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가구를 팝니다 인생그림책 33
이수연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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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올 때부터 관심을 두던 책이다.


표지를 보며 사람들 사이에 섞인 곰에게 신경쓰였고, 곰의 표정에 더 이끌렸던거 같다.


곰 사원은 가구회사 직원이다. 몇 개월째 실적이 없는.

그리고 몇 년째 문을 열지 못하는 집을 꿈에서 찾아가는.

"그 집에서 나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춤을 추며 뛰어다니고,

날개를 접지 않고 날아다니고 싶었다."

서문 인용

초등학교 때까지는 작가가 꿈이었던 곰은 '안정적'인 수입을 원해서 회사원이 되었다. 아래 장면은 속표지를 한장 넘기면 나타나는 장면인데 뭔지 모르게 가슴이 쿵했던 장면이다. 삶의 고단함이 이 장면 전체에 묻어있다고 해야할까?


하지만 곰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이 '정말 잘 선택한 것'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실적도 없고 주위 다른 영업사원들(여우 또는 개로 표현되어 있다.)처럼 일처리를 하지 못하는 자신이 불편하다. 하지만 성실한 곰은 성실히 자신의 일을 해나간다. 통장에 적금을 붓고 있고 매일 새로운 고객을 만나 가구를 소개하고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다.

곰 사원의 일하는 모습을 부러워하는 육아에 지친 쥐 고객

전시장 근처를 지날 때면 마음에 든 테이블에 한참을 앉았다 가는 새 고객

집안 곳곳에 그릇으로 넘쳐나는 멧돼지 고객

다양한 악기를 보유한, 정말 마음에 드는 의자에서 악기를 연주하고 싶은 캥거루 고객

인생 소설을 쓰고 싶어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글 쓰는데 쓰고 싶은 펭귄 고객(펭귄에게는 어린 펭귄이 있다.)

"아이의 시간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지나간다."는 글과 아래 장면은 나를 한참을 잡아 두고 다시 보고 다시 보게 된다.



고객을 진심으로 대했던 곰 사원은 드디어 실적이 나오고 소개가 이어진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질줄 알았다.

"하지만 가끔씩 가슴 한쪽이 꽉 막힌 것처럼 답답해져 왔다." p89

곰 사원은 틈틈이 개 사원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가구회사에서 진짜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이는 개 사원 뿐인듯 하다. 물론 개 사원도 처음은 힘들었으리라. 어디 힘들지 않은 일이 있는가? 하지만 개 사원은 자신의 일에서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 더 노력하고 노력해 나아지는 자신의 모습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변해가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장식장을 사고 싶다는 멧돼지 고객의 주문을 취소하게 만든 날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경험을 하고 후련한 기분도 드는 곰 사원.

'이 자리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일까?'라는 고민이 내재되어 있던 곰 사원은 '진로 정체성 혼란' 점수가 높은 직무 스트레스 검사지를 받게 되고 얼마 있다가 '이달의 우수 사원'이 되었다. 시상대에 선 곰 사원.


꿈 속에서 항상 방문하는 집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지하실을 마주하게 된 곰 사원. 두려움과 궁금함이 공존한다.

전시장을 자주 찾던 새 고객의 위로가 너무 마음에 든다.

"곰 사원, 너무 초조해 하지 말아요.

시간은 가능성이니까요.

불안하거나 초조해지면, 한쪽 손을 심장 위에 올려 두고 천천히 이렇게 말해봐요.

괜찮다.

괜찮다."

p177

곰 사원을 이리 위로하고 마음에 든 식탁을 구매하고 얼마 있어 새 고객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더 많은 이야기는 책에서요.)


개 사원과 곰 사원의 옥상에서 차 한잔의 시간이 둘에게 아주 달콤한 시간인듯 하다. 둘의 시간에서 같은 직업을 가진 둘의 시간이 다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마음으로 이 일을 하는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성실함이 가진 힘을 떠올린다.



여전히 꿈 속의 집을 방문하고 아침에 일어나면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지만 곰 사원은 이제 더 이상 사원이 아닌 다른 삶을 꿈꾸게 된다. 어릴 적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그 날로 돌아가고 싶은거겠지?


이 책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하고 어쩌면 또 누군간 지금 생각하고 있음직한 여러 고민들을 어루만져주는 느낌이다.

작가님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고민했을까를 느낀다.

그리고 이제 유니폼을 벗고,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마음껏 뛰어 다녔으면 좋겠다.

.

마지막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사실, 정상이 아닐지도 몰라요.'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혼란스러운 것'이 대부분 이겠지만 과연 '정상'이라는 말을 여기에다 사용할 수 있을까? '정상'과 '비정상'을 누가 선을 긋듯이 정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오래도록 자주 꺼내보게 될 것 같다.

한 장면 장면을 보며 위로 받고 읊조리게 되리라.


*책을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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