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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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랭킹에서 자주 보던 책이고 제목이 무슨 뜻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작품이었다

프랑스에서 무슨 상도 받았다고 하고 아무튼 극찬이 쏟아지는 작품이라 소설임에도 조금씩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을 받아들고 순간 아~~  700페이지가 조금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그래도 소설이니까 웬만한 인문서보다야 속도가 날 것이고 평소대로라면 100페이지만 넘기면 가속도가 붙어서 하루 저녁에도 다 읽을 수 있을거라고 낙관했다

그런데 낙관은 낙관으로 끝이 났다

솔직히 초반 전쟁 장면에서 잠깐 가속도가 붙는 듯했으나 에두아르와 알베르의 제대 후에 이야기부터는 다시 지루해졌다

앞서 읽었던 인문서 "위대한 질문"시리즈가 휠씬 더 흥미진진했었던 거 같다

 

조금만 더 읽으면~~ 하는 생각으로 500페이지가 넘게 읽었지만 여전히 가속도는 붙지 않았다

내용면에서는 그래도 괜찮았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작된 전쟁에 희생양이 된 두 사람~

여성성이 좀 지나친 예술가 성향이 짙은 부잣집 도련님 에두아르와 은행에서 일을 하다 전쟁터로 온 소심한 청년 알베르 그리고 그들의 불행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그들의 상사인 도네프라델 중위~

 

가끔씩 국가적 위기에서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영웅이 되어 돌아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 도네프라델 중위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전쟁이 끝나고 그는 영웅이 되었다

재산이라고는 이름뿐인 귀족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인 그는 전쟁의 마지막에 이뤄낸 영웅적 행위로 훈장을 받고 돈 많은 사업가의 딸고 결혼하여 자신의 사업을 승승장구 성공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영웅적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신의 부하 두 명을 일부러 전장에 보내 직접 살해했으며 그 증거를 본 알베르 역시 죽이려 했으며 그 결과로 에두아르가 지금의 흉측한 몰골의 상이용사가 되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그는 전쟁 영웅도 뭣도 아닌 어쩌면 전쟁을 일으킨 기성세대에 버금가는 인간 말종이었다

  

아버지와의 불화로 인해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에두아르를 위해 알베르는 신분을 바꿔준다

에두아르의 시신을 찾으러 온 누나 마들렌을 보고 기회를 포착한 도네프라델 자신의 매력을 총동원하여 동생을 잃어버린 이 부잣집 아가씨를 자신의 성공을 위한 발판으로 결혼에 성공한다

장인의 이름과 인맥 그리고 자신감으로 이것저것 사업에 성공하지만 그 뿌리가 자신이 처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승승장구하는 도네프라델과는 달리 제대시 받은 거라곤 군복 한 벌이 전부인 알베르는 자신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 에두아르 이제는 외젠이라는 이름을 가진 모르핀 중독자와 살고 있다

신분이 바뀐 탓에 연금도 받을 수 없고 턱이 날아가서 먹는 것도 말하는 것도 힘겨운 에두아르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전쟁에서 살아돌아왔지만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사회의 차가운 시선과 불필요한 인간이라는 냉대 그리고 지독한 가난으로 인한 절망뿐인 거 같다

 

우연히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을 만난 알베르는 그가 바로 그와 그녀의 동생의 원수인 도네프라델 중위와 결혼한 것을 알고 경악한다

군인들의 묘지를 사업으로 이용하는 쓰레기 같은 인간 도내프라델을 보면서 인간이 저렇게까지 되면 살지 않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자신도 전쟁을 치렀고 어쩌면 자신과 함께 싸웠을 전우들의 시신을 가지고 저런 짓을 하는지 특히 관을 계약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소름이 돋았다

 

알베르가 자신의 찾아온 에두아르의 누나의 초대를 받아 에두아르의 집에 가게 되고 자신의 초라함을 다시 절감하며 반대해왔던 에두아르의 사기극에 동참하기로 한다

전쟁 용사의 기념비를 팔자는 아니 파는 척을 하고 돈을 받아 챙겨서 아프리카로 가서 편하게 살자는 에두아르의 계획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위해 에두아르의 아버지의 회사에 취업해 공금횡령을 하게 된다

도네프라델도 에두아르도 전쟁으로 피해 입은 유가족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셈이지만 알베르와 에두아르는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동정은 간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전쟁으로 인해 참혹해진 세상에서 누군가를 그것을 장사의 수단으로, 사기의 수단으로 만들어 낸다는 인간성의 무서움일 거 같다

어느 드라마인지 영화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러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귀신은 안 무서워. 나는 살아있는 사람이 더 무서워. 무슨 짓을 할지 짐작이 안되거든..."

전쟁터에서도 전쟁 끝난 후의 참혹한 현실 속에서도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무서움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더 무서운 것은 이들을 "하는 수 없잖아~~" 하면서  인정하는 사회가 아닐까

양이 너무 많고 조금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내용이나 소재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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