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보는 순간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제목도 참 맘에 들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몇 년 전에 읽은 마이클 샌델 교수의 하버드대 명강의 "정의란 무엇인가" 이어 작년에 읽었던 스탠퍼드 대학 윌리엄 데이먼 교수의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에 이은 미국 명문대의 명강의라는 점에서 일단 호기심이 일었다

게다가 "죽음"이러는 것에 대학 정규수업 강의가 있다는 것도 참 신선했다

 

몇 달 전에 "죽음이 삶에게"라는 책에서 일본에서 사학(死學)이라는 학문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신부님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신부님 역시 일본의 대학에서 사학에 대해 연구하고 강의를 하신다고 한다

지금까지 "즉음"이라고 하면 일단 종교와 관련이 깊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주변의 기독교인들로부터 전도를 권유(어린 시절엔 거의 협박처럼 들려서 더욱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받을 때마다 믿지 않으면 죽은 다음에 지옥에 간다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다른 때는 상냥하기만 하던 이웃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만 그렇게 겁을 주려고 한 것인지 지금도 잘은 이해되지 않지만 그분들의 입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니

이야기가 옆으로 샌 것 같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우연히 들른 도서관의 서가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ㅎㅎ

도서관에 이렇게 빨리 들어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는데

반가움에 바로 대출하여 들고 왔다

하지만 너무나 읽고 싶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읽기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 자신의 지적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이 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정체와 영생과 영혼의 존재 여부에 따른 죽음에의 관점에 대해 저자는 많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 이상을 읽고 나서야 재미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새벽~ 반납기한을 이틀이나 넘어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이 책을 선물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막연하게 죽음이란 두려운 존재라고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자체가 가지는 여러 가지 의미와 죽음과 관련된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들에 비해 보다 구체적으로 보다 이론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죽음을 막연한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라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인다면 삶의 모습 또한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마지막 장인 "자살에 대하여"라는 읽으면서 자살이라는 것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그 본질에 대해 지금까지 내가 생각도 하지 못한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

자살에 관한 도덕적 관점과 합리주의의 관점은 신선하기까지 했다

 

시한부 학생이 마지막까지 듣고 싶어 했다는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그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졸업을 했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고 내가 만약 그 학생처럼 시한부라면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어 할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죽음을 바라볼 때 늘 막연한 두려움을 동반하게 된다

이것은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 이라는 두 글자의 의미에 대해 보다 본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신은 진흙을 창조했습니다

그러나 외로웠습니다

그래서 신은 진흙 덩어리에게 말했습니다  "일어나라"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언덕과 바다와 하늘과 별, 내가 빚은 모든 것을 보라"

한때 진흙이었던 나는 이제 일어나 주위를 둘러봅니다

운 좋은 나 그리고 운 좋은 진흙

진흙인 나는 일어서서 신이 만든 멋진 작품들을 바라봅니다

위대한 신이시여!

오직 당신이기에 가능한 일, 결코 나는 할 수 없는 일,

당신 앞에서 나는 그저 초라한 존재일 뿐입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내가 소중하게 느끼는 유일한 순간은

아직 일어나 주변을 둘러볼 기회를 갖지 못한 다른 모든 진흙들을 떠올릴 때

나는 너무나 많은 것을 얻었지만, 진흙은 대부분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 영광에 감사드릴뿐

진흙은 이제 다시 누워 잠을 청합니다

진흙에게 어떤 기억이 있을까요

내가 만나봤던, 일어서 돌아다니던 다양한 진흙들은 얼마나 놀라운지

나는 내가 만났던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페이지 : 427

 

이 글은 저자가 좋아하는 글귀로 미국의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의 책 <고양이의 요람>에 실려있는 글이라고 한다

자자는 죽음 강의를 할 때마다 이 글귀를 읽는 시간을 가진다고 한다

나 역시도 죽음이 다가왔을 때 이 글 속의 주인공처럼 말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책을 다 읽고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강의도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처럼"화면으로 만나볼 수 있었다면" 하는 것이었다

예전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다 티브이에서 강의를 먼저 보고 책을 읽었었다

그때 책을 읽으면서도 마이클 샌델 교수의 강의하는 장면이 상상되어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었다

 

책 표지에 있는 것처럼 셀리 케이건 교수는 이 강의를 할 때면 늘 책상 위에 올라가서 한다고 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처럼 이 "죽음이란 무엇인가"도 저자가 직접 강의하는 모습을 화면으로나마 보고 듣는다면 이 강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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