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단편선 소담 클래식 8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이은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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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기억이 난다.

고교 시절 동기들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두꺼운 세계 문학 작품들을 열심히 읽던 모습들이 생생하다.

꼬꼬마 시절부터 책을 좋아하시던 아버지께서 우리 남매들을 위해 안데르센과 그림 형제 동화 전집이며 그 당시 가격으로도 엄청났던 17권짜리 커다란 백과사전. 한국 소년소녀 문학 전집, 세로줄로 인쇄된 10권짜리 고급 양장본 삼국지. 그 외에도 어려운 책들이 괘 많이 있었기에 그 책들을 읽고 또 읽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남매들 중 그 책들을 모두 읽은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지만 그 시절부터 책을 읽던 습관을 아니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다.

백과사전에서 읽어서 이미 세계 문학 작품과 그 작가들에 대한 정보를 정작 작품을 열심히 읽었던 그들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딱히 원래 작품을 읽으려고 하지 않았다.

모파상, 헤밍웨이, 톨스토이 등등 유명 작품들에 대해 작품의 배경이나 의미 등등 오로지 지식적인 면만을 추구했던 내게 일부러 시간을 들여가며 그 문장 하나하나를 읽을 이유가 없었던 거 같다.

시간이 지나 성인이 된 후에야 파우스트를 몇 달에 걸쳐 읽었고, 노인과 바다를 두 달에 걸려 읽으며 알게 되었다.

도스토옙스키 또한 내게 그런 작가들 중 한 명이 되었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도스토옙스키 하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만 생각했었던 나의 무심함에 어이가 없어지기도 했다.

톨스토이나 헤밍웨이는 단편집이나 여행기까지 찾아서 읽었으면서 왜 도스토옙스키는 다른 작품들을 한 번도 찾아보지 않았을까??

이 책에 실린 세 편의 작품들은 사랑에 대한 작품들이지만 그 사랑이라는 것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도스토옙스키의 문장으로 읽을 수 있었다.

백야에서의 나스텐카는 지금의 시선으로 보자면 대놓고 양다리를 걸치며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자기 연민을 주장하는 뻔뻔한 여자로도 보인다.

결혼을 약속한 남자에게 버림받았다고 하지만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을 탓하지 않을 정도로 그녀를 사랑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어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시선으로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남의 아내와 침대 밑 사나이는 제목부터가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지만 결과적으로 작품 속 아내는 아무런 죄가 없다.

가끔 의처증 남편들에 대해 뉴스나 사건 소식을 접하면서 그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었는데 작품 속 남편의 심리를 읽으면서 그들의 마음속 상상의 나래가 얼마나 얼토당토않은지에 생각하게 했다.

사람을 믿는다는 것과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공통점과 차이, 그리고 시간과 환경에 따라 얼마나 추악하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셰익스피어 희극과 비슷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첫사랑은 11살 소년과 소년이 사랑하는 M 부인의 이야기다.

자신의 사랑하는 소년 앞에서 유난히 솔직하고 눈물까지 보이는 이 부인을 보면서 에쿠니 가오리 '도코타워' 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이 생각났다.

자신이 가진 것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는 이기적인 어른과 11살 소년이 바라보는 어른들의 관계의 허영과 위선, 그리고 그것을 날카롭게 깨우치는 만만치 않은 소년에게 감탄이 나온다.

이 단편집을 읽기 전 '도스토옙스키'라는 작가는 어둡고 무거운 작품만 생각나는 진입장벽이 괘 높은 작가 중 한 사람이었지만 이 작품들을 통해 그의 작품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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