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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어쩌면 당신도 마주칠 수 있는 순간들 79 - 바르셀로나와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김영주 지음 / 생각을담는집 / 2016년 6월
평점 :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무엇일까??
누군가는 축구일 것이고 누군가는 건축가 가우디와 그의 유작이기도 한 건축물 "성파밀리아 대성당"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정열적인 스페인의 정서와 강렬한 햇볕과 안달루시아의 오렌지일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인상적인 스페인은 지금까지 읽어왔던 여느 여행기와는 조금 달랐다
지금까지 읽었던 여행기들이 주로 스페인의 문화적 요소들과 역사, 지리적 특징 등의 정보 위주의 책이었다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들과 그녀가 아닌 그들 부부가 만난 순간순간들이 담겨 있었다
책 중간에 저자는 말한다
여행을 하면 그곳에 있는 모든 것들을 보기 위해 바쁘게 일어나 돌아다니지만 굳이 그렇게하지 않고 그곳의 일상을 즐기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라고~
어제 읽었던 다른 책에서도 그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외국 여행 특히 배낭여행을 가면 최소한의 시간을 들여서 최대한 많은 유적과 문화재들을 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케줄로 꼼꼼하게 짜지만 그 조급함이 어쩌면 여행을 망칠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은 비 오는 대로 그저 근처 시장이나 유명하지 않은 지방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다녀보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인 거 같다
저자는 남편인 안식년을 맞아 함께 스페인 여행을 나선다
파리에 소매치기가 많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역시 관광객이 많은 스페인도 만만치가 않다고 한다
스페인 도착한 날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노인의 일상을 본 저자는 "그들에게는 일상이지만 내게는 일탈이다"라고 말한다
여행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생각된다
예전에도 여행 프로에서 비슷한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여행은 그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것이라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일상이지만 여행자에게 그들의 일상은 일상이 아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순간일 것이다
"뼈들의 집"이라고 불리는 가우디의 작품 카사바트요에 대해 "꽃보다 할배"에서도 들었지만 가우디가 왜 그런 형태의 건물을 지었는지에 대해 성 게오르기우스의 전설과 건물 곳곳에 대한 설명을 읽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지붕과 발코니의 특별한 모양들에 대해서 신기했다
저자와 동행자인 T가 함께 보러 간 콘서트도 인상적이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매년 "신년음악회"를 보러 오스트리아의 빈으로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한 공연을 할 수 없는 좋아하는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여행의 의미가 더 깊어질 것이다
가우디가 영혼을 담아지었던 성파밀리아 대성당을 이야기하는 편에서 이 성당의 건축을 의뢰인이 신이라서 서두르지 않는다는 가우디의 말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었다
최초의 건축가는 이미 세상을 떠나 성당에 영원의 안식처를 마련했고 지금도 후세의 건축가들이 이어가고 있으며 아직도 그 공사는 진행 중이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신의 성당을 지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이 의뢰인은 정말이지 인내심이 대단한 거 같다
며칠 전에 읽었던 스페인의 화가 "벨라스케스"가 이 책에서도 등장한다
그가 자신에 대한 기록을 거의 전혀 남기지 않은 것은 어쩌면 유대인일지도 모른다는 이유도 있다고 했지만 그 유명 화가의 무덤이 아직까지 어디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의외였다
그의 유해가 묻혔을거리 추정되는 지역이 지금은 주택가가 들어섰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 특히 유작에 대한 글을 읽어서 그런지 궁정화가로서 너무 열심히 일하다가 과로사했을지도 모른다는 굴을 읽어서 그런지 오로지 자신이 모시는 왕의 일가와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이 위대한 화가에게 멋진 무덤 정도는 남겨줬어도 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름조차 알지 못 했던 카디스의 해변에 놓인 의자들을 보니 그곳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가 느꼈을 푸르른 날이 한없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연금술사의 배경으로도 등장했던 탕헤르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그 작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이 생각나기도 했다
오래된 궁전이나 성들을 국영 호텔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는 것은 전에도 책에서 본 적이 있지만 그 아이디어도 그곳을 구경으로 운영한다는 것도 참 좋은 생각인 거 같다
현대식 건물로 그저 멋지게 높게 그리고 비싸게만 지은 우리나라의 호텔들이나 관광지의 숙박시설에 대해 생각하면 이런 국영 숙박업소는 더없이 부러워진다
저자가 만났던 79개의 순간들은 여행자의 설렘도 있었고 그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지나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거리감과 그 거리감에서 느껴지는 편안함도 있었다
그곳에 사는 사람이 아니기에 더욱 절실하고 더욱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은 여행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스페인도 좋았지만 그저 동네를 산책하거나 아무도 없는 바닷가 공원을 거니는 것으로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스페인의 하루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적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