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인간, 다윗 - 영웅과 죄인이 교차하는 한 인간의 초상
데이비드 울프 지음, 김수미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책의 표지에 있는 작품은 아마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으로 유명한 다비드 일 것이다

남성의 인체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대리석상으로 앞서 누군가가 조각을 하다가 포기한 대리석상을 미켈란젤로가 조각해낸 천재의 작품임을 유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라고도 한다

이 다비드 상이 바로 다윗을 조각한 것이다

다비드와 다윗이 같은 인물을 말하는 이름이라는 것은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괘 많다

 

다윗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골리앗과의 대결이 떠오른다

거인 골리앗을 이긴 작은 소년 다윗~~

예전에 읽었던 어느 책에선가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읽은 기억이 난다

눈이 나쁜 골리앗의 약점을 파악하고 자신의 장기인 돌팔매질을 제대로 사용하여 이긴 다윗의 전술을 대기업에 대항하는 중소기업에 비유해서 괘 재밌고 인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었다

 

이 책은 읽는 동안 그저 골리앗을 이긴 소년으로만 알고 있던 다윗이 지닌 성장 이야기부터 전왕이자 장인이 되기도 하는 사울과의 대립 그리고 왕이 된 후의 그가 지닌 다양한 고민들과 문제점들을 알 수 있었다

성경에 나오는 시편의 저자가 다윗이라는 것도 참 신선했다

성경을 늘 창세기 편에서 중도 포기하는 나로서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어 좋았다  

 

골리앗을 물리친 덕분에 왕이 된 줄로만 알았던 다윗이 하느님의 선책에 의해 사울과 만나고 처음에는 사울의 궁중음악가 같은 역할을 했다는 것도 의외였다

하느님의 기름부음으로 초대 왕이 되었지만 자신보다 잘난 다윗을 향한 질투 어린 행동들이 권력을 잃어가는 그를 더욱 비참하게 만드는 거 같았다

모두를 다윗이 되고 싶지만 우리들은 대부분 사울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보다 잘난 후계자를 보면서 불안해하고 또 그를 적대시하며 급기야 죽이고 싶어 하는 모습은 스스로가 나약한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한 거 같다

 

친아버지에게조차 인정받지 못한 다윗이 선지자 사무엘의 기름부음을 받고 민족의 왕이 될 수 있었던데는 여려가지 요인들이 있다

단순하게 기름부음을 받았다고해서 그를 왕으로 받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책 속에서 다윗은 영악하고 용감하지만 연약하고 욕심 많은 인간임을 여실없이 보여준다

왕이 되기 전에 사람들의 신임을 얻는 모습들에서 그의 재능을 한껏 펼치기도 한다

 

사울의 딸 미갈과의 결혼으로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왕위 계승자 1순위인 사울의 아들 요나단으로부터 대단한 우정을 얻어낸다

아버지 사울이 다윗을 죽이려 할 때마다 다윗의 살길을 마련해주고 아버지와의 대립조차 불사하며 다윗을 왕위에 올리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하는 것이 바로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다

왕이 된 뒤 미갈과의 사이도 소원했으며 밧세바를 얻기 위해 자신의 장수를 음모에 빠트려 죽여버린 다윗이 생애 동안 가장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 바로 이 요나단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에서도 등장하지만 렘브란트의 그림 중에 다윗에게서 받은 편지를 들고 있는 밧세바를 그린 그림이 있다

목욕 중이던 밧세바는 자신을 궁으로 부르는 다윗의 편지를 받고 고민하는 그림이다

자신의 능력과 주위의 도움 특히 하느님의 도움으로 적들을 자신의 손이 아닌 다른 이들의 손으로  처단하며 사울을 이긴 다윗이 왕이 된 후의 행보 또한 문제가 많은 어쩌면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윗을 보고 성경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그는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힘든 성향의 인간이었다

어린 시절의 그는 용감하고 똑똑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다정하기도 한 소년이었지만 사울의 핍박과 거친 도망자 생활을 하면서 서서히 왕의 자리에 대한 욕심과 자신의 적들에 대한 분노를 적절히 감춰가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능수능란한 전략가의 모습이 되어간다

 

그리고 드디어 왕이 된 후의 그는 강력한 왕권을 지닌 왕기도 했지만 그의 평생의 꼬리표가 되는 밧세바와 불륜과 여인을 얻기 위해 지금으로 말하면 갑질의 극치를 보이며 여인의 남편을 죽게 만든다

정말 치사한 방법으로 말이다

과연 이런 왕을 위해서 전장에서 죽어간 밧세바의 전남편은 얼마나 억울할까~~

충성을 다했는데 결국 아내도 빼앗기고 목숨까지 잃었으니 말이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다윗과 밧세바 사이에서 위대한 왕 솔로몬이 태어났으니 그나마 핑곗거리는 될 것 같기는 하다

게다가 솔로몬은 부적절한 관계가 아닌 밧세바가 다윗의 정식 부인이 되어서 태어난 아들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표지에 "영웅과 죄인이 교차하는 한 인간의 초상"이라고 되어있다

젊어서는 영웅의 모습이 강했던 그는 나이가 들어서 특히 자신의 자녀들의 문제에 대해서는 딱할 정도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아들이 이복 여동생을 강간하고 그 여동생의 친오빠가 다시 그 형제를 죽이는 것도 방치하고 형제를 죽인 아들이 반역자가 되도록 행동하는 모습은 그 어떤 영웅도 자신의 자식 문제에는 어쩔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솔로몬과 왕위쟁탈을 하게 되는 아들도 역시나 다윗의 안일한 대응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이나 마찬가지니까 말이다

밧세바는 솔로몬이 위대한 왕이 되었으니 그나마 정당성을 찾은 거 같기도 하다

 

미켈란젤로의 아름다운 대리석 조각상 다비드는 이제 골리앗과의 전투를 준비하는 긴장된 모습의 그저 미소년일 뿐이지만 이 미소년이 수많은 시련을 거쳐 위대한 왕이 되는 이야기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지금까지 내게 다비드와 다윗은 다른 인물이었던 거 같다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매치가 그리 간단하게 이뤄지지 않았었다

 

책을 통해서 성경 속의 용감한 왕 다윗은 수금을 타는 아름다운 소년에서 거인을 물리친 용감한 청년으로 왕 사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기와 전략과 하느님의 도움으로 왕이 되었지만 어떤 때는 야비한 남자이기도 했으며 자식들의 문제에 한없이 무방비로 대처했던 무능한 아버지의 모습의 보이기도 한다

성경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다윗이 지닌 문제적 모습들이 영웅이 아닌 보통의 사람이 지닌 문제들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타] p82 5번째 줄 아니었다 싶다 -> 아니었나 싶다

          p113  2번째 줄 그릇된 행동했다 -> 그릇된 행동을 했다

          p136  7번째 줄 사람도 죽였거든 하물며 -> 사람도 죽였거늘 하물며 

 

[이 글은 <미래의 창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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