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미트 - 인간과 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
폴 샤피로 지음, 이진구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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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수업을 준비하다 보면 그 주제에 대해 내가 더 많은 양의 자료들을 찾고 또 봐야 한다. 지구와 환경보호라는 주제로 수업을 준비하던 중,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동영상을 많이 찾아 보게 되었고 정작 아이들은 큰 감흥이 없었음에도 나는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 이대로 아무 생각없이 살다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 지구를 남겨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등줄기가 서늘해 졌다. 그간 안이했던 나의 생각과 행동들이 부끄러웠고 그래서 내 삶과 내 인생의 행복만을 좇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기 위해 나도 무언가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 나를 관통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게 뭘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쓰레기 줄이기와 재활용 잘하기,물 아껴쓰기,전기 아끼기 등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 나의 마음속에 깊숙히 들어온 것이 바로 채식이다. 환경을 보호함과 동시에 동물들의 복지에도 큰 도움이 되는 채식. 채소를 좋아해 대부분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지만 본격적으로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나의 머릿속은 과연 내가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을까? 채식을 시작하면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들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그런 내게 회기적인 아이디어로 다가온 <클린미트> 책은, 다시금 내가 채식의 길로 갈 수 있게끔 손 내밀어 준 책이다.

21세기에 기술은 창조와 파괴라는

신성한 능력을 인간에게 안겨 줄 것이다.

하지만 기술도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멋진 신세계를 디자인할 때는

호모 사피엔스 뿐만 아니라

지각이 있는 모든 생명체의 복지를 고려해야 한다.

생명공학이라는 기적은 낙원과 지옥,

어느 쪽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p.11

사실 채식을 하게 된다면 건강을 위해서, 살을 빼기 위해서 시작하게 되는 경우만을 생각했지 동물의 복지를 위해, 그리고 환경 보호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채식을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동물의 복지는 알겠는데 지구 환경과 고기가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우리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간편하게 여러 종류의 고기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닭 한 마리가 알에서 시작해 진열대에 오르기까지 약 3.78리터짜리 물통 1,000개의 분량의 물이 필요하다. 즉 저녁 식탁에서 닭 한 마리를 줄이면 6개월 동안 샤워를 하지 않는 것보다 더 많은 물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키우는 경우 가장 큰 비용이 들어가는 부분은 사료다. 콩하면 두부나 두유부터 떠올리겠지만 사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콩은 동물용 사료로 소비되는 비중이 가장 크며 이를 위해 엄청난 넓이의 경작지가 필요하다. 열대우림이 지속적으로 사라지는 이유다. 더불어 동물들에게 치료 목적이 아닌 체중 증가와 밀집 사육 시에 일어날 수 있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투여되는 항생제는 고기를 먹는 우리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다.

이렇듯 동물 사육이 야기하는 이 많은 위험요소에도 우리 인간은 고기를 먹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점점 늘어나지만 우리는 인간이 아닌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들을 위한 먹이를 대기 위해 너무나 많은 것들을 희생시키고 있다. 고기를 대체할 식물성 고기 제품은 이미 시판되어 있지만 하나의 대안만으로 동물 사육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하는 것은 바로 '청정고기'이다. 청정고기란 동물을 사육하지 않고 세포를 체취해 배양해 만든 고기다. 사실 나역시 책을 통해 글로만 처음 접했을 땐 상상도, 잘 이해도 되지 않았다. 그게 가능한 일이야?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어느새 미국의 과학자들과 스타트업 기업들은 만들어 내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식탁에서 고기가 완전히 없어지리라는 생각은 비현실적이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게 고기를 얻는 방식을 꼭 찾아내야 하고 그 대안이 바로 청정고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생명체의 일부 조직을 먹기 위해

전체를 키우는 시대를 살아야 할까요?

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서 조직을 생명의

기본단위인 세포에서부터 키울 수는 없을까요?

우리의 목표는 생명을 다치게 하지 않고

동물 생산물을 수확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p.158

매일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들이 나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또 그것이 나 뿐만이 아닌 지구와 환경과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득이 된다면 멈추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으로 고기를 끊을 수는 없다. 고기를 더 깨끗하고 안전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하는 이유다.

많은 사람들이 동물 없이 키운 고기를 먹는다는

아이디어에 네슬레처럼 혐오감을 보인다.

'자연에 가까운' 음식에 나도 모르게 끌리고,

왠지 내키지 않는 '자연스럽지 않은' 먹거리에

문제를 제기하는 입장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 중에

진정으로 '자연에 가까운' 식품은 없고,

사람들은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p.171

과연 '자연에 가까운' 식품이 있긴 할까? 아무리 무농약 유기농으로 키워도 유전자가 변형되어 만들어진 씨앗을 통해 키웠거나 흙이나 물등에서 얼마든지 해로운 물질들이 유입될 수도 있다. 특히 식품에 대해서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가장 소극적이기에 청정고기가 사람들에게 아무런 이질감 없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사람들이 고기를 줄이지 않을 거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완전 채식주의자는 되기 힘들겠지만

건강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미국과 유럽연합의 많은 사람들이 원래 먹던

동물 생산물의 섭취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분명 지구에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이미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피해가기엔 역부족이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동물학대를

악화시킨 중심에는 축산업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면

도망칠 수도 없을 것이다.

p.283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이고 축산업의 폐해를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육식의 종말>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이 너무나 컸고, 관련 다큐멘터리는 도저히 볼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너무나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 축산업이다. 지금처럼 유지되다 미래에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런 비인간적인 행위에 동참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너무나 생소한 분야이고 사람들의 거부감도 큰 편이라 지금 당장 우리 생활에 들어와 획기적인 결과를 내보일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세계적인 부자와 CEO들, 그리고 심지어 축산업계에서도 청정고기 분야에 거대한 투자금을 주며 사업을 키워간다는 것은 머지않아 우리 식탁에 청정고기가 올라올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사실 아직 채식의 길에 접어든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의식적으로 고기를 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면서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으로 고기를 많이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고 내 생활속에서 채식을 조금씩 조금씩 확대시켜 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채식만이 유일한 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많이 깨달았다. 고기를 섭취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선택하며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런 방향 제시가 좋았다. 청정고기가 언젠가 슈퍼마켓에 진열되어 있게 된다면 가장 먼저 사먹어 보고 싶기도 하다. 나처럼 윤리적인 이유로 채식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나의 가치관을 더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고 살면서 단 한번도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앞으로도 그렇고 싶지 않은 확고한 육식파들은 축산업의 폐해를 조금이라도 알고 이런 대체 고기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처음에 그들은 당신을 무시하고, 다음에는 비웃고, 다음에는 당신과 싸우고, 다음에는 당신이 승리한다."는 말처럼 지금은 도무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청정고기가 언젠가는 너무나 익숙하게 사먹을 수 있게 되는 그날이 곧 찾아오리라 믿고 싶다.

확신하건대 30년 후에 우리가 햄버거와 핸드백을 얻기 위해

수십억 마리의 동물을 키우다 도살한 오늘을 되돌아본다면

모든 것이 얼마나 헛되고 비인간적이고 미친 짓이었는지

깨닫게 되겠죠.

우리는 자원을 쓰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행위에서

더욱 문명화되고 진화된 행위로 나아가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방법을 이미 속에

쥐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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