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분명 지구에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이미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피해가기엔 역부족이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동물학대를

악화시킨 중심에는 축산업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면

도망칠 수도 없을 것이다.

p.283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축산업의 폐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육식의 종말>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너무나 컸고, 관련 다큐멘터리는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축산업이다. 지금처럼 유지되다 미래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비인간적인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너무나 생소한 분야이고 사람들의 거부감도 큰 편이라 지금 당장 우리 생활에 들어와 획기적인 결과를 내보일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부자와 CEO들, 그리고 심지어 축산업계에서도 청정고기 분야에 거대한 투자금을 주며 사업을 키워간다는 것은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 청정고기가 올라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사실 아직 채식의 길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의식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내 생활속에서 채식을 조금씩 조금씩 확대시켜 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채식만이 유일한 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깨달았다. 고기를 섭취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며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방향 제시가 좋았다. 청정고기가 언젠가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사먹어 보고 싶기도 하다. 나처럼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의 가치관을 더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고 살면서 단 한번도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렇고 싶지 않은 확고한 육식파들은 축산업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알고 이런 대체 고기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고, 다음에는 비웃고, 다음에는 당신과 싸우고, 다음에는 당신이 승리한다."는 말처럼 지금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청정고기가 언젠가는 너무나 익숙하게 사먹을 수 있게 되는 그날이 곧 찾아오리라 믿고 싶다.

확신하건대 30년 후에 우리가 햄버거와 핸드백을 얻기 위해

수십억 마리의 동물을 키우다 도살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모든 것이 얼마나 헛되고 비인간적이고 미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겠죠.

우리는 자원을 쓰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더욱 문명화되고 진화된 행위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방법을 이미 속에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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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할 땐, 책 - 떠나기 전, 언제나처럼 그곳의 책을 읽는다
김남희 지음 / 수오서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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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엔 여행에 책을 가져간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놀고 하기도 바쁜데 무슨 책? 항상 여행을 짧고 굵게 다녀오기만 했던 나는 여행과 책이라는 이 환상적인 조합을 누릴 수 있었던 시간들을 그냥 허투루 보내버렸다. 지금은 짧은 1박2일의 여행일지라도 항상 책을 가져간다. 물론 책을 단 한 줄도 읽지 못하고 가져오는 경우도 많다. 여행가면 더 빠듯한 하루에 아이들 챙기랴 녹초가 되어 책을 읽는 여유는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그래도 좌절하지 않고 가져 간다. 여행이라는 그 시간 속에 품고 갔던 그 책이 여행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담고 있기에 일상 속에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가져다 주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위한 여행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혼자 책을 잔뜩 챙겨서 읽고 또 읽고~ 새로운 풍경과 공간에서 깨달을 수 있는 것들을 온전히 느껴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책과 여행을 통해 나는 타인의 마음에 가 닿고,

지구라는 행성의 신비 속으로 뛰어들고,

인류가 건설하거나 파괴한 것들에

경탄하고 분노한다.

그럼으로써 나라는 존재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사실 나는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심한 평발이라 조금만 걸어도 금방 지치고 다리가 아파온다. 사람 많은 곳도 싫어한다. 시끄러운 곳도 싫다. 쇼핑도 그닥... 게다가 여행을 가면 꼭 아프다. 급체를 하고 하루 종일 누워서 보내야 하는 괴로운 시간을 자주 겪는다. 그래서 여행에 대한 로망은 크지만 자주 가게 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가는 여행은 극기훈련이다. 오며가며 녹초가 되어 그냥 숙소에서 누워만 있고 싶어진다. 이러니 남편과 또는 함께 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곤 한다. 그래서 시간이 생기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과 그 부지런함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행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여행 작가들의 삶을 동경한 적도 없기에 딱히 여행 에세이를 읽을 일도 없었다. 하지만 여행과 책의 조합이라니, 상당히 매력적이다. 책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한 번쯤은 가보고 싶기도 하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하나의 책과 하나의 도시 또는 나라를 묶어 이야기 하는데 책을 통해 떠나기도 하고, 그 곳에서 그 책이 떠오르거나 만나기도 한다. 좋았던 건 많이들 가는 곳, 단순히 풍경이나 관광을 위한 여행루트가 아닌 책에 의한, 책을 위한 여행이라는 것이다.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읽고 리스본으로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그리스로 떠나는 생각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책 여행기. 여타의 여행이라면 크게 동요하지 않았을 나지만, 그곳의 책을 읽고 떠나는 여행이란 너무나 멋진 것 같다.

