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갈 용기 - 자유롭고 행복해질 용기를 부르는 아들러의 생로병사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만수 옮김 / 에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내용을 읽기도 전에 제목만으로도 정신이 멍해지는 거 같았다

이 책이 몇 달 전까지 베스트셀러 1위였던 "미움받을 용기"와 같은 저자의 시리즈라는 것을 알기도 전이었다

베스트셀러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타입은 아니지만 괘 많이 눈에 띄길래 궁금해서 미움받을 용기를 읽었었다

아주 큰 감명을 받는다거나 그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의 전환이라는 것을 할 수 있어 괘 괜찮았었다

 

하지만 이 "늙어갈 용기"라는 책은 제목만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책에서 저자 역시 죽음을 눈앞에 둔 큰 수술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최근 두 달간의 친지들의 죽음을 본 후라 더욱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지난 6월 메르스로 온 나라가 시끄럽던 시기에 어머니를 모시고 두 번 대학병원에 병문안을 갔었다

어머니의 막내 남동생 즉 나의 막내 외삼촌이 갑자기 쓰러지신 후 계속 중환자실에 계시다며 메르스 때문에 아무도 문병을 오지 않아서 평소 외삼촌과 사이가 좋으셨던 어머니께 와달라고 사촌이 전화를 한 것이다

 

메르스로 인해 한산한 병원~

평소 외가와 왕래가 거의 없는 나는 20여 년 만의 만남이었다

가족행사에는 주로 언니나 동생이 부모님을 모시고 다녀왔기 때문에 그다지 인연도, 정도 없었다

20여 년 만에 만나는 외삼촌은 겨우 의식만 있으실 뿐 몸은 말 그대로 꼬챙이처럼 말라있었다

그래도 어머니를 알아보시는지 눈에 눈물이 흘려 내리셨다

 

다음에 또 오겠다고 했지만 결국 2주 뒤 위급하다는 연락이 왔고 급하게 기차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들어가 보라는 말에 나는 들어가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나마 외삼의 임종을 지킬 수 있었다

병원에 입원하신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고 했다

하얀 시트가 덮인 외삼촌을 눕힌 침대가 영안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올해 나이 60~ 딱 60이었다

 

그 자리에 온 친척 중에 내가 아는 사랑이라고는 이종사촌 남동생뿐이라 인사를 하고 한동안은 만날 일이 없어야지 하면서 헤어졌었다

하지만 그리고 한 달이 조금 지난 8월 초 요양원에 계시던 큰 이모부께서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다

외가 식구들은 모두 한 도시에 모여살고 있어 우리 집만 따로 떨어져 있었다

한 달 간격으로 장례를 두 번이나 치르고 나니 드는 생각이 어느 쪽이 더 나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외삼촌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갑자기 쓰러지신 후 겨우 한 달 만에 돌아가셨고 이모부께서는 나이도 많으셨고 노화와 치매로 인해 요양원에 계신지 몇 년이 지나 돌아가신 것이었다

솔직히 나는 외삼촌 쪽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외삼촌은 자신인 채로 돌아가셨지만 이모부께서는 말 그대로 몸도 못 움직이고 자신이 누군지도 므른 채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는 늙어갈 용기는 없는 거 같다

요절까지는 아니지만 늙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았다   

책 속 저자는 자신이 심근 경색으로 쓰러졌던 때를 자주 이야기한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순간에 느꼈을 저자의 생각들을 읽으며 문득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평소에 나는 세상 어떤 일에도 (특히 죽음 앞에서도) 당당함보다는 담담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

회의주의자~

예전에는 모든 일에 당당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당 보다는 담담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었다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해보니 당당에는 전투적 자세가 필요하지만 담담은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하는 것이다

 

물른 다른 길도 있다

담담하기 위한 다른 길은 포기다!!

나는 담담해지기 위해 초월을 꿈꿨지만 결국 내가 걷고 있는 길은 포기인지도 모르겠다

타인에 대해 그리고 자신에 대해 기대가 없으면 실망할 일도 없을 테니~

나는 세상 어떤 것에도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포기의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시 한번 타자와 자신을 구분하는 일에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 같다

죽음은 인간으로 태어난 아니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이 지닌 숙명이다

솔직히 나에게는 죽음보다는 늙어간다는 것이 더 두렵다

생로병사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다만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그 받아들임을 어떤 형태로 표현하는가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은 죽음을 먼저 생각하기 전에 삶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늘 잊고 사는 거 같다

결과적으로 저자가 말하는 늙어갈 용기는 살아갈 용기라는 거 같았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결국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잘 늙어서 잘 죽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어떤 사람으로 주변과 사회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스스로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이 책으로 선물 받은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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