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카트 멘쉬크 그림 / 문학사상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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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어려운 인문서들을 연달아 읽다 보니 머리가 과부하에 걸린 거 같았다

그것도 모자라서 안 돌아가는 머리에 예전에 하다 만 바둑 공부에 낯설다 못 해서 생소한 프랑스어 공부까지 하고 있으니 하루하루 머릿속이 엉망진창이 되고 있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시기에는 잠시 쉬어가는 타임이 필요한 거 같다

 

나는 주로 이럴 때 여행서적이나 에세이 특히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즐겨 읽는다

물른 양이 괘 되는 책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200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들이라 머리를 식혀주는 용도로 자주 읽곤 한다

에세이도 좋지만 이렇게 가끔 만나는 하루키의 단편은 그렇지않아도 독특하신 이 하루키 아저씨의 장기가 돋보이는 거 같다

작년 9월인가 10월에 우연히 발견하고 도서관에 신청했던 책이 어제 들어왔다고 해서 들렀다

 

예약해둔 책도 있고 해서 한꺼번에 들어온 괘 많은 양의 희망도서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이 책을 골랐다

나머지는 다음번을 기약하면서~~

열람실로 올라가서 프랑스어 공부를 하다가 순간 머리가 멍해졌고 잠시 이 책을 꺼내서 읽었다

도서관에서 읽는 이상한 도서관이라~~

 

주인공은 지금의 나처럼 시립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가 도서관 지하의 이상한 열람실에 가게 된다

오스만 튀르크 제국의 세금에 대한 책을 찾던 주인공에게 사서는 지하 자료실로 가라고 한다

도서관이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가지만 생전 처음으로 있는지도 몰랐던 도서관의 지하로 내려간다

그곳에는 노인이 지키고 있었고 주인공이 원하는 종류의 책을 찾아준다

하지만 그 책들은 대출금지도서였고 이곳에서 열람을 하는 것만 가능했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 주인공에게 노인은 화를 내고 노인이 무서워서 노인이 안내해준 열람실에서 책을 읽고 가기로 한다

그곳에서 노인의 속임수임을 알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노인의 수하인 듯한 양을 쓴 사나이에게 책을 다 읽고 난 뒤의 지식이 가득한 뇌를 노인이 먹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식사에 간식까지 챙겨서 주는 배려(??)로 책을 본다

 

주인공이 늦으면 히스테리적으로 변하는 어머니가 걱정이 되지만 하는 수가 없다

자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아름다운 소녀도 만난다

양사나이와 소녀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

각자 다른 세계에 있다고 한다

 

소녀와 양 사나이를 구슬려 함께 탈출하기로 하고 계획을 실행하지만 탈출 도중에 노인에게 잡히고 만다

노인은 개가 되어 물려고 하지만 소녀가 새가 되어 물리고 만다

찌르레기가 된 소녀의 희생으로 주인공과 양사나이를 탈출에 성공한다

하지만 양사나이는 사라지고 없다 

 

가죽 구두를 잃어버렸고 찌르레기도 죽어버렸지만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 셈이다

자신에게 화를 낼 줄 알았던 어머니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고 며칠 뒤에 돌아가신다

ㅎㅎ

역시나 이상하다

하루키의 단편들은  대부분 이렇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 내가 있는 이 도서관에도 지하가 있다

물른 출입 금지하고 계단에는 빨간 줄이 쳐져 있다

대부분 기계실이나 보일러실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지만  문득 이 책에 등장하는 이상한 도서관처럼 지하 지식이 가득 든 뇌를 노리는 괴물이 있다거나 자신의 특기인 막 튀긴 도넛을 간식으로 가져다주는 양사나이나 식사를 가져다 주는 아름다운 소녀가 있을지도 ㅎㅎ

괴기스러운 삽화와 미묘한 내용으로 잠시 머리 식히기용으로는 재밌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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