 

 

 

때로 장소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삶의 결이 달라진다.

그러니 장소에 대한 동경을 품은 사람들은

어쩌면 자기 삶을 변화시킬

가장 강력한 가능성을 지닌 이들인지도 모른다.

 

장소에 대한 환기, 그것이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새로운 장소,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것들로 가득한 장소에서의 경험이 가져 올 나의 변화를 기대하며 또 다시 길을 떠나는 것이겠지. 책이나 영화에서 여행에서 만난 그 잠깐의 시간, 찰나의 순간들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런 것들을 꿈꾸며 여행을 떠올리는지도 모른다.

독서라는 행위가 주는 매력은

준비 없이 갈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이토록 쉬운 일탈은 없다.

 

솔직히 책만으로 낯선 곳에 대한 경험을 100% 해볼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나름 책을 통해 여러 곳을 간접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편이다. 책 속에 흠뻑 빠져 본 사람이라면 알 만한 경험. 가장 쉽고 가장 값싸게 떠날 수 있는 여행이 독서니까.

 

 

여행보다 일상은 힘이 세다.

여행보다 일상은 끈질기다.

나는 점점 여행과 일상의 경계가

무너진 삶을 살아가지만,

일상의 소중함은 나날이 커간다.

 

온전한 일상이 없다면 여행을 떠날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 나의 일상이 쪼들리고 팍팍하고 힘든데 어떻게 여행을 생각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일상은 소중하다. 나의 일상은 뒷전으로 밀어둔채 여행의 환상에만 빠져 산다면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오롯이 느끼고 깨닫지는 못할 것이다. 저자 역시 녹록치 않은 일상일지라도 다시 돌아와 내 몸을 뉘일 공간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끼는 것 아닐까.

 

 

결국 품위 있는 삶은 공간을 대하는 태도가 아닐까.

자신이 거주하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에 대한 다정하고 성실한 태도.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한다 해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해도,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 해도

자신의 세계를 아끼며

가꾸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삶의 품격이란 결국 그런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아닐까?

 

여행을 다니며 항상 새로운 공간을 만나는 것이 일상이기에 저자는 끊임없이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긴 시간 새로운 공간과 만나며 삶에 대해 깨우친 것들이 책과 더해져 더 다채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나도 책을 읽고 떠나는, 또는 책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꼭 해보고 싶다. 그 장소를 똑같이 찾아갈 수는 없더라도 그냥 책으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책이 내뿜는 기운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곳. 그런 곳을 찾아 나 혼자 조용히 보내고 싶은 희망. 조만간 그런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 머릿속에 맴돌았던 것 같다. 나의 하루하루가 충만해 지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꼭 여행을 떠나야 할 필요는 없기에 이런 여행 에세이를 읽으며 아주 쉽고 간편하게 일탈해 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먼지로 가득 찼던 삶을 잠시나마 환기시키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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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엉덩이가 필요해!
돈 맥밀런 지음, 로스 키네어드 그림, 장미란 옮김 / 제제의숲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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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언제나 환영 받는, 거의 실패하지 않는 소재가 있다면 바로 똥,방귀와 같은 생리현상이 아닐까 싶다. 덧붙혀 비슷한 맥락의 오줌, 엉덩이, 코딱지 등등도 마찬가지다. 어른인 우리가 보기엔 좀 더럽고 유치하지만 아이들에겐 너무 너무 재밌는 이런 이야기들을 읽어줄 때면 재미의 요소와 코드가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읽어줄 그림책이라면 일단 아이들에게 재미있어야 하기에 이 책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표지부터 대놓고 드러난 엉덩이에 우선 아이들 눈이 초롱초롱해 진다.

