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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 - 하버드대 최고 인류학자 아서 클라인만의 위대한 수업
아서 클라인만 지음, 이정민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서명을 본 순간~ 잠시 멍해지는 거 같았다
내 삶의 결정하는 것들이라~~
책의 상세 설명을 보다가 네 가지 물음에 답을 묻는 문항이 있었다
책을 보기전에는 그저 일반적인 문의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바로 이 질문들이 이 책의 주된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이 네 가지 문항 중에 나를 배신한 동료를 오지로 보내는 질문에서 고민을 했었다
웬만해서는 타인의 인생에 깊게 관여하고 싶지 않고 굳이 남에게 원한을 살만한 일을 해서 그 사람과의 사이에서 좋건 나쁘건 인연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다
아마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괘 오래전에 봤던 일본 시사 토크 프로그램의 영향이었다
당시 일본어를 알아듣기 시작한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막이 없는 그 프로를 봤었고 그 프로에서 일반적인 살인이든 복수이든 누군가를 죽인다는
것은 그 피해자와 가해자가 끊임없는 인연을 맺는 것이라는 어느 패널의 말이 너무나 강인하게 각인되었다
죽이고 싶을 만큼 싫은 사람과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 연을 맺는 일이라니~~
지금도 당시에도 그것만큼 끔찍한 일은 없는 거 같았다
책의 첫 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때 생각했던 부분들이 생각났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고 하나 무장도 하지 않은 일본인 군의관을 죽인 원스럽 코헨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는 스스로 아무리 정당화를 하려 하지만
스스로의 행위가 잘못이라는 것을 느끼는 죄책감의 발현이라고 생각되었다
전쟁이니까~ 적군이니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스스로가 전쟁이라는 광기에 휩싸여 죄 없는 선량한 사람을 죽였다는 것은 이 이야기처럼
살아가는 내내 스스로를 괴롭힐 것이다
처음에는 하버드대학의 최고 인류학자라는 저자의 소개에 평소에 접하던 강의 스타일의 인문학 저서라고 생각했었는데 읽다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차이가 많은 책이었다
인문학 기본서가 아닌 정신과 임상의의 기록 같은 책이었다
저자가 진료 아니 상담했던 특별하고 인상적인 케이스의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문제점과 극복하는 모습들을 독자들에게 알려주면서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의 조금은 극단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는 거 같았다
다음 사례는 이디라는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현장요원의 이야기였다
누구나 멋진 이상을 꿈꾸며 일할 거 같은 비정부기구의 참상에 대해서 알게되었다
어느 조직이나 책상머리에서 일하시는 윗분들의 이상은 항상 자신들의 위상과 이익만 있나보다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만 같은 수많은 기구들의 현실이 이렇다면 큰돈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기부했었던 스스로가 순진했으며 멍청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 같았다
아마도 이디라는 이 사람이 하는 고민은 이런 기구에서 일하는 현장요원들이 대부분 겪게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을 위해 내 목숨까지 걸고 그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는 그 생각 하나만으로 모든 불편과
위험을 무릅쓴다는 것도 힘들지만 자신들이 현장에서 하는 일들이 상부에서는 그저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와 기부금을 끌어 모으기 위한 이슈거리일
뿐이라는 것이 일을 더욱 힘들게 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읽었던 사례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역시나 처음 책의 설명에서 머뭇거리게 했던 질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국인 의사인 얀종슈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험에 처허게 만든 친구였던 수웨이칭에게 복수할 기회가 왔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하지만 뒤에 수웨이칭이 하는 짓거리를 들을 보면 결과적으로 그는 그때 복수를 했었어야 했다고 생각된다
그가 그 기회를 놓아줌으로 얀종슈는 자신을 도와주었던 서기에게까지 피해즐 입히게 되고 결국 자신의 병원도 잃게 되니 말이다
저자는 그가 복수를 하지 않은 것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수웨이칭을 제외한 다른 다수의 이들을 위해서라도 얀종슈는 그를 그때 오지로
보내 다시는 높은 지위에 오르기 못하게 했어야 했다고 생각된다
이 이야기를 읽기 전에 머뭇거렸지만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내가 그를 용서함으로 인해 다른 이들까지 피해를 보게 된다면 그리고 이런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인간이라면 절대로 복수를 기회를 그냥 놓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수웨이칭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이해를 하는 것과 그가 한 행위들을 용서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저자의 인턴 시절의 연구만을 중시하는 교수의 이야기도 그렇고 저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게 되었던 하수도 수리공의 이야기들은 읽으면서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자신이라는 확신은 점점 엹어지는 거 같았다
책에서 등장하는 사례들이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평생을 일본인 의사를 죽인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자신의 힘의 한계를 느꼈던 이디도 질 나쁜 인간을 믿은 대가로 아내를 잃고 가족 전체가 불행에 빠졌던 중국인 의사 얀종수의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을 결정짓는 것들이 우리 자신의 의사나 결정이 아닌 다른 무언가에 의해 된다는 무력감마저 들게 한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나 에이즈에 걸린 후에 인생을 멋지게 바뀐 샐리라는 여성의 이야기는 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당신 자신의 마음가짐과
행동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주는 거 같다
생각해보니 왜 이들의 이야기가 뒷부분에 나오지는 알 것도 같았다
저자가 가장 먼저 말했듯이 삶은 불확실하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이 가장 힘을 발휘하는 부분은 사람을 불행에 빠뜨릴 때인 거 같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으로 인해 불행에 빠진다고 모든 결말이 불행하게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해주고 싶어 하는 거 같다
뒷부분에 들려주는 사례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거 같다
"아사시의 프란체스코"라는 성인이 한 말이 말이다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어가는 용기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겸허한 마음과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생각해보면 이 책의 중반 이후에 실린 사례들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들이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기 위해 힘들지만 노력하는 삶을 살았던 아니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을 돈줄로만 여기는 끔찍한 와이프와 두 딸과 자신의 연금을 위해 짜증나는 쓰레기 상사를 참고 견디는 하수구 수리공도 그렇고 에이즈에
걸렸지만 오히려 병에 걸리기 전보다 활동적이며 타인을 위해 도움이 되는 사람을 살고 있는 여류화가도 그렇다
저자가 비행기에서 만난 종교인이나 뛰어난 학자인 리버스의 이야기는 솔직히 그다지 공감이 가거나 감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처음에 생각했던 인문서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조금은 특히 뒷부분의 리버스의 이야기에서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잠시 잊고 있었던
이야기며 예전에 읽었던 다른 책들도 생각났다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