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 ㅣ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오정환 옮김 / 한길사 / 2002년 6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싶었다

도서관에 가서 찾아보니 한 권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오래되고 낡은 책이라 도저히 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책이 없으니 아쉬운 맘으로 읽었다

내가 아는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의 저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마키아벨리는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군주론"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린 마키아벨리는 삼국지의"제갈량"처럼 냉정하고 매사에 침착하며 날카로운 눈으로 정세를 파악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마키아벨리는 너무나도 어이가 없을 정도로 제멋대로인 인물이다

그가 피렌체공화국의 공무원이라는 사실도 첨 알았다

정세를 보고 파악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천할  힘이 없는 말단 공무원~

보통은 이런 상황이라면 좌절하고 공무원의 자리를 그만두고 후학 양성이나 작품을 쓰는데 일념 하는 것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천재들의 모습인데 이 사람은 다르다

상사가 자신을 말대로 하건 안 하건 끊임없이 안건을 올리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시키는 일을 너무나도 열심히 하고 더 한다

사생활은 또 어떤가?

놀기 좋아하고 경제관념도 그다지 없는 거 같다

메디치가의 복귀로 공직에서 쫓겨나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복귀를 위해 고위공직에 있는 친구에게 부탁하고 또 아부성으로 자신의 글을 선물하기도 한다

국제정세가 다른 것에는 반짝이는 두뇌도 자신이 왜 복직이 되지 않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 깜찍한 전직 공무원~

군주론 외에도 전략론, 정략론, 피렌체사, 그 외에 비극과 희극까지 공직에서 쫓겨난 15년간 그는 힘들었겠지만 그 덕에 많은 작품을 남기게 된다

공무원으로서의 복귀는 이루지지 않았지만 세계의 명작을 남긴 작가로 후세에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을 생각하면 ㅎㅎ

죽기 전까지도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그가 복귀하지 못한 책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자신이 후세에 남을 위대한 작가가 되는 것보단 그저 공직에서 쫓겨나지 않고 오래도록 공무원으로서 생활을 하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 피렌체가 멸망하는 것을 보지 않고 죽었으니 그나마 신이 그를 조금은 사랑한 것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천재이지만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허점이 많고 유쾌하며 재밌는 사람~

이 책을 통해 인간 마키아벨리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