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 개정판
양귀자 지음 / 쓰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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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안진진.

20대 여성이며 현재는 휴학 중인 대학생. 휴학의 이유는 대학 등록금을 모으기 위한 아르바이트가 목적이었지만 이미 등록금을 낼 정도의 돈을 다 모았지만 이모부의 뒷배로 무역회사 사무직으로 어엿한 회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시장의 난전에서 양말을 팔며 억척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와 여자 문제로 고등학교 시절 퇴학까지 당한 답답한 남동생과 함께 어머니가 18년 만에 장만한 18평짜리 집에 살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알코올 중독에 가정 폭력을 거듭하다 가족을 버려두고 가출. 가끔씩 돌아와 어머니가 숨겨둔 돈을 훔쳐 가는 아버지. 현재는 몇 년째 돌아오지 않아 행방불명이다.

설명만으로도 답답한 답이 안 나오는 남자들을 가족으로 둔 장녀이다.

그리고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연까지는 아니지만 주요한 등장인물로 진진의 어머니와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이모와 이모의 가족들이 있다.

이 쌍둥이 이모와 이모의 가족들은 주인공의 안진진과 그녀의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 동아줄이지만 그와 동시에 주인공의 가족들 특히 아버지와 남동생 그리고 여전히 아름다운 외모의 이모와 결혼 전에는 똑같은 얼굴이었던 억척스럽게 늙어버린 안진진의 어머니에게 자신들이 얼마나 형편없고 비참한 인생인지 알려주는 무자비한 거울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외모에 대한 집착이 심한 왕비에게 "너는 못났다"라며 끊임없이 백설 공주와 비교하며 그녀의 악행을 부추기는 악의 없는 거울.

어린 시절이었다면 의지가 없는 거울에게 무슨 죄를 묻냐고 했겠지만 어른이 된 후로는 백설공주 이야기 속 진짜 악마는 공주를 괴롭히는 왕비가 아니라 끊임없이 왕비에게 '백설 공주보다 어름답지 않다'라며 끊임없이 왕비를 부추긴 거울이 아닐까 하고.

악의가 없다고 무슨 일이든 해도 되고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진짜 악의가 없었을까?

오히려 '악의'라곤 없는 순진한 척을 하면서 상대에게 '나의 행위에 기분 나빠하는 네가 나쁜 사람'이라며 기분 나쁜 악의가 느껴지는 비난을 받고 있는 상대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아닐까?

안진진의 이모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남편이나 그녀의 자식들은 자신들의 지루하고 평온한 삶을 방해하는 어머니와 이제는 외모까지도 초라하게 달라진 쌍둥이 이모와 그녀의 식솔들을 같은 사람으로 생각이나 했을까~

물른 안진진의 아버지나 남동생은 그런 취급을 당할 만한 행동을 했으니 자업자득이지만 한순간의 선택이 갈라놓은 안진진의 어머니와 이모의 인생은 너무 극명한 대비를 이루어서 읽는 내내 불편했다.

세상은 평등하지 않지만 안진진의 어머니에게 이보다 더 불평등한 세상이 또 있을까?

술주정뱅이에 가정폭력까지 일삼는 남편만 해도 억울하기 그지없는데 자식들까지 쌍둥이 여동생의 잘나디 잘난 자식들과는 비교조차 하지 못할 만큼 형편없는 인생을 살고 있으니 그 화병이 오죽했을까.

이렇게 답답한 가족 사이에 살고 있는 안진진에게 아름다운 이모는 잠깐이나마 현실을 잊을 수 있는 비상구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비상구에서 살 수는 없다.

이모외에도 안진진에게는 그대로 비상구가 있다.

그녀에게는 김장우와 나영규라는 두 명의 연인이 있다.

처음 만난부터 차이가 나는 두 남자는 가족사나 직업이나 경제적 환경, 성격까지 정반대의 소유자이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무계획에 순수하고 사람 좋은 야생화 전문 사진작가 경제력은 없어 보이는 김장우.

대기업에 다니며 무슨 일이든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자신만만한 경제적으로 윤택한 나영규.

모든 것을 이룬 평안한 삶을 살아가든 이모가 갑자기 자살을 하기 전 안진진은 순수하고 가족을 사랑하는 남자 김장우에게 사랑을 느꼈다.

