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더 그리운 제주 - 제주로 떠나는 서른한 가지 핑계
여행자들 지음 / 하이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제주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일찍 찾아오는 남쪽나라 그리고 아직도 차가운 겨울의 하얀 눈바람이 남아있는 육지와 비교되는 생각만으로도 따스해지는 노란색의 유채꽃 물결이다

늘 티브이에서 해주는 봄이 소식 중에 첫 번째는 항상 제주도의 유채꽃이 피었다는 소식으로 정해진 것만 같다는 생각마저도 든다

 

제주도~

딱히 여권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이 책에서도 누군가가 말했듯이 언제든 맘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이기에 간절함이 배제된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제외한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두 제주도에 다녀온지라 아마 함께 갈 일은 없을 것이다

대학 3년의 여름 방학을 앞둔 어느 날 친구들이 꺼내든 제주도에로의 여행이야기~

원래도 어딜 가는 것을 귀찮아하는 타입에 가려면 이집트나 그리스 등 당시에 한참 책을 보고 빠져 있던 고대 유적들을 볼 수 있는 곳에 가고 싶었던 나에게 제주도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친구들과의 추억 만들기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렇게 그 순감에 깔끔하게 포기했던 제주도는 그 후로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그저 대한민국 남단의 한섬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우연인지 필연인지 제주도에 관련된 책을 보게 되거나 상관없어 보이는 책 속에서도 살짝살짝 얼굴을 비치는 제주도는 그 전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는 그 시절의 제주도는 신혼여행지, 한라산, 바다, 비싼 바가지요금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이어지는 순례길을 모방한 듯한 올레길이 하나둘 등장하고 단순하게 돈 있는 사람들의 휴가지가 아닌 걸으며 느낄 수 있는 말 그대로 힐링이 테마로 자리 잡은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번에 읽었던 커피 기행에 등장했던 카페와 비슷한 곳이 이 책에서도 등장한다

기대가 큰 건 실망할 준비가 된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페이지 : 75

누군가가 "세한도"의  앞에 서서 한말이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차 생산지로 넘버1은 제주도라고 한다

그 일등공신은 제주도 귀향을 오게 된 추사 김정희이다

차를 좋아한 그가 차 나무를 직접 길려 찻잎을 따서 직접 차를 만들어 먹었다고 하니 왠지 상상만으로 어울리는 것 같다

명필이며 대학자이기도 했던 그와 은은한 향이 퍼지는 초록빛의 차 한 잔~

이 글이 눈길을 끈 것은 이 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어떤 일이든 특히 사람 관계에서 가장 잘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실망을 하고 상처를 받는 것은 그 누군가가 내 기대에 미치지 못 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니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으면 적어도 마이너스는 안되는 것인데...

늘 뭔가를 기대하고 실망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것이 인간의 삶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멀리서 보면 쉽게 쌓아 올린 듯 다소 엉성해 보이지만 크고 작은 돌들의 규칙적인 정렬은 꽤 견고하다. 제주의 돌담들이 그곳의 거친 바람을 정면으로 맞을 수 있는 것도 이 '엉성함'덕분이다. 돌과 돌 사이 구멍이 바람의 통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페이지 : 80

제주도는 화산의 폭발로 인해 생긴 섬이라는 것을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웠다

그리고 용암에 지면에서 급작스럽게 식어서 만들어지는 구멍이 송송 뚫린 현무암은 제주도의 상징들 중 하나이다

이 현무암을 육지로 반출되는 것이 금지된 일이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돌담을 보고 느낀 이 글을 읽으면서 너무 견고하게 만들었다면 이 돌담들은 제주도의 거친 바닷바람에 무너져 버렸을 것이라는 것도 생각해본다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지만 그 엉성함을, 스스로 숨 쉴 수 있는 작은 여유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독일어 museal(박물관같은)은 불쾌한 배음을 갖고 있다. 그 말은 관찰자가 더 이상 살아 있는 관계를 갖지 않고 죽어가는 과정의 대상들을 기술한다. 그 대상들은 현재의 필요가 아니라 역사적 측면 때문에 보존된다. 박물관(museum)과 묘지(mausoleum)의 연결은 음향적 연상 이상의 것이다. 박물관은 예술작품의 가족묘와 같다. 그것은 문화의 중성화를 선언한다.     
            -독일의 사상가 아도르노의'발레리 프루스트 박물관'에서   
페이지 : 88

박물관 자체를 좋아한다

새로운 어딘가를 가게 되면 늘 먼저 그곳에 있는 박물관부터 찾았다

언젠가 세계에 있는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가보는 것이 꿈이 되었다

하지만 박물관이 묘지와 비슷하다는 것은 좀 쇼크였다

생각해보면 그런 것도 같다는 '예술작품의  가족묘'라는 표현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들어가서 세계에 있는 수많은 "예술작품의 가족묘"들을 다 보는 것이 꿈인 나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묘지들을 방문할 수 있을까 ㅎㅎ

 

마음이 허전해도 즉시 메우려고 하지 말라. 그냥 잠시 멈춰서 고요하게 기다려라. 이것이야말로 삶을 바꾸는 경험이다

             - 페마 초드론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에서   
페이지 : 249

예전에 봤던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 등장하는 일본의 건축가 "안도 타다오"를 이 책에서 다시 만났다

그 책에 나오는 그가 만든 건축물들을 보면서 꼭 한 번은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작품이 제주도에도 있다고 한다

책의 감상과는 상관없이 이 글이 참 맘에 들었다

늘 뭔가를 채우기에 급급한 인생에서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많이도 부산을 떨면서 살아왔던 것 같다

이 글의 조언대로 그냥 잠시 멈춰서 고용하게 기다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서른한 가지의 제주도의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는 일을 하다가 지친 몸과 마을 쉬기 위해, 누군가는 티브이에서 봤던 멋진 풍경과 멋진 남자 주인공을 꿈꾸며 오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그리운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또 누군가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제주도에 오게 된다

그들 한사람 한사람이 들려주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이야기와 그들이 만난 제주도 사람들과 제주도라는 곳에 터를 잡고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꿈꾸며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으며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아는 제주도라는 것이 얼마나 작은 지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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