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은 너무해 너무해 시리즈 2
조리 존 지음, 레인 스미스 그림, 김경연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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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외모에 완벽하게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적어도 하나쯤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 당장이라도 바꿔버리고 싶은 부분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남들이 봐서는 도저히 찾아내지도 인식하지도 못할 결점들이 나에게는 어찌나 크고 진하게 보이는지 거울을 봐도 눈을 감아도 자꾸만 그 결점들이 나를 괴롭히니 그래서 사람들이 성형수술을 하는가 싶다. 나역시 결점 투성이에 마음에 드는 것보다 들지 않는 부분이 더 많지만 그런 것에 집착했던 시기를 지나 이젠 모든 걸 놔버리고 더이상 외모에 치중하지 말자는 생각이 어느정도 자리잡아 외모 때문에 자괴감을 느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들마저 외모가 경쟁력이고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기에 그만큼 부작용이 많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끊임없이 나를 자책하고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깍아내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극단적인 외모를 자랑하는 기린이 보여줄 자신만의 스트레는 과연 무엇일까?(바로 짐작이 되긴 하지만..ㅎㅎ)

 

 

 

내가 기린이었어도 이 목이 마냥 좋지는 않았을 것 같다. 길어도 너무 긴 목은 불편하기도 하고 눈에 너무 띄기도 한다. 내가 바랐고 선택했던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보지 않으려 해도, 신경쓰지 않으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자꾸만 생각나고 자꾸만 불만이 커진다.

 

 

이것 저것 많이도 시도했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긴 목을 숨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숨기려 하면 할수록 불편함은 더 커져가고 그것은 분명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지 않았을까.

 

 

예민한 학창 시절엔 특히나 외모 때문에 부모님과도 많이 부딪히고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많이 주게 된다. 엄마 눈엔 그저 예쁘기만 한데 아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아무리 얘기해 줘도 믿으려 하질 않는다. 그래서 점점 숨고 가리려고만 한다. 게다가 기린은 가리기도 힘들다. 그래서 어둠이 모든 걸 가려줄 때까지 그저 숨어 있고 싶다.

 

 

그러다가 만나게 된 거북이 사이러스. 거북이는 너무나 짧은 목을 가지고 있기에 기린의 긴 목이 부럽기만 하다. 아무도 내 목을 갖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기린에게, 자신의 목을 부러워하며 짧은 목 때문에 속상한 거북이는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마음을 열어가는 둘.

 

 

 
 

거북이가 아무리 올려다 보며 소망해도 딸 수 없었던 나무 위의 바나나를 기린은 자신의 긴 목을 이용해서 단번에 따준다. 거북이로서는 놀라울 따름. 서로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동경이 각자가 가진 것에 대한 칭찬과 부러움으로 이어지며 특별하게 다가온다.

 

 

서로 너무나 다른 목, 너무나 싫었던 목이지만 서로를 통해 자신의 컴플렉스를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던 기린과 거북이. 혼자만의 생각으로 자신의 모습을 비난하다 보면 정말 어느순간엔 그 컴플렉스가 내 삶의 전체를 차지해 나를 점점더 힘들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관점의 누군가로 인해 다른 시선을 가지게 되고 그 속의 특별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귀여운 동물들과 그림속에 담겨 있는 깊은 이야기는 <펭귄은 너무해>에서 부터 <기린은 너무해>까지 이어진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펭귄과 자신의 결점을 이겨나가는 기린까지 지금 우리의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어렵지 않게 다가가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그림책들이다. 비록 기린이 완벽하게 자신의 결점을 받아들이고 이겨냈다고 말하기엔 마지막 기린의 말이 조금 애매했지만 그래도 기린은 거북이 외에도 또 다른 많은 관계들을 맺으며 서서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창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많아지고 고민이 많은 아이들에게 보여지는 것에만 집착하지 말고 또 나와는 다른 많은 관점들 지닌 좋은 관계들을 잘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을 때 읽어주면 좋은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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