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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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모르겠지만 현대는 화가가 죽으면 그가 그린 그림의 가격은 높이 치솟는다

특히 화가가 생전 마지막에 그린 그림이면 화가의 마지막 영혼이 깃든 유작이라는 이름하에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방법으로 미술품 재테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화가가 말년에 그린 그림은 전성기에 비해 당연히 질적으로 떨어질 것이다

고흐처럼 젊은 나이에 자살이나 병으로 갑자기 죽은 경우가 아니라면 신체적 정신적 능력이 다한 노년에 그린 그림이 걸작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물른 그동안 숙달된 기술은 최대치겠지만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떨어짐은 당연한 것이다


이 책은 화가들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에 대한 책이다

첫 시작은 아름다운 도시 피렌체에서 메디치가의 지원을 받으며 "비너스의 탄생", "봄" 을 그린 보티첼리의 이야기이다

보티첼리가 메디치가의 후원으로 인문학 교육을 받아서 당시의 화가치고는 괘 유식해서 그의 작품에 숨겨진 심오한 이야기가 당시의 교양인을 구별짓는 잣대가 되기도 했다고 한다


메디치가의 후원 아래 반짝이는 삶을 살았을 거 같은 보티첼리가 말년에 자신을 후원해준 메디치가를 몰아낸 수도사 "사보나롤라"에 빠져서 자신의 화려한 화풍도 버렸다고 한다 

그의 마지막 작품에 대해서도 처음 알았다

전성기의 빛을 완전히 잃어버린, 아니 스스로 버린 그의 작품은 앞선 대표작들과 비교하면 동일인물이 그린 작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작품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의 노후에 대해서는 처음 알았다


라오콘이라고 하면 미켈란젤로의 작품만 생각해서였는지 엘 그레코의 그림 '라오콘" 조금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라오콘은 그 내용은 알고 있지만 그렇게 섬찟하게 보이지는 않았는데 이 엘 그레코의 라오콘은 죽음을 당하는 트로이의 제사장 라오콘과 아들들의 비극적 결말을 잘 표현되어있는 거 같았다

종교화를 주로 그린 스페인의 화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가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한 작품을 마지막에 남겼다는 것이 신기했다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에서 주인공 네로 생의 마지막에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림을 그린 화가 루벤스의 마지막 작품도 앞서 그의 유명한 작품들에 비해서 너무나 달랐다

자신의 화려한 인생처럼 늘 근사하고 거대한 그림을 주로 그렸던 그가 그렸다고 보기엔 너무 어둡고 평범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림은 마지막까지 무난한 아니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아냈기에 가능한 거 같기도 하다

외교관으로 궁정화가로 잘나는 공방까지 운영하며 귀족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렸다고 생각되지만 역시 평민인 그가 귀족들 사이에서 그들의 눈치를 살피며 피곤한 삶을 살았다고 하니 겉으로만 봐서는 그 사람의 인생은 모르는 것이다

 

"시녀들"의 화가 벨라스케스~

그의 그림 속 왕녀 마르가리타가 나중에 자신의 삼촌과 결혼하며 20대에 요절을 했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정작 화가 벨라스케스에 대해서는 수수께끼 투성이라고 한다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그 이유 중 하나 유대인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고 하니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그가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또한 이제는 꼬마가 아닌 소녀가 된 왕녀 마르가리타라는 점도 신비하게 느껴진다

그가 그린 이 왕녀의 그림은 총 네 점이 있다고 한다  


루벤스의 벽을 넘지 못해 영국으로 떠난 화가 반 다이크~ 그의 이름이 붙은 수염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 수염의 주인인 찰스 1세로서는 조금은 억울한 일일 거 같기는 하다

벨라스케스와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자신에 대해 함구하며 일에만 열중했던 벨라스케스에 비해 반 다이크는 화려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당시에 이미 거장이었던 루벤스와 동등한 입장에서 공동작업도 했다고 하니 그 능력과 자신감이 돋보인다

  

나폴레옹의 화가 다비드, 마리 앙투와네트 왕비의 화가 비제 르브룅, 베르메르가 아닌 페르메이르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지만 역시 마지막에 장식한 고흐의 유작인 "까마귀 나는 밀밭"은 단연 압권이다

몇 년 전에 다녀온 고흐 미디어전에서 이 작품은 밀밭 그림이 반원에 펼쳐져 있고 까마귀가 날아가니고 있었다

그때 데리고 갔던 조카도 최근에 학교에서 고흐를 배웠다면서 이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며칠 전에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자의 말대로 그에게 동생 테오는 천사이자 유일하게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사람이었지만 테오에게 고흐는 참으로 골치 아픈 존재였을 거 같다

결과적으로는 고흐 덕분에 테오의 존재도 역사에 이름을 남겼으며 그의 후손들이 고흐의 작품들 덕분에 지금까지도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고 있으니 미래를 위한 투자였던 셈이지만 말이다

테오의 후손들은 정말이지 조상하나는 잘 둔 셈이다


재밌는 책이었다

너무나 유명한 화가들이라 그들의 작품은 어지간하면 다 한 번은 보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 유작들 중 아는 작품은 몇몇 작품이 되지 않았다

화가를 알고, 그가 그린 그림을 안다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 화가의 인생에 대해 아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명 화가들의 인생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으며 그들의 마지막 그림들을 보면서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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