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엉덩이가 필요해!
돈 맥밀런 지음, 로스 키네어드 그림, 장미란 옮김 / 제제의숲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들에게 언제나 환영 받는, 거의 실패하지 않는 소재가 있다면 바로 똥,방귀와 같은 생리현상이 아닐까 싶다. 덧붙혀 비슷한 맥락의 오줌, 엉덩이, 코딱지 등등도 마찬가지다. 어른인 우리가 보기엔 좀 더럽고 유치하지만 아이들에겐 너무 너무 재밌는 이런 이야기들을 읽어줄 때면 재미의 요소와 코드가 참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읽어줄 그림책이라면 일단 아이들에게 재미있어야 하기에 이 책을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다. 표지부터 대놓고 드러난 엉덩이에 우선 아이들 눈이 초롱초롱해 진다.

 

 

어른인 우리에게 엉덩이가 갈라진 건 당연한 일이지만, 만약 다른 사람의 엉덩이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왜 내 엉덩이는 이렇게 갈라진걸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다. 아이들에겐 모든 게 처음이고 낯설고 경험하지 못한 것 투성이니까. 엉덩이가 왜 갈라졌는지에 대한 고찰 역시 귀엽다. 자전거 타다가 점프를 해서? 그리고 방귀를 뀌어서? 아이다운 생각이다. 방귀라는 말에 우리 아이들은 또 빵 터졌다 ㅎㅎ

 

 

어쨋든 새 엉덩이를 사기로 했으니 이제 결정할 차례! 아이가 가지고 싶은 엉덩이는 어떤걸까? 화려한 색깔의 엉덩이부터 로봇 엉덩이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이때 우리 아이들도 어떤 엉덩이를 갖고 싶은지 열변을 토한다. 로봇 엉덩이가 가장 마음에 든단다. 하지만 좀 불편할 것 같기도 하고 굉장히 비쌀 것 같다는 말도 한다. 나름 현실적인 아이들이다 ㅎㅎ

 

 

 

엉덩이가 갈라진게 무슨 대수냐 싶지만 아이들에겐 작고 사소한 것 하나가 너무나 큰 고민이 될 수 도 있다. 나의 걱정과 고민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는 것은 어른인 우리에게도 슬픈 일. 주변에 나와 비슷한 한 사람만 있어도 조금이나마 마음이 놓일텐데, 갈라진 엉덩이를 가진 사람을 본 적이 없는 아이는 점점 더 슬퍼진다.

 

 

 

그 때 보여지는 질펀한 엉덩이 하나! 역시 아이들에게 가장 큰 모범(?)이 되는 건 부모다. 아빠의 엉덩이도 나와 똑같이 갈라져 있음을 발견한 아이는 얼마나 기뻤을까? 나 혼자가 아니야! 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 말인가. 이 세상에 나 혼자 남겨진 것 같고 그 누구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거라 생각했을 때, 내 마음을 이해해 주고 공감해 주는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큰 힘이 된다. 살포시 내비친 아빠의 엉덩이가 아이의 길고 긴 고민의 사슬을 끊어주었고 아마 아이는 더이상 새 엉덩이를 사야 한다는 걱정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의 걱정, 그리고 그것이 해소되는 순간, 그리고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인 엉덩이까지 더해진 재밌는 그림책. 아이들에겐 아빠가 읽어 주었는데 셋이서 아주 배꼽을 잡고 웃는 소리에 듣고 있는 나까지도 즐거웠던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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