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무엇인가 - 진정한 나를 깨우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철학 에세이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난번에 이 책의 서평단 모집을 봤었지만 그냥 보고 지나쳤었다

신청해볼까 고민도 잠깐 했었지만 다른 책이 더 보고 싶어서 포기했었다

그냥 기회가 된다면 도서관에서 빌려 볼 생각이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제목에는 많이 끌렸지만 저자인 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인물에 전혀 아는 바가 없었기에 그다지 끌림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잊고 있었던 이 책을 다시 만났다

역시 이 제목에 끌림은 하는 수가 없나 보다

 

약 240페이지~

생각보다 양도 적고 책도 조그마하다

그런데 생각보다 만만치가 않은 책이었다

이 정도 책이면 길어도 3-4시간 바짝 읽으면 다 끝나야 하는데 이 책을 결코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나란 무엇인가" 책을 다 읽고 후기를 쓸려고 다시 책을 보다가 문득 제목에 다시 눈길이 간다

"나란 누구인가'가  아닌 '무엇'인가라는 제목에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스스로에게 물은 적이 있던가 나란 무엇인가 하고~

'무엇'이라고 하면 일단 물질적인 분석부터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책은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내용임을  밝혀둔다

개인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서 분인이라는 낯선 개념까지 넘어간다

저자가 말하는 나는 여러 분인들의 총합체인 것 같다

 

팔방미인이란 분인화에 능란한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당히 맞춰주면 통한다고 얕보고, 상대에게 맞춘 분인화를 시도하지 않는 사람이다
페이지 : 103

"팔방미인"이라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좋은 뜻을 지닌 말이 일본에서는 다른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완전히 다른 의미라 조금은 놀랐다

같은 한자를 쓰고 있을텐데 의미가 이렇게 달라진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도 궁금해진다

 

저자가 예로 들었던 고교 친구와 대학 친구를 같이 만났을 때의 어색함과 불편함은 나도 많이 느낀 적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한 저자의 설명은 확실히 이해가 갔다

고교 친구를 대하는 나와 대학 친구를 대하는 나는 같은 '나'가 아닌 다른 '나'라는 것이다

각각 다른 분인들임에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고 같다고 생각했던 데에서 온 불편함이었던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저자처럼 각각 다른 분인들로 대했던 친구들을 한데 만나는 일은 그 후로 되도록 피하고 있다

 

로봇과 인간의 최대 차이점은, 로봇은-현재까지는-분인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페이지 : 102

 

대인관계마다 과감하게 분인화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다양한 특성을 발휘하는 나로 살아갈 수 있다 
페이지 : 109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나에 대한 상대의 분인일 뿐이다.

온전한 개인이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페이지 : 117

인간의 육체는 역시 나눌 수 없다. 그러나 인간 자체는 여러 분인으로 나뉜다. 당신은 그 복합체이며 상대에 따라 여러 분인으로 살아간다.
페이지 : 121

 

나는 분인의 집합체로 존재한다. 그것들은 모두 타자와의 만남의 산물이며, 커뮤니케이션의 결과다 
페이지 : 127

 

인간은 단 한 번뿐인 안생을 가능하면 다양한 나로 살고 싶어한다. 대인관계를 통해 다양하게 변화할 수 있는 나를 즐기고 싶어 한다. 언제나 똑같은 나로 감금되어 있는 것은 큰 스트레스다   
페이지 : 146

앞서 이야기한 로봇처럼은 살 수 없다

연인을 대할 때와 친구를 대할 때 다른 얼굴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일적인 관계에서의 만남과 사적인 관계에 만남 또한 전혀 다른 분인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그 분인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잘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좋아하는 분인이 하나씩 늘어간다면, 우리는 그만큼 스스로에게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페이지 : 157

 

누군가를 오래 보고 지내는 사이 우리는 그 사람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해버리기 쉽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자신이 전혀 모르는 얼굴을 하면 그 사림이 변했다고 질책하고 심지어는 배신감마저 느낀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일 뿐이다

단지 그 사람이 그 분인으로는 나를 대하지 않았던 것, 그뿐인 것이다

 

사람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다

저자는 이 다양한 얼굴들을 '분인'이라고 한다

상황과 상대에 따라 적절한 분인으로 대하는 것은 사람으로 살아감에 있어 당연한 일이지만 가끔씩 오류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또한 인간이기에 그런 것이며 이 오류 또한 또 다른 분인일뿐이라고 받아들인다면 스스로를 덜 괴롭혀도 될 것 같았다

길지 않은 책이었지만 많은 것을 알려주었고 다르게 생각하는 방법을 알 수 있었다

 

[이 글은 한우리서평단으로 21세기북스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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