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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뒤에 숨겨진 사랑
이동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6년 11월
평점 :
문득 생각해봤다
학창시절 내게 있어 "명작"은 그리 관심을 끄는 단어가 아니었다
"명작" 이라는 단어 속에는 "고리타분하고 재미없고 지루한 옜날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박혀있었기 때문이다
고교시절 친한 친구들이 그나이에 당연하다는 듯이 세계문학에 등장하는 유명한 문학작품들을 읽었지만 나는 그런 책들에 눈길조차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책 읽기를 실어하기는커녕 좋아했음에도 고전이니 명작이니 하는 책들에게 거부감이 들었다
명작이라 불리는 책들 중에서는 방학숙제로 나온 독후감 때문에 읽었던 "성채" 였고 원래도 좋아하던 "그리스 로마신화"와 친구들이 손도 대지 않았던 프로이트의 저서들 정도였다
왠만한 명작들은 줄거리를 다 알고 있었기에 친구들과의 이야기에서 크게 문제 되지 않았기에 더욱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거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은 나는 그 시절 읽지 않았던 명작들을 다른 책들을 읽는 틈틈이 읽어보고 있다
"노인과 바다"도 몇 년 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고 괴테의 "파우스트"도 2달에 걸쳐 다 읽었다
그리고 명작이라 불리는 그림, 음악에 대한 책들도 참 많이 읽었다
그 작품 자체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재밌지만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나 상황 등을 아는 것도 재밌었고 한 시대를 대표하는 지식인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남기고 싶었던 것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즐거워졌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그림, 음악 문학작품에서 우리가 흔히 명작이라 부리는 작품들이 세상에 어떻게 태어나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그런 책이다
어린 왕자가 저자인 생텍쥐페리가 자신을 떠나려는 아내 콘수엘로와의 힘겨웠던 사랑의 결과물인 거 같기도 하다
실연의 상처를 가진 생텍쥐페리와 자신의 남편들이 모두 죽었다는 이유를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했던 콘수엘로~
당시 위험천만한 직업을 가진 그가 자신과 함께하면 자신의 전남편들처럼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수없이 이혼을 요구했던 아내와 그런 아내를 이해했고 사랑했기에 죽을때까지 함께했던 남편은 상식적인 선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그들의 사랑방식이었고 아내를 사랑했던 그의 마음은 어린 왕자가 아내의 모습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헤밍웨이의 이야기는 역시나 그의 어머니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거 같다
그의 아버지를 비롯한 그의 남동생과 여동생까지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는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읽어서 알고 있었다
결국 그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으니 도대체 그의 어머니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을 자살로 내몬 것일까
물론 100% 그녀의 책임이 아닐 수도 있다
그들 각자가 처한 상황이 안 좋았다고해서 성인인 그들의 자살을 모두 그녀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헤밍웨이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 자살에 사용한 총을 아들에게 준 거하며 자신에게 글 한 줄 남기지 않았다며 빈정대는 모습은 평소의 그녀가 어떤 아내이고 어떤 어머니인지 짐작이 가게 한다
차이콥스키와 루벤스의 인생은 참으로 비교가 된다
두 사람 다 아내가 있었지만 루벤스에게 아내들, 두 명의 아내 모두 현모양처였을 뿐만아니라 그의 예술 활동을 외적으로 내적으로 서포트해주며 뮤즈 역할까지도 완벽하게 해낸 존재들인데 비해 차이콥스키의 아내는 끝까지 남편의 괴롭힌 악마 같은 존재였으니 인생이라 정말이지 불공평한 거 같다
차이콥스키의 후원자였던 백작부인과의 마지막 또한 그녀의 자식들이 유산이 줄어들까봐 중간에 편지를 없앤 것도 모르고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오해 속에 자살을 가장한 독살을 당한 그의 인생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그의 음악에서 느껴졌던 서글픈 정서가 단지 러시아라는 나라가 지닌 암울한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뛰어난 재능과 외모, 성격까지 좋아서 사람들과 신,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라파엘로였지만 그의 단 하나의 사랑은 결국 이루지지 않은 듯하다. 미켈란젤로와 다빈치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일이라 신기할 것도 없었지만 미켈란젤로의 그 오만함이 자신을 지켜내는 유일한 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미켈란젤로처럼 자신에게 빈대처럼 붙어서 살고 있는 가족+친척까지는 없었으니 언제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었던 거 같다
지금까지 그림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문학작품을 읽을 때면 그 작품을 만들어낸 제작자가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있을지도 모르는 비하인드스토리에 대해서는 큰 관심이 없었다
폭풍의 언덕을 읽었을 때 느꼈던 그 불편함과 황량함이 에밀리 브론테가 살았던 고향집과 그녀의 힘든 생애가 그 작품에 묻어나서였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거 같다
피카소의 작품 속에서 느껴지던 그 기괴함과 단편적이며 어딘가 잘려버린 듯한 느낌은 단순히 그의 작품이 그래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지금 명작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작품들이 그 작품을 만든 작가들 중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사랑에 대한 설렘이기도 했고 또 자신을 아프게 했던 사랑의 결과물이기도 했으면 자신의 버린 사랑에 대한 원망기도 했을 것이다
또한 그들의 작품들이 당시 자신들이 처했단 끔찍한 삶에서 그들이 꿈꾸던 유일한 희망이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음악가 편에서 이 책에서 저자가 알려준 명연주들을 찾아서 들어보고 싶어진다
<오타> p.244 마지막줄 - 경보가 울리자 명사들이 ->경보가 울리자 병사들이
p.358 끝에서 둘째줄 - 이중적 연애정 행각 ->이중적 애정 행각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