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
채한수 지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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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의 사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왔을 "제자백가"라는 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아니 이 두꺼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솔직히 "동양철학의 집대성"이라는 표현은 할수 있지만 정확하게 이거다하고 설명은 하지 못하겠다

중국사의 혼돈시대에 피어난 장자,열자,한비자,전국책,여씨춘추,논어,묵자 맹자,회남자,인자춘추 10개의 사상이나 책을 제자백가라고 하는 것 같다

 

일단 논어나 장자,한비자,맹자,여씨춘추,묵자등은 많이 접해본 말이다

처음 책을 받고서는 600p가 넘는 어머어마한 분량에 솔직히 보기도 전부터 답답햇다

이렇게 두꺼운 책이면 정량인 300p정도로 나눠서 두권으로 하는 편이 읽는 이에게 휠씬 부담감이 덜할텐데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두꺼운 책을 한두권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근래에 읽은 책들중에는 가장 많은 분량같다

마침 방에 컴퓨터나 고장이 나서 구입을 해놀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 늘 컴을 만지작거리던 시간이 텅 비었다

어찌보면 이 두꺼운 책을 읽기위한 좋은 시간이 된 것인지도 모르겟다

 

작년인가 논어와 장자는 읽은 적이 있다

한비자는 괘 오래전에 구입을 했는데 읽다가 쉬었다가 하는 중이었다

이 책에 실린 한비자를 먼저 읽은 셈이다

구성상 짧은 이야기와 그 이야기에 대한 해설이라 길제 이어지는 내용이 없는지라 중국의 옛날 이야기를 읽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엇다

부분부분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들이 실려있어 읽으면서 익숙함에서는 편안함도 책을 읽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장자편의 마지막에 실린 "위선자들의 도굴현장"은 읽는 내내 남의 무덤을 도굴하는 도적들이 자기들 나름은 예를 갖추는 모습에 우리내 정치인들의 모습이 겹쳐보여서 웃음이 났다

나도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대단한 히트를 친것 역시 이같은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열자편에서는 "죽지않는 비법"이 인상적이었다

물른 이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보는 것도 아니었지만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는 영구불변의 진리조차도 망각하게하는 인간의 욕심에 대해 재밌게 읽을수 있었다

한비자편에서는 "엄격한 법의 정신"편이 인상적이었디

역사상 법은 항상 권력자나 강자편에 기울어져있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법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p 328  

작은 재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길에 재를 버리는 행위를 엄격하게 처벌하는 이야기는 솔직히 억지가 있는 것 같기도 했지만 늘 큰 사건들이 일어나고 피해자가 생기고 나서야 법을 만들거나 솜방망이처벌에 대해 시끄러워지는 우리의 현실이 더욱 생각났다

 

"백마는 말이 아니다"편은 말과 현실의 차이에 대해 탁상공론의 무의미함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백마는 백색과 말 각각 두가지를 가졌으니 말이 아니라며 학자들과의 논쟁에서 이긴 아열이라는 사람이 무지한 국경의 문지기에세 백마에 대한 통행세를 냈다는 이야기로 어이가 없지만 말이 되는 묘한 이야기였다

공론으로는 능히 내노라하는 학자들을 이길수 있었지만, 실물을 두고 논하기에 이르러서는 한 사람의 무지한 관문지기조차 속일 수가 없었다.

 

공리공론 空理空論에 매몰된 우리의 역사,조선시대의 민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좋은 일화다.

p243

<한비자>에 나오는 편명으로 '오두"는 다섯가지 "좀벌레" 라는 뜻이다.

즉 나무를 갈아먹는 다섯유형의 무리들을 나무를 갉아먹는 좀벌레에 비유한 것이다

1. 인의도덕 정치는 주장하는 유가들 

2. 세객說客과 종횡가

3. 사사로운 무력으로 나라의 질서를 문란하게하는 유협

4. 공권력에 의지해 병력이나 조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권문귀족

5. 농민들의 이익을 빼앗는 상공인들

p394    

이 다섯가지 좀벌레의 유형들을 보니 참으로 낯설지가 않다

한비자는 지금으로부터 2000여년 전에 사람인데 이 시대에 있던 좀벌레들이 20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존재하니 그 끈질긴 생명력은 참으로 감탄스럽기까지하다

