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의 팡세 - 기독교를 위한 변증, 개정판 Echo Book 7
블레즈 파스칼 지음, 조병준 옮김 / 샘솟는기쁨 / 2018년 2월
평점 :
일시품절


언젠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정도로 오래전 이 책의 서명을 듣고 처음에는 '파랑새'와 비슷한 소설이거라 멋대로 짐작했었다

'팡세'라는 제목이 왠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났던 거 같다

하지만 나중에 저자가 프랑스의 수학자인 파스칼인 것을 알고는 막연하게 가졌던 친근했던 이미지는 이내 사라졌고 내용도 종교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이 책은 점점 더 멀게 느껴졌다


이번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문득 이번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39살에 병으로 세상을 떠난 파스칼이 병상에서 자신의 종교에 대한 생각들을 적은 메모들을 모아서 그의 사후에 출판된 책이라고 하니 자신의 메모들이 이렇게 근사한 책이 되어서 후세에 읽히고 있다는 것이 그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지는 않았을까 생각된다

"인간의 생각하는 갈대다"  너무나 유명해서 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이 명언이 이 책에서 나온 말이고 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팡세"는 "생각, 묵상"을 의미한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왜 이 책의 서명이 팡세인지 알 수 있었다

파스칼은 철학자이자 수학자이고 자신으로 인해 아버지와 누나는 개종을 하였고 동생은 신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온 가족이 파스칼로 인해 기독교 신자로, 그것도 독실한 신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19살에 행정관인 아버지를 돕기 위해 계산기를 발명했다고하니 대부분의 천재들이 가족과의 불화를 겪은 것에 비해 그의 가족들은 서로를 위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인 걸로 생각된다


그의 사상을 읽다보면 그가 회의론자들에게 했다는 주장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하나님을 믿는다고해도 손해 볼 것이 없고, 하나님이 존재한다면 믿음으로써 영생을 얻을 수 있다" 는  부분에서 니체와의 비슷해서 천재들은 역시 통하는 게 있나 싶기도 했다

"인간의 무너뜨리기 위해 온 우주가 무장할 필요는 없다"라는 부분에서는 자연 안의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작은 존재인지 자각하라는 의미로 느껴진다

"행복을 추구하지만 고뇌와 죽음만을 깨닫는다' "행복"이 지상 최대의 과제라도 되는 듯 찾아헤메는 오늘날의 인간에게 허탈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세상의 허무함을 모르는 자는 그 자신이 바로 허무다" 하나님에 대한 신심이 깊었던 파스칼에게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으로 허약하고 무력하며 악한 존재였나보다

"행복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환상에 가깝다 인간은 이를 누리고 지켜낼 힘이 없다"

"호기심은 허영이다. 무언가에 대해 알고자 하는 것은 대부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조금은 허를 찔린 듯하다 지식을 많이 쌓을수록 타인에게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려는 것은 어쩌면 인간의 본성인지도 모르겠다


클레오파트라의 코' 이야기가 이 책에 나오는 것이었다고 한다

솔직히 조금 뜬금없는 느낌이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한 종류는 스스로 죄인이라고 느끼는 의인, 다른 하나는 스스로 의인이라고 느끼는 죄인"

과연 나는 어느 쪽에 속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 지금 세상엔 전자보다 후자가 더 많고, 그 후자들이 경제적인 힘과 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유쾌하지만은 않다


"자신의 비참함을 깨닫고도 하나님을 모른다면 절망에 빠질 수 있다"

"성찬 역시 평범한 음식들 중에 있다." 예수께서 사람들 사이에 계셨던 것처럼 진리도 일반적인 의견들과 차이없이 조용히 있다는 이 말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거 같다

"교회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하나님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뒷부분에 파스칼이 죽기 전에 자신이 몸담았던 수도원과 마찰을 일으켰다는 부분이 나오는데 아마 그의 이런 생각들이 교회나 수도원의 반발을 샀을 것이라 짐작된다


"기적을 믿지 않으면서 이성적으로 믿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진리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위해 그들의 사이를 배회한다" 진리가 배회한다는 표현은 많은 것을 의미하는 거 같다

사탄이 기적을 일으키기에 믿는데 그 사탄 역시 하나님의 피조물이기에 기적을 일으키는 사탄의 능력 또한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개념은 어쩌면 당연하지만 솔직힌 신선했다


246.가지 오류

1. 모든 것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

2. 모든 것을 영적으로 해석하는 것.

종교를 떠나 아마 현대인이 범하는 오류 중 많은 부분이 이 둘 중 하나에 속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금까지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행동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이 두 가지 오류 중 하나이거나 어쩌면 둘다에 속할지도 모르겠다



"유행에 따라 매력의 기준이 변하듯이 정의도 유행에 따라 기준이 세워진다"

흔히들 정의는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정의야말로 그 변화무쌍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물과 똑같이 생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감탄한다. 그런데 정작 실물 그 자체에는 감탄하지 않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 즉 신이 만든 것에는 감탄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빗대어 말하는 거 같다

역시 파스칼다운 날카로운 지적인 거 같다


"인식할 수 있는 존재만이 비참하다. 파괴된 집이 비참한 것이 아니다. 오직 인간만이 비참하다." 사람들을 비참하고 힘들게 만드는 것은 그 사물이 아니라 바로 비참함을 느끼는 인간이라는 이 말은 지금 내가 느끼는 비참함의 근본을 말해주는 거 같아 현실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거 같다

"이성은 인간을 이루고 있는 본성이다. 인간은 이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마지막 문장까지 파스칼은 인간의 이성과 행동에 부정적인 거 같다 그는 이 부정적인 면을 하나님을 믿고 의지함으로써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 거 같다


드디어 파스칼의 "팡세" 를 다 읽었다

"기독교를 위한 반증"이라는 제목에 맞게 종교적인 부분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철학자로서의 파스칼의 모습도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애초에 그는 이 메모들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개종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자들의 신심을 더욱 공고히 하기위해 쓴 것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 기독교 교리를 알고 읽는다면 이해에 더욱 도움이 될 거 같다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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