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로 가는 길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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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고교시절 '데미안'이었다

그때는 생각했었다

미숙하게만 보이던 싱클레어에 비해 완벽하게만 보였던 데미안이 부러웠다

어린 마음에 "데미안"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더랬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나는 "데미안"처럼 완벽한 인간이 되기는커녕 그 시간만큼 더 꼬인 세상에 실망한 어른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읽었던 책이 아마 "싯다르타"와 '헤세의 중국 기행'이었던 거 같다

그 시절에는 불교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며 경전이며 읽다가 헤세의 작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읽었었던 거 같다

그때는 이렇게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지도 않아기에 이 책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싯타르타"의 이야기는 생소하기까지 하다

중국 기행은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과 프랑스 기행을 신나게 읽고 대문호들이 쓴 여행기에 관심이 가졌던 시기에 읽었었다

안데르센의 지중해 기행도 이때 읽었었다

 

고교시절 친구네 집에 가면 항상 책장을 흩어보았다

친구는 문학에 관심이 많아서 흔히들 말하는 세계문학을 많이 읽는 편이었지만 그 시절에 나는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에 빠져 있었고, 나폴레옹에 빠져있었다

수능에 도움이 된다고 문학책을 많이 읽던 학생들 사이에서 단연 독특한 학생이었을 것이다

그때 봤던 책이 있다

헤세의 "수레바퀴 밑에서"와 또 단편이 몇 개 있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

 

문학작품들이 다 그렇지만 헤세의 작품은 왠지 모르게 침울해지는 거 같았다

심오했다

이 책의 저자 정여울 적가의 헤세를 읽으면서 내가 알고 있었던 헤세는 참 단편적인 것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헤세의 그림들이 주는 편안함이 좋아진다

이 책을 보기 전에 헤세가 그림을 그렸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으니 더욱 신선하게 느껴진다

 

가끔 조카를 만나면 세계의 명화나 클래식 음악, 문학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데 아직 아려서 그런 건지 어려워한다

내 어린 시절에는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에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많이 알려주고 싶은 욕심이 앞서기도 한다

최근에 읽었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도 어린 시절 외삼촌과의 교류가 자신의 지적인 자극을 주었다고 하고 체 게바라의 평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 때문에 더욱 욕심을 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가 헤세를 만나러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듯한 100장의 사진들과 헤세의 작품에서 발췌한 문구들을 읽으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작품을 그리고 이 문장을 썼을 헤세의 심정에 대해 그리고 저자의 생각들을 읽으면서 지금의 내가 느낀 점과 비교해보게 되는 것 같았다

이 책에서 자자가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네 작품 중에 세 작품은 읽은 것이지만 한 작품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작품에 대해서 처음 알았지만 데미안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헤세의 작품에서는 늘 이런 성인이랄까 인류의 스승 같은 인물이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나르치스에 대해 읽으면서 데미안과 상당히  유사한 기질을 가진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어린 시절의 이상향 같은 데미안과 비슷한 인물이 또 있었다는 사실과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는 한문 시간에 배웠던 지음이라는 말이 생각나기도 하는 것 같다

골드문트 자신도 몰랐던 골드문트를 알아봐 줬던 나르치스~~

내가 누군가에게 나르치스 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나에게 누군가가 나르치스 같은 인물이 되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말도 안되는 부러움도 느껴진다

 

싯타르타~

분명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망각이 아무리 인간이 세상을 그나마 편하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라고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자책이 든다

앞뒤 부분의 에세이 파트에 비해서 괘나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덕분에 심리학에 대해 정신의학에 대해 그리고 한때 프로이트와 함께 빠져있었던 칼 융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목이 아파서 침대에 기대여 누운 채로 작가 정여울이 안내하는 헤세를 만나러 가는 여정은 생각보다 즐겁다

헤르만 헤세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조카에게도 편하게 헤세를 만날 수 있을 거 같다

나도 이번 기회에 헤세에 대해 그리고 알지 못 했던 헤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

조카에게는 헤세를 알아기기 위한 시작으로, 나에게는 내가 알고 있는 헤세를 좀 더 깊이 알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거 같다

이 책에서 저자에게 소개받은 헤세를 만나기 위해 읽지 못 했던 그리고 잊힌 헤세의 작품들을 다시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특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와 싯타르타는 내일 도서관에 가서 찾아봐야겠다

 

지난번에 5월에 생각나는 작가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나에게 오월은 에쿠니 가오리였다

처음으로 그녀의 작품을 읽기 시작한 것이 오월이었고 그 후로는 우연히도 그녀의 작품을 읽는 계절이 오월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작품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초여름의 해질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오월은 에쿠니 가오리+헤르만 헤세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만난 헤세는 오월의 바람이 많이 부는 뜨거운 오후의 느낌이다 

마치 오늘 오후의 날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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