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스크랩 - 1980년대를 추억하며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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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나는 한참이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빠져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읽게 되었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구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하룻밤만에 다 읽기 시작하면 도서관에서 눈에 띄는 대로 그의 작품을 찾아서 읽었다

단편소설들을 여러 편 읽었고 그중에 가장 좋았던 작품은 그의 에세이였다

원래부터 내가 에세이를 좋아했는냐고 물으면 전혀 아니다~

 

나는 에세이를 싫어했다

학창시절 친한 친구가 늘 에세이를 읽을 때면 왜 시간들여서 그런 쓸데없는 책을 읽느냐고 했었다

아무것도 남는 것도 없을 것 같은 일상 잡기 같은 그 글들을 읽는데 시간을 들인다는 당시의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친구가 나보다 휠씬 어른스러웠던 같다

에세이에는 그 나름의 따스함과 살아있는 작가의 삶 같은 것들이 담겨있다

내가 에세이의 재미를 붙인 것은 바로 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 권의 라디오 시리즈를 읽으면서 인 것 같다

아직 읽지 않은 이에게는 추천한다

제목도 재밌고 글도 재밌다

 

그런 면에서 나는 이 책이 너무나 읽고 싶었다

1980년대를 살고 있는 하루키의 일상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기억 속에 묻혀 잊혔던 추억들을 떠올리기도 하며 책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나갔다

처음으로 우산을 쓴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당연히 사용하고 있는 많은 물건들을 처음 만들고 사용했던 그 누군가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했다

연인을 목 졸아 죽인 요리사의 이야기는 섬찟했다

살인자의 직업이 요리사라는 점이, 그리고 그가 정신적 이유로 5년이라는 죄에 비해 가벼운 형벌을 받았다

판결 뒤 검사가 남긴 마지막 말은 쇼크였다

존 스위니는 교도소를 나오면 또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다른 누군가를 죽일 것이다.
페이지 : 151

 

    

콜라에 땅콩을 넣어서 마신다는 이야기도 웃겼다

에릭 시걸도 이 책을 보면서 다시 생각났다

나 역시도 이 에릭 시걸의 작품들을 읽었던 적이 있었다

내 경우엔 "러스스토리"보다는 "닥터스"라는 소설을 더 좋아했다

이 책은 지금도 창고방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묘석 털이에 대한 이야기는 동양적 사고를 지닌 우리가 생각하기엔 좀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작가의 생각에 적극 동의한다

아무리 멋지더라도 남의 묘비에 식사를 차려서 먹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 영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인구 구백 명의 작은 마을의 "손 흔드는 父子"이야기는 왠지 따스한 느낌이 들어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미국 공항에서 일하는 식품 탐지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재밌었다

특히 마지막에 금지 식품을 압수하는 담당자가 당했다는 식품을 빼앗긴 여성들 중에 따라다니면서 인형에 바늘을 쿡쿡 찌르는 여성이 이야기는 정말 압권이었다

정의가 어느 쪽에 있는가 하는 사실과는 관계없이, 여성에게 물건을 빼앗아서 행복해진 남성은 별로 없다   
페이지 : 245

이 에피소드의 끝에 일츰을 놓는 듯한 작가의 글은 밤늦은 시간임에도 폭소를 금치 못했다 ㅎㅎ

 

 

1980년대에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생각들을 하고 이런 글을 썼구나 하는 것과 그 80년대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낸 누군가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다

물른 차이는 있겠지만 부분적으로 나의 추억들도 생각나게 했었던 하루였다

 

[이 글은 한우리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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