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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 두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ㅣ 문득, 묻다 2
유선경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언제부터인지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라디오를 켜는 일이다
주파수는 항상 정해져 있다
요증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도 듣지만 나는 되도록 집에 있을 때면 작은 오디오로 듣는다
KBS 1 FM 주로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채널이다
처음에 이 채널을 선택한 것은 학창시절 통학 기차를 기다리던 역이나 정차된 기차에 앉아 출발을 기다리며 들었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때는 미니카세트로 듣던 시기라 온갖 잡음과 장소에 따라 바뀌는 채널로 인해 여간 힘들지 않았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 하나면 티브이 생방송도 장소에 관계없이 볼 수 있으니 이런 예전 이야기에 대한 글을 쓰다 보면 정말이지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 시절부터 시작된 나의 클래식 채널 고정은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클래식 음악과 광고를 듣지 않아도 된다는 그 두 가지 이유로 시작된 클래식 채널의 청취는 특히 오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바쁜 아침 시간에 듣는 그리 길지도 어렵지도 않은 클래식 곡들은 나름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해준다
음악들 사이에 유난히 귀를 기울이고 하던 행동들을 멈추고 듣는 코너가 바로 이 문득 묻다 코너이다
처음에 한두번은 우연히 들었었다
들을 때마다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버리는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이야기에 따라서는 운명이라는 것이 있구나 싶기도 하고 끝이 좋은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그날 하루 기분이 좋기도 했다
생방송 시간에 다 듣지 못하면 그 이야기의 뒷부분이 신경이 쓰여서 나중에 다시 듣기로 확인을 하곤 했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를 재밌게 읽었었다
라디오에서 들어서 이미 알고 있던 이야기도 많았지만 라디오에서 미처 듣지 못 했던 이야기들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이번에 나온 이 두 번째 이야기는 주제가 인물이라고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어린 왕자"의 작가 생텍쥐페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가 전투기 조종사로 2차 세계대전 중에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말도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그가 그가 사랑했던 어린 왕자의 별로 갔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기도 했었다
왠지 그라면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50여 년의 시간이 지난 후에 한 어부의 그물에서 그의 팔찌가 발견되고 그의 비행기를 격추시켰다는 독일 병사도 나온다
더군다나 그 독일 병사는 생텍쥐페리의 팬이었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자신이 죽인 것이다
물른 개인적인 감정으로 죽인 것도 아니고 생텍쥐페리도, 그 독일 병사도 군인으로서의 각자의 임무에 충실했던 것뿐이다
하지만 그는 평생 자신이 생텍쥐페리를 죽였다는 죄책감과 그 외에도 자신이 격추시킨 18대의 비행기에 탑승했던 비행사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평생 힘들었다고 한다
"서로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보는 것이 사랑이다" 이 말은 너무나 유명해서 솔직히 누가 한 말이지 관심도 가져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 말이 생텍쥐페리가 한 말이고 이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인류애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은 생각도 못 했다
그저 연애 놀음에 나오는 시시껄렁한 대사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새삼 이 말이 가진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거 같았다
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책에는 너무나 많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의 모델이 된 이탈라이의 명문가문 오르시니 가문의 기묘한 정원에 대한 이야기며 (오르시니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십자군 이야기에도 많이 등장한다) 이제는 너무나도 유명한 신데렐라 성의 모델이 된 성을 만든 바이에른 왕의 이야기며 피라미드의 건축가이자
대재상이었던 임호템이 악마가 된 이야기, 그리고 보면 모차르트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살리에르에 대한 이야들을 읽으면서 생전의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데 후세에 이런 식으로 자신들에 이야기한다면 참 억울하고 화나겠다 싶은 생각도 된다
그들이 살아있었다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지 않았을까?? ㅎㅎ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화투의 비광의 붉은 옷에 우산을 든 사람의 정체이다
그렇게 많이 보는 화투인데도 사람이 등장하는 것이 이 한 장뿐이라는 것도 그 인물이 누군지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그저 비광에 있는 인물이니까 "비의 신"일러가 지레짐작했다
화투가 원래 포르투갈의 카드놀이가 일본에 들어와서 변화한 것이라는 것도 한때 유럽에 유행했던 일본 문화와 고흐가 그린 탕기 영감의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지난여름에 봤던 "고흐전"도 생각났다
책이 괘 무게감이 있어서 들고 다니는 것은 힘들지만 만일 어딘가로 장기간 여행을 간다면 꼭 들고 가고 싶은 책이었다
여행지에서 잠들기 전 하루를 마무리하고 누워서 이 책을 읽는다면 무척이나 좋을 거 같다
이어지지 않으니 앞의 내용을 다시 뒤적이지 않아도 되고 이야기는 짧지만 그 여운이 길어 생각할 것이 많아지는 책인 거 같다
지적 호기심이 많은 누군가에게는 지식의 보고가 될 거 같고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누군가에게는 조금은 말도 안 되는 호기심을
채워주는 선물 같은 책이었다
문득 생각해본다
다음에 나올 「문득, 묻다 세 번째 이야기」에는 어떤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가 실려있을까 ^^
이런 기대를 가지고 「문득, 묻다 두 번째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이 글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