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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풍경 - 지중해를 물들인 아홉 가지 러브스토리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1
시오노 나나미 지음, 백은실 옮김 / 한길사 / 2003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만 봐서는 그저그런 연애소설인가 싶지만 저자가 시오노 나나미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
나온지 13년이나 된 책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인터넷서점에서 시오노 나나미의 신간이 나왔나 싶어 찾아보던 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혹시나 도서관에 있나 찾아보니 역시나 없다
왜 내가 보고 싶은 책들은 도서관에 구비되어 있지 않은 건지 ㅎㅎ
뭐 이번에도 희망도서로 신청을 해두고 기다렸다
한 달이 조금 지나 거의 두 달이 다 되어갈 때쯤 드디어 책이 들어왔다는 문자를 받았다
의외로 그다지 분량이 많지는 않은 책이었다
아홉 가지 이야기가 거의 팩트라고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끔찍하기도 하다
한 나라를 다스리던 수장의 아내가 되었지만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죽은 뒤에는 시동생에 의해 철저하게 삭제되어 버리는 이 여인은 살아있을 때 남편의 사랑을 받았고 자신도 한 나라의 안주인으로 역할을 잘해냈으니 그것으로 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귀족 가문의 딸로 용병 장군의 아내가 된 여인의 이야기는 정말로 끔찍하다
스스로 자조한 일이기도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에드거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가 생각났다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남편을 무시한 것도 모자라서 부정까지 저지른 부인에 대한 남편의 복수는 어쩌면 이해가 간다
고문을 하고 산 채로 벽 속에 넣어서 굶어죽이는~
지금도 종종 이탈리아에서는 집 수리를 하다 보면 벽안에서 이런 오래된 유골들이 발견된다고 하니 멋들어진 이탈리아의 고택들이 이젠 그리 멋있게만 보이지는 않을 거 같다
베네치아의 귀족 부인이 타락하는 이야기가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지도 모르겠다
베네치아에 왔던 피렌체의 젊은이가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우아한 귀족 부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부인의 초상화를 원해서 딴에는 부인과 절대로 어울리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부탁한 화가에 의해 부인이 타락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는 부인에게 답장이 없자 부인이 찾아 화가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그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모양새로 화가와 있는 부인을 보게 된다
화가의 연인이기도 한 창녀까지 합세한 그들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우아하고 아름담고 고귀했던 자신의 연인이 그토록 천박한 거리의 여자 취급을 당하면서도 천한 신분의 화가가 하라는대로 하는 부인의 모습은 어쩌면 인간의 내면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거 같기도 했다
결국 화가 난 젊은이는 화가를 죽이고 도망자 신세가 되어 인생을 망치지만 그 우아한 부인은 원래 자신의 생활로 돌아갔던 것으로 기억난다
마지막으로 여성 교황에 대한 이야기는 괘나 흥미롭다
탄생부터 평탄치 않은 조반나는 수녀원에 들어가지만 수도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같이 수도원을 도망쳐 살다가 우여곡절 끝에 교황청으로 들어오게 되고 뛰어난 학식으로 교수가 된다
그리고 교황까지 된다는 이야기인데 최초의 여성 교황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기는 하지만 교황청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고하니 진실인지 아닌지는 의문이라고 한다
아흡 가지 사랑 이야기는 대부분이 끝이 그다지 좋지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