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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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자가 강한 것이다

작품에서 약해 보이기만 한 주인공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난 뒤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학자인 다윈의 이 동명의 책에서 그가 가장 중점적으로 말한 것은 적자생존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의 주 내용은 주인공의 적자생존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첫 시작은 묘한 느낌의 모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잠에서 깨어난 아들 유진은 자신의 손에 묻은 핏자국과 피범벅이 되어버린 옷차림에 놀란다

하지만 자신의 방인 2층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더욱 놀라운 광경이 벌어져 있다

자신의 어머니가 엎드린 채로 계단 옆에 쓰러져있었고 어머니의 피가 만든 피웅덩이에~ 자신이 잠든 동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도저히 모르겠다


집안을 살펴본 결과 외부로부터의 침입의 흔적이나 도둑이 든 흔적은 없다

그렇다면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은 누구란 말인가??

자신의 기억을 서서히 더듬어 가는 유진은 어머니의 방에서 십 년 전부터 어머니가 써온 일기장 비슷한 메모를 보게 된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가 자신을 미행해 왔다는 사실과 그 메모의 대부분이 자신에 대한 관찰기록 같은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세상 어느 어머니가 다 큰 스물여섯 살 아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미행하고 컨트롤하려 한단 말인가

통금 시간까지도 있는 이 말도 안 되는 현실은 유진의 병 때문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수영을 했던 유진은 수영 대회 중에 발작을 일으켰고 그 후 어머니의 강요에 의해 수영선수를 그만두었다

수영은 공부나 운동 모든 것에서 형 유민에게 뒤졌던 유진이 유일하게 형을 이긴 단 한 가지였다


한 살 위의 형 유민은 유진과는 성격부터가 다른 밝은 성격으로 주위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었다

어머니도 또한 유민이 살아있을 때는 유진에게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 형이 죽은 건 16년 전 유진이 10살 때였다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자신을 대하는 어머니가 이상해진 것은, 자식인 유진에게 보이는 적대감과 공포감 또한 그때부터였다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거실에 쓰러져 있는 어머니의 시신과 어머니의 메모를 읽으면서 서서히 자신의 과거의 일들을 생각해내면서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가는 듯한다 

형과 아버지의 죽음~ 그 후 자신에게 엄격해진 어머니, 자신의 주치의이기도 한 이모, 그리고 형과 꼭 닮은 친구이자 형제인 해진 그리고 자신에게 포식자의 기쁨을 안겨준 진주 귀걸이의 주인까지 이 사람들을 직접 죽이거나 죽게 만들면서 유진은 살아남는다


어린 시절에 그린 그림을 본 이모가 한 이야기를 믿지 않았던 어머니는 형 유민이 죽던 날 유진이 형을 바다로 미는 것을 보고 이모에게 상담을 받게 하고 유진에 대한 일을 전적으로 의지하게 된다

정신과 전문의인 이모는 유진의 진단 결과 사이코패스의 최상위게급인 '프로테터"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려주며 그가 무해한 인간으로 살기 위한 치료를 시작하고 약물 또한 처방한다


약을 먹게 되면서 유진은 생활은 엉망이 된다

수영 기록은 떨어지고 많은 부작용에 시달린다

약을 끊으면 발작의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예전의 자신이 가졌던 최상의 컨디션이 된다는 것을 알고  가끔씩 어머니와 이모의 눈을 피해 약을 끊기도 한다


약을 먹지 않은 날이면 밖으로 나가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포식자~

자신의 집이 위치한 신도시의 칙칙한 어둠이 내리고 인기척이 드문 밤에 혼자 밤늦게 귀가하는 가엾은 사냥감을 기다리고 뒤를 따르면서 사냥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흥분할 수 있는 유일한 일임을 알게 된다

자신을 향한 공포의 눈빛을 보며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희열을 느끼는 그런 존재가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절대 악이 존대한다면 바로 이 "유민" 일 것이다

목적 같은 것은 없다

악을 행함에 있어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처음 길에서 만난 여자를 죽이고, 그 사실을 추궁하는 어머니를 죽이고, 어머니를 찾아온 이모마저 죽이고,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자수를 권하던 해진까지 바다에 수장시키고 자신이 지은 범죄들까지 죽은 해진이 뒤집어쓴 채 일은 마무리된다

이 모든 관계에서 늘 약자이며 피보호자였던 유진이 결국은 모두를 잡아먹은 포식자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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