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사소한 구원 - 70대 노교수와 30대 청춘이 주고받은 서른두 통의 편지
라종일.김현진 지음 / 알마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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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이라는 책 제목에서 종교적인 색채가 나서 잠시 머뭇거리게 되었다

하지만 저자 중에 '라종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과연 우리나라의 상위 1%에 해당하는 이 지식인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궁금했다

또 한 명의 저자인 작가 김현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솔직히 말하면 책의 중반까지 저자의 성별조차 알지 못 했다

 

반백년의 나이차도 나이 차이지만 살아온 길이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 이렇게 친밀함을 유지한다는 것도 신기했다

고교시절 진정한 친구에 대해 묻는 친구의 물음에 나는 '비슷한 조건'이라 답했었다

아무리 마음이 통한다고 해도 현실의 조건들이 너무 차이가 나면 우정이 유지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런 생각을 지닌 나이기에 더더욱 이 둘의 우정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보게 되었다

책은 젊은 여성작가인 김현진 작가가 라종일 교수님께 자신의 고민거리에 대해, 삶에 있어 여러 문제들과 지금 현실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질문하고 조언을 구하는 식이다

 

김현진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참으로 힘든 인생을 살았던 반면 그녀가 조언을 구하고 있는 라종일 교수님은 솔직히 세상을 안락하게 살아오신 것 같다

일제시대에 와세다대학에 다닐 정도의 지식인을 아버지로 두었으며 본인도 초등학교조차 들어가기 힘들었던 그 시대에 서울대에 들어가서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 코스를 살아온 분이다

과연 이런 삶을 살아온 분이 힘들게 살고 있는 김현진 작가를 비롯한 젊은 세대들에게 얼마나 진실한 조언을 해줄 수 있으며 또 그 조언이 그들의 피부에 와 닿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상위 1%의 삶을 영위해오신 이 교수님이 나머지 99%의 하위권 인생을 이해할 수 있을지??

책을 읽는 동안 김현진 작가의 힘들었던 삶에 대해 참으로 안타까웠다

목사였던 아버지에게 "악마"라고까지 불리며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고 그 후로도 참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던 것 같다

교회라는 조직이 종교기관이 아닌 하나의 사업체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공감이 간다

 

내가 사는 이곳도 그저 작은 시골에 불과한데 가장 돈을 많이 들인 건물들을 찾는다면 다 교회이다

이 작은 시골에 무슨 중세의 성처럼 커다란 교회들이 하나도 아니고 몇 개씩이나 왜 필요한 건지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열 개의 교회 중에 7개가 이 좁디좁은 한반도에 존재한다고 한다

기독교의 본산인 유럽이나 이스라엘도 아니고 가장 부자 나라인 미국도 아닌 이 대한민국 좁은 땅덩어리 안에 있다고 한다

 

사람으로 사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믿기 힘든 것을 믿어야하는',' 참기 힘든 일을 참아야 하는'것들이 많아서인 것 같습니다.
페이지 : 29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힘들다고 느낄 대마다 이유가 너무 많아서 말로 할 수 없었는데 이 글을 보니 정리가 잘 되어있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가 삼국지연의에서 하늘에 원망하며 제갈량의 존재에 대해 원망하는 부분은 나 역시도 인상적이라 기억이 난다

이 무장은 오나라의 장수 주유였다

외모도 출중했으며 아내는 오나라 최고의 미인이었던 교자매 중 동생인 소교였다

무력도 지력도 뛰어났지만 제갈량을 없애려고 애쓰다 화병으로 피를 토하고 죽고 만다

 

사회는 사람을 먹고 사는 식인의 꽃이다.
페이지 : 79

 

누구도, 적어도 에덴의 낙원 이후에 세상이 자기에게 친절하리라는 기대를 하면 안 된다
페이지 : 83

사회가 나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

그 구절이 눈길을 마음을 끈다

그렇다 하늘을 원망하고 사회를 원망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나 역시도 예전에 이 비슷한 글을 보고 저자처럼 쇼크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폴레옹을 따라 종군한 병사들은 모두 자기 배낭에 원수의 지휘봉을 지니고 다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페이지 :  154

 하지만 그 지휘봉을 사용해 본 병사는 몇이나 될까??

계급고착화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세상 부의 99%는 상위 1%가 독차지하고 있다고 하는 글을 언젠가 읽은 적이 있다

어떻게 살아가느냐보다 어떻게 태어나는가가 인생의 많은 부분을 결정짓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이 과연 무슨 의미기 있을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자기가 틀렸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정당이 나의 정당이다.
페이지 :  160

알베르 카뮈의 말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 카뮈의 정당은 아마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헛헛한 웃음이 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페이지 : 246

왜 이 구절에서 눈물이 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좋은 내용들이 많았지만 이 구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삶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누구냐에게 힘든 일일 것이다

바람이 부니 살아야겠다는 이 글을 모든 문제들에 대한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이 글은 도서출판 알마에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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