사실 김장우는 진짜 안진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범죄자로 감옥에 있는 남동생이나 알코올 중독과 가정 폭력으로 부족해 가출해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 심지어 그는 아름답고 우아하고 부유한 이모를 안진진의 어머니라고 착각하고 있다.

과연 김장우가 사랑하는 안진진은 진짜 안진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진짜 안진진과 그녀의 집안 사정과 경제적 환경까지 안다면 그래도 그녀와의 결혼을 이야기하고 자신의 형과 형수에게 소개했을까?

사업이 망해서 살 곳마저 없어 아이들까지 데리고 동생의 집에 얹어 살고 있는 김장우의 형과 형수도 진짜 안진진의 배경을 안다면 그렇게 환영했을까?

사람 좋은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김장우 가족은 부유한 어머니를 둔 안진진을 아내로, 제수씨로, 동서로 원했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너무 비약적일까?

김장우와의 사랑을 확인하고 나영규에게 이별을 말하려고 했던 안진진의 계획은 결국 이뤄지지 않는다.

안진진의 아름답고 부유한 이모는 잘나고 완벽한 자식들이 공부가 끝난 후에도 한국에 아니 자신의 곁으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모든 것이 완벽했지만 그 완벽함이 지루해서 자살을 했다.

.안진진의 말대로 이모의 자살은 완벽한 남편이었고 완벽한 자식들이든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삶의 고통을 맛보게 해준 것이다.

하지만 이모가 없다고 그들의 인생에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외국에서 엄마 없이 산 이모의 자식들은 그녀가 없다고 곤란한 일은 딱히 없어 보인다.

그들의 생활권에서 그녀를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 장식장에 올려둔 사진 몇 장외에 있을까~

이모부가 느꼈을 배신감이 이해가 간다.

그는 남편으로, 아버지로, 심지어 아내의 가족에게도 쓰레기 같은 아내의 형부에게도 큰돈을 선처해 주는 등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어머니보다 더 사랑했고 의지했던 친구 같았던 이모의 죽음으로 안진진은 인생의 동반자를 바꾸었다.

아버지를 생각나게 하는 김장우와 헤어지고 이모부를 닮은 나영규와의 결혼을 선택했다.

이모는 매일매일이 돈을 한 푼이라도 벌기 위해 바쁘고 남편과 아들이 벌리는 사건과 사고로 문제투성이인 어머니의 삶을 부러워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안진진은 나영규를 답답하고 자신의 계획만을 중시하는 재미없는 사람으로 표현했지만 그녀가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와 결혼을 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 아닐까~

그녀는 김장우를 사랑했을지 모르지만 안진진을. 진짜 안진진을 사랑하는 사람은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가 아니었을까. 그는 그녀의 문제적 가족 환경들을 모두 알고도 도움을 주려고 했고 그녀에게 청혼했다.

그는 안진진을 이 끔찍한 집안에서 해방시켜줄 마음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다.

'모순'은 쌍둥이 일란성 자매와 그녀들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쌍둥이 중 언니 쪽의 딸인 안진진은 자신의 가족들과 이모의 가족들을 통해서, 그리고 그녀의 두 연인을 만나면서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해 배운 셈이다.

모든 것에서 비교가 되는 상대가 있다는 것은 딱히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비교를 통해 스스로를 더 나은 사람으로 노력하든, 그대로 주저앉아 불평만 늘어놓으며 좌절하든 그것은 본인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부유하고 아름다웠으며 모든 것을 갖춘 잘난 자식들과 잘난 남편을 둔 쌍둥이 동생은 조카에게 편지를 남기고 자살했다.

군대를 제대하고도 여전히 철이 없다못해 조폭놀이에 빠진 문제 아버지를 꼭 닮은 아들은 범죄자가 되어 감옥에 있고, 문제만 일으키다 행방불명이 되었던 남편이 치매와 중풍에 걸려 돌아온 쌍둥이 언니는 일본어 책과 법에 대한 책에 이어서 치매와 중풍에 대한 책을 읽으며 열심히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

인간의 나약함과 강인함이 이토록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라는 것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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