 

여불위가 자신의 위상을 천하에 알리기위해 만든 백과사전같은 책이 여씨춘추라고 한다

이 편에서는 자신의 원수와 아들을 공직에 천거하는 기황양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취업난이 한참인때라 더욱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취업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 가진 능력이 아닌 백이라고 한다

누구는 시험을 통과하고도 떨어지는데 누구는 삼촌이 상무라서 시험도 보지 않고 버젓히 정직원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말대로 혈연,지연,학연으로 얽힌 후안무치가 횡횡하고 있으니 개탄스러울따름이다

 

논어는 지난번에 기회가 있어 다 읽었지만 역시 다시 읽어도 좋았다

눈은 믿을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바로 본다고는 말할 수 없다. 마음속에 있는 믿음 또한 이와 같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p474  

"사람을 알기는 어렵다"편에서 밥을 하다 몰래 혼자 밥을 먹는 제자 안회의 행동을 보고 불쾌하게 생각했던 공자가 나중에 밥에 재가 들어가서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말이다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만을 신뢰하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나 자신을 비롯한  요즘 사람들에게 하는 말인거 같았다

 

듣기 좋은 말은 귀신도 춤추게 할수도 있다고 한다. 남을 칭찬하기보다 비난하기를 즐기는 지도자들이 많은 세상이다. 특히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귀담아 들어워어야 할 만한 교훈이 아니겠는가?  

애써 남의 단점을 찾아 비난하기에 앞서 상대의 장점을 칭찬해주는 도량이 절실히 요구되는 현실이다.

p483 

"듣기 좋은 말"편에 나오는 글이다

단교를 치켜세움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얻어낸 자고의 지혜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같은 질문에 다른 답"편에서는 교육자로서의 공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제자들 각각의 자질과 성품을 파악하여 거기에 맞는 교육을 하는 이야기였다

요즘 흔히 말하는 "맞춤식 교육"의 시조인 셈이다

 모자라는 것은 보태고 복돋으며, 넘치고 지나친 것은 덜어내고 억누르는 것이 중용이다.

p494 

참다운 스승의 모습인 것 같았다

정치가로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왜 공자가 성인이고 위대한 스승이라 불리는지 잘 알수있는 대목이었다

 

묵자편에서는 "묵비사염"이라는 글귀가 나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은 저마다 보이지 않는 색깔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삶을 적셔주는 심성같은 것, 그것이 선이든 악이든 그 색깔에 따라 일생을 살아간다. 태어날 때는 모두들 결국 아무 색깔도 지니지 않았는데도.   

색이 들기는 쉬우나 다시 흰색으로 돌아오기는 어렵다

누구나 다 아는 말이지만 이 글이 묵자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도 천자문에 이 글귀가 나온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마지막에 실린 안자춘추는 이 책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제나라의 재상인 안영에 대한 이야기들로 그중에서도 "회수를 건넌 귤"은 예전에 많이 들어서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이 책에 실린 글이라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알았다  

귤나무나 강남에서 자라면 귤이 열리지만,회수를 건너 북쪽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가 열립니다

자라는 풍토와 물이 다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p632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서 도듁질했다며 안영에게 창피를 주고자했던 초나라의 왕은 이에 안영에게 사과를 했다고 한다

귤나무도 이런데 사람이이야 오죽하라 태생이 어떻든 자신이 노력하기 나름인 것이다

앞서 나왔던 안영의 마부이야기 또한 그렇지 않은가

저자의 해설대로 아무리 마부의 아내가 현명하다해도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노력하지 않았다

면 그는 그저 마부로 인생이 끝났을 것이다

철면피에서 철이 단순한 철이 아닌 무쇠라는 것도 재밌었다

 "낮가죽이 무쇠처럼 두껍다"는 뜻의 철면피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들뿐만은 아닌 것 같아 더욱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고전이라는 것과 책의 두께를 보고 조금 겁을 먹었지만 읽는 내내 재밌는 옛날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늘 어렵게만 생각되었던 제자백가가 이렇게 재밌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되었서 아쉬웠고,이제라도 알게된 것을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다음에는 꼭 집에 있는 한비자를 다 읽어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글은 책좋사서평단으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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