 

 

어른인 우리에게 엉덩이가 갈라진 건 당연한 일이지만, 만약 다른 사람의 엉덩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왜 내 엉덩이는 이렇게 갈라진걸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아이들에겐 모든 게 처음이고 낯설고 경험하지 못한 것 투성이니까. 엉덩이가 왜 갈라졌는지에 대한 고찰 역시 귀엽다. 자전거 타다가 점프를 해서? 그리고 방귀를 뀌어서? 아이다운 생각이다. 방귀라는 말에 우리 아이들은 또 빵 터졌다 ㅎㅎ

 

 

어쨋든 새 엉덩이를 사기로 했으니 이제 결정할 차례! 아이가 가지고 싶은 엉덩이는 어떤걸까? 화려한 색깔의 엉덩이부터 로봇 엉덩이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이때 우리 아이들도 어떤 엉덩이를 갖고 싶은지 열변을 토한다. 로봇 엉덩이가 가장 마음에 든단다. 하지만 좀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굉장히 비쌀 것 같다는 말도 한다. 나름 현실적인 아이들이다 ㅎㅎ

 

 

 

엉덩이가 갈라진게 무슨 대수냐 싶지만 아이들에겐 작고 사소한 것 하나가 너무나 큰 고민이 될 수 도 있다. 나의 걱정과 고민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슬픈 일. 주변에 나와 비슷한 한 사람만 있어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일텐데, 갈라진 엉덩이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점점 더 슬퍼진다.

 

 

 

그 때 보여지는 질펀한 엉덩이 하나! 역시 아이들에게 가장 큰 모범(?)이 되는 건 부모다. 아빠의 엉덩이도 나와 똑같이 갈라져 있음을 발견한 아이는 얼마나 기뻤을까? 나 혼자가 아니야! 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 말인가.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고 그 누구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거라 생각했을 때, 내 마음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큰 힘이 된다. 살포시 내비친 아빠의 엉덩이가 아이의 길고 긴 고민의 사슬을 끊어주었고 아마 아이는 더이상 새 엉덩이를 사야 한다는 걱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의 걱정, 그리고 그것이 해소되는 순간,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인 엉덩이까지 더해진 재밌는 그림책. 아이들에겐 아빠가 읽어 주었는데 셋이서 아주 배꼽을 잡고 웃는 소리에 듣고 있는 나까지도 즐거웠던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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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중심 창의 놀이 - 엄마표 NO! 활용도 100% 아이 주도 놀이 160, 2020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아이 중심 놀이
최연주.정덕영 지음 / 소울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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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머리글을 보고 우선 깜짝 놀랐다. “엄마, 이 박스 절대 버리지 마!” 이 말은 우리 첫째가 집에서 하루 1번 이상은 하는 말ㅎㅎ 쓰레기든 재활용품이든 나오는 순간 눈을 번뜩이며 버릴새도 없이 먼저 채가는 첫째는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고 상상하며 놀기를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준게 언제더라? 사실 난 장난감을 거의 사주지 않는다. 생일이나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아이들이 굳이 사달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장난감은 사주면 정말 잠깐동안은 아이가 가지고 놀지만 그 시간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금방 싫증을 내고 결국은 또 자기가 뚝딱뚝딱 가지고 놀고 싶은 것을 만든다. 그래도 아이 혼자서 잘하긴 하지만 아직은 도구들에 능숙하지 않고 위험한 것들도 있기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결국 재료도 항상 비슷하고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첫째에게 좀 더 다양하지만 절대 비용이 많이 들지 않고(이게 중요!) 새로운 것들을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에 항상 목말라 있었는데, 시기적절하게 <아이중심 창의놀이> 책이 내게 왔다.

 

 

