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저녁식사 1 - 고향, 그리고 달걀말이 마지막 저녁식사 1
후시노 미치루 지음, 김지연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어제 오후에 받은 책을 오늘 다 읽었다

예전같으면 다른 사람들이 어렵다던 인문서보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것이 더 힘들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마음이 복잡할 따면 소설책이 끌렸고 특히 미스터리나 공포라면 더더욱 좋았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꼭 일본의 잔잔한 스타일의 드라마를 보는 거 같았다

짐작건대 스타일이나 내용이 드라마로 하기에 좋은 거 같아서 아마도 몇 년 안에 드라마로 볼 수 있을 거 같다


시작은 어느 잘 나가던 연예인인 이가라시 가이리의 몰락에서 출발한다

꽃미남으로 작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던 이가라시가 유명하고 큰 소속사에 있는 여배우와 스캔들이 난다

밤늦은 시간 술에 취한 여배우와 함께 여배우의 집으로 들어가는 사진이 찍힌 것이다

청순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던 여배우는 이가라시가 자신에게 술을 먹여서 취하게 한 다음 자신의 집에 함께 들어갔다고 발표했고

그녀의 소속사는 힘없는 이가라시의 소속사에게 이가라시의 연예계 퇴출을 강요한다


결국 술 취한 선배 여배우를 집에 데려다준 것이 전부이지만 이가라시는 여배우에게 강제로 술을 먹여 취하게 한 후 나쁜 짓을 한 파렴치한으로 연예계에서 퇴출당한다

엄마처럼 자신들 돌봐주던 소속사의 사장도 자신의 회사와 소속된 다른 배우들을 지키기 위해 이가라시에게 고향으로 가라고 한다

도쿄에서 얼굴도 들고 다니기 힘들 정도로 상황이 점점 나빠졌고 아무도 이가라시의 이야기는 들어주지 않았다

대형 기획사와 잘 나가는 여배우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다


어렵게 고향집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만났지만 화가 난 형으로 인해 다시 집에서도 쫓겨난다

술에 취해 거리를 배회하다 학생 무리와 싸움이 붙고 무지막지하게 두둘겨 맞던 중에 지나가던 밥집 주인인 나츠가미에 의해 구출된다

또다시 스캔들을 더할 수는 없어서 병원도 가지 못하고 나츠가미의 가게에서 구급약으로 처치를 한다

저녁부터 다음 날 첫차가 다닐 때까지만 영업하는 "저녁밥식당"에서의 첫날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얼굴이 알려져서 다니기도 힘든 이가라시를 나츠가미는 아무 말 없이 받아주었고 나츠가미를 도와 식당 일을 하게 된다


이런 구조는 일본 드라마를 몇 편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예상이 가능할 것이다

사람 좋고 실력도 좋지만 뭔가 남모르는 비밀이 있을 거 같은 주인과 사정이 있어 잠깐 머물게 된 남자가 점점 주인과 식당에 매료되어 그 식당의 일원이 되는 그런 류의 이야기 말이다

이 작품도 거기까지는 비슷한데 색다른 등장인물이 나오기 시작한다

바로 식당에 늘 같은 자리에 앉아있는 젊은 유령과 이가리사의 집사가 되기도 하는 안경이다

정확히는 안경요괴라고 하는 편이 맞는 표현인 거 같지만 기왕이면 좋게 안경 요정이라고 해두는 것이 나을 거 같다


가계 주인인 나츠가미는 이 유령이 낯익은 듯한데 이 유명이 이가라시의 유행어에 반응을 보인다

이가라시는 자신의 팬이기도 한 유령이 사라지기 전에 뭔가를 해주고 고민하다 안경 요정을 통해서 유령의 생전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

방송에서 요리프로를 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자신이 한 것은 플레이팅 정도가 전부인 이가라시는 나츠가미의 요리를 보며 요리 자체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자신으로 인해 요리사의 꿈을 가지게 되고 노력했지만 결국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 유령 청년이 곧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생전에 그가 실패했던 달걀말이를 해주기로 결심한다


일본의 달걀말이는 우리나라의 달걀말이와는 맛도 촉감도 많이 다르다

일본 드라마를 보면 항상 등장하는 음식 중 하나가 바로 다시 국물을 섞어서 부드럽고 두껍게 구워낸 달걀말이다

타지 않으면서 너무 익어서도 안되고 달걀물을 반복해서 부어가며 마는 달걀말이는 일본요리에 있어 기초이자 궁극의 요리인 셈이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달걀말이를 만들기 위해 나츠가미에게 방법을 배운 후 밤이 새도록 연습을 한다

학창시절 왕따부터 요리학원까지 힘들게 살다 결국 자살을 한 유령 청년에게 그가 자신에게 특별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좋은 곳으로 가게 해주고 싶었다


무난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소설은 유령을 보는 두 남자가 밤에 식당을 하면서 유령을 만나고 안경 요정으로 매개체로 유령이 가지고 있는 생전의 이야기와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고 그것을 풀어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저자의 이야기를 보니 저자의 데뷔작도 기담이라고 한다

아직 1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앞으로 몇 권이 더 나올지도, 또 이 두 남자가 어떤 이야기를 지닌 유명을 만나 그들의 남은 염원을 어떻게 풀어줄지도 기대된다

1권의 마무리에서 저녁밥 식당의 정식 직원으로 나츠가미의 제자가 된 이가라시의 앞으로의 이야기와 두 사람 아니 안경 요정까지 세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서서히 더워지는 초여름에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왠지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이야기인 거 같다


[이 글은 책콩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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