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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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의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대학시절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에게 받은 생일 선물이 바로 이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초판이었다.

이 개정판에서 "소금"으로 나오는 부분이 "소금인형"으로 나와있던 책인 셈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책장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몇 주 전에 책을 정리하는데 그 책이 보이지 않았다


작년이었나 가장 최근에 나온 시인의 시집을 서평단으로 받아서 가지고 있지만 첫 만남이 중요하듯이 내게도 "류시화"라는 시인을 알게 해준 이 시집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 거 같다

그래서 책을 받아들고 그 시절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이제 시간이 지나 "소금인형"을 "소금"으로 바뀌었지만 그 시절보다 그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들어간 "소금"이 더 아파온다   


이미 읽었던 시집인데도 망각의 세월을 지나서인지 몇 편을 제외하고는 마치 처음 잃어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읽다 보니 그 시절의 느낌들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 같은 시들도 있고, 또 그 시절보다 더 아프게 느껴지는 시들도 있었다


"삶에서 너처럼 오직 한가지 대상만 찾고 싶다"

p.37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라는 시에서 시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금은 코믹해 보이는 제목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더욱 이 구절이 아프게 와 닿았나보다

나도 시인처럼 삶에서 한 가지만을, 아니 한 가지라도 찾을 수 있는 고구마가 부러웠다


희망 없는 날들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나는 말하고 싶었다

p. 40 <첫사랑> 중에서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시구가 전해주는 서글픔을 알 거 같았다


그냥 계속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것을

그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것을

p.44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중에서

 아. 나는 나를 데리고 자꾸만

어디로 가고 있는가

p.61 <구름은 비를 데리고> 중에서

눈을 깜박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다 

p.69 <자살>중에서

잠시였지만 숨이 막혔다

누구나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순간이라도 죽음을 생각해봤던 이라면 아마 이 시구에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잊고 있었던, 잊고 있다고 믿으며 잊고 싶었던 그 아픔이 다시 심장을 관통하는 기분이었다


잠들면서까지 살아갈 것을 걱정하는 자와

죽으면서도 어떤 것을 붙잡고 있는 자를

나는 보았지

p.83 <길가는 자의 노래> 중에서

 시인의 시는 불교적 색채가 강해다 그래서 나는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종교적 평온함을 추구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백은 정직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직할수록 고백은 아프다.

p.85 

지난주에 우연인지 예전에 이 시집을 선물로 줬던 친구를 만났다

먼 곳에 살기에 몇 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하는 친구와의 우연한 만남도 이 책과의 재회도 무언가 인연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한국의 시인들 중 교과서에 나오는 시를 제외하곤 유일하게 읽는 시인의 좋아하는 시집을 다시 두고두고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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