이 책은 아이가 주도적으로 만들어 놀 수 있는 창의적인 놀이 방법들이 가득하다. 총 11기지 놀이 영역과 확장 놀이를 포함해 160가지 놀이가 수록되어 있다. 딱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 사실 아이와 놀다보면 자꾸만 놀이의 주도권이 나에게 넘어오게 되고 그럼 아이는 금방 흥미를 잃게 될 때가 많다. 그래서 이 책은 엄마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제대로 된 아이 주도 놀이를 소개하고 있어서 특히 마음에 들었다. 나는 재료를 준비만 해주고 아이가 스스로 만들고 상상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놀이들이 많아서 좋다. 과정도 복잡하지 않고 진짜 구하기 쉬운 재료들이 대부분이라 부담없이 시작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과도 그렇고 요즘 함께 책놀이 수업하는 7세 친구들과도 그렇고 항상 쉽지만 재밌고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는 활동들을 생각하는게 쉽지가 않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말 많은 아이템을 찾을 수 있어서 나는 노다지를 발견한 느낌 ㅋㅋ 특히 주변에 있는 흔한 재료들을 가지고 생각도 못할 방법으로 재밌게 활용하는 것이 너무 좋았고 왜 우리 첫째가 그렇게나 재활용품을 못 버리게 하는지 절실히 공감했다. 앞으로는 아이의 눈으로 작은 종이 하나 비닐 하나도 모두 장난감의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음을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 가며 생각하도록 노력해 봐야 할 것 같다. 한동안은 이 책 속의 놀이들을 하나하나 따라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분명 아이들은 이 놀이에서 더 확장되고 자신만의 창의력를 발휘해 새로운 놀이들을 더 많이 만들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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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은 너무해 너무해 시리즈 2
조리 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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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외모에 완벽하게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적어도 하나쯤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당장이라도 바꿔버리고 싶은 부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남들이 봐서는 도저히 찾아내지도 인식하지도 못할 결점들이 나에게는 어찌나 크고 진하게 보이는지 거울을 봐도 눈을 감아도 자꾸만 그 결점들이 나를 괴롭히니 그래서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가 싶다. 나역시 결점 투성이에 마음에 드는 것보다 들지 않는 부분이 더 많지만 그런 것에 집착했던 시기를 지나 이젠 모든 걸 놔버리고 더이상 외모에 치중하지 말자는 생각이 어느정도 자리잡아 외모 때문에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마저 외모가 경쟁력이고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기에 그만큼 부작용이 많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끊임없이 나를 자책하고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깍아내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극단적인 외모를 자랑하는 기린이 보여줄 자신만의 스트레는 과연 무엇일까?(바로 짐작이 되긴 하지만..ㅎㅎ)

 

 

 

내가 기린이었어도 이 목이 마냥 좋지는 않았을 것 같다. 길어도 너무 긴 목은 불편하기도 하고 눈에 너무 띄기도 한다. 내가 바랐고 선택했던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보지 않으려 해도,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자꾸만 생각나고 자꾸만 불만이 커진다.

 

 

이것 저것 많이도 시도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긴 목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숨기려 하면 할수록 불편함은 더 커져가고 그것은 분명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을까.

 

 

예민한 학창 시절엔 특히나 외모 때문에 부모님과도 많이 부딪히고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많이 주게 된다. 엄마 눈엔 그저 예쁘기만 한데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얘기해 줘도 믿으려 하질 않는다. 그래서 점점 숨고 가리려고만 한다. 게다가 기린은 가리기도 힘들다. 그래서 어둠이 모든 걸 가려줄 때까지 그저 숨어 있고 싶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거북이 사이러스. 거북이는 너무나 짧은 목을 가지고 있기에 기린의 긴 목이 부럽기만 하다. 아무도 내 목을 갖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기린에게, 자신의 목을 부러워하며 짧은 목 때문에 속상한 거북이는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열어가는 둘.

 

 

 
 

거북이가 아무리 올려다 보며 소망해도 딸 수 없었던 나무 위의 바나나를 기린은 자신의 긴 목을 이용해서 단번에 따준다. 거북이로서는 놀라울 따름.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각자가 가진 것에 대한 칭찬과 부러움으로 이어지며 특별하게 다가온다.

 

 

서로 너무나 다른 목, 너무나 싫었던 목이지만 서로를 통해 자신의 컴플렉스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던 기린과 거북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자신의 모습을 비난하다 보면 정말 어느순간엔 그 컴플렉스가 내 삶의 전체를 차지해 나를 점점더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관점의 누군가로 인해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고 그 속의 특별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귀여운 동물들과 그림속에 담겨 있는 깊은 이야기는 <펭귄은 너무해>에서 부터 <기린은 너무해>까지 이어진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펭귄과 자신의 결점을 이겨나가는 기린까지 지금 우리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렵지 않게 다가가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책들이다. 비록 기린이 완벽하게 자신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이겨냈다고 말하기엔 마지막 기린의 말이 조금 애매했지만 그래도 기린은 거북이 외에도 또 다른 많은 관계들을 맺으며 서서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창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많아지고 고민이 많은 아이들에게 보여지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또 나와는 다른 많은 관점들 지닌 좋은 관계들을 잘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을 때 읽어주면 좋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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