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 그곳으로부터 - 서울의 풍경과 오래된 집을 찾아 떠나는 예술 산보
최예선 지음, 정구원 그림 / 지식너머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오후 세 시는 내 개인적인 생각에는 조금 예매한 시각이다

친구에게 만나자는 전화가 오면 나도 모르게 "이 시간에~~"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물른 친구를 만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나에게 오후 세시는 잠심 식사도 끝났고 나름의 시간을 즐기는 티타임도 다 끝내고 뒷정리까지 다 끝내고 그날 일을 마무리 작업할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기 전에 예상했던 느낌은 한가로운 오후의 서울 산책이었다

그저 편안하고 느긋한 점식식사 후에 소화도 시킬 겸 졸음도 깰 겸 하는 그런 산책을 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겠구나 했었다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전혀 의외라는 것을 알아갔다

저자의 서울 산책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풍경이나 즐기는 산책이 아니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산책하는 장소들은 하나같이 조금은 아픈 장소였다

서울에서 한가롭게 산책할 수 있는 곳을 예상했는데 저자가 알려주는 곳들은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간직한 곳들이 대부분이었다

역사소설 "토지"로 유명한 작가 박경리 선생님이 강원도 원주로 이사 가기 전에 살았다는 작은 집, 그 집에서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그 아픈 마음으로 소설"토지"를 써냈다고 한다

 

사상범으로 몰려 사형을 당한 남편에 이어 병으로 어린 아들을 여읜 선생이 아픔이 그리고 남은 유일한 가족인 딸을 위해 "토지"를 써 내려갔다는 것이었다

토지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장소인 하동에 정작 작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니 더욱 의외였다

"토지" 언젠가 한 번은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만 했었던 작품인데 그 작품이 2부로 나눠졌으며 2부는 북간도가 배경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박경리"라는 이름도 필명으로 "감자"로 유명한 소설가 김동리 선생께서 만들어 주셨다고 한다

며칠 전에 "예술가의 지도"라는 책을 잠깐 본 적이 있는데 "말러'의 아내로 유명한 알마 말러를 비롯한 네 명의 여성 예술가들의 인맥에 대한 책이었다

우리나라 예술가들로 이런 예술가의 지도 같은 책이 니와도 재밌을 것 같다

 

우니나라 화가 중에 가장 고가의 그림의 작가이기도 한 박수근 화가 살던 집을 둘러보면서 들러주는 이야기는 암울한 시대에 태어난 예술가의 생활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별 헤는 밤"."자화상:의 저자인 시인 윤동주가 서울에서 생활했던 시간은 고작 대학을 다녔던 4년뿐이라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 건축가 김수근의 대해서도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었다

 

올여름에 우연히 "전혜린"번역의 데미안을 읽었었다

저자가 중요하지 번역가가 왜 이리 중요할까 생각에 조금은 의아했었다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제목이 주는 느낌만으로 서울의 눈에 띄지 않는 한가로운 산책을 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자의 오후 세시는 아픈 시간을 견뎌낸 예술가들의 자취를 찾아가는 시간인듯했다

알지 못 했던 많은 예술가들의 만났고 그들의 아픈 삶을 알 수 있었다

 

[이 글은 책좋사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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