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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호시즈키 와타루 지음, 최수영 옮김 / 반타 / 2025년 7월
평점 :
"내 시체를 찾아주세요"
유명 소설가가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글을 올린다.
유명 미스터리 소설가인 모리바야시 아사미는 자신이 뇌종양에 걸렸으며 뇌종양으로 인해 정신이 이상해지기 전에 자살한다는 글을 남긴다.
처음에는 새로운 작품에 대한 홍보의 하나가 아닐까 아니면 새로운 작품의 일부분인가 하던 댓글이 올라오지만 이내 각종 추측성 댓글로 가득 채워진다.
이 글을 본 그녀의 남편 마사타카는 아내가 뇌종양에 걸린 사실조차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대학 동아리에서 만나 결혼에 이른 이들 부부.
남편이라는 이 작자는 '쓰레기도 이런 쓰레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괘나 매력적인 껍데기를 제외하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쓰레기이다.
잘나가는 작가 아내를 둔 덕분에 결혼 후 직장도 그만두고 먹고 놀기만 하며
아니 먹고 놀기만 했다면 그나마 나았겠지만 유명 소설가의 남편이자 예비 소설가라며 아내와 관련된 여자들과 만나 불륜이나 저지르는 못난 남편+못난 남자의 대명사인 거 같은 그런 쓰레기이다.
마사타카의 현재 불륜 상대이자 아사미의 광팬+편집자인 시오리는 아사미가 새로운 작품의 플롯을 자신에게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과 그녀가 알고 있는 비밀들이 탄로 날까 봐 겁이 났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쓰레기 3인방 마사타카, 그의 불륜녀 시오리 그리고 아사미의 시어머니인 마사타카의 엄마.
그 엄마가 그 아들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쓰레기 모자는 살아생전 아사미를 괴롭힌 만큼 아사미의 복수에 처절하게 당한다.
기억조차 나지 않은 어린 시절 부모라는 인간의 손에 죽임을 당하기 직전에 옆집 할머니의 신고로 구해져 보육원에서 살고 있던 아사미는 자신의 그런 사정을 모르고 있다가 학교 선생이라는 작자의 동정 어린 공표로 알게 되었다.
"이 선생 미친 거 아냐~"
세상에 어떤 인간이 그런 이야기를 학교에서 당사자와 다른 학생들이 있는 자리에서 대놓고 말한단 말인가~
이 인간은 선생으로서의 자질은 물른이고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인성조차도 되지 않은 인간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사미의 말대로 동정보다 성가신 감정은 없다.
동정은 그 어떤 감정보다 동정을 받는 상대에게는 성가시기 그지없다.
상대에 대한 우월감과 상대에 대한 미움과 증오를 자신의 따뜻한 마음(?) 속에 숨기고 상대방에게 반격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 가증스러운 감정이다.
'반격하면 네가 나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씌워 사람을 가장 비참하게 짓밟는 감정이 바로 동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글 중에 가장 공감이 갔다.
작품 속의 작품으로 등장하는 다섯 소녀의 이야기는 참으로 참담했다.
가족이 없는 것이 콤플렉스였던 아시미가 고교에 입학하면서 만나게 된 친구들.
밖에서 보기엔 화목한 가정에서 잘 자란 그저 평범한 여고생으로 보이지만 아사미를 제외한 4명의 친구들에게 그녀들의 가족들은 삶에 있어 족쇄이자 걸림돌을 넘어서 법의 망을 교묘히 벗어난 범죄자들이었다.
'보호자=가해자'
소녀들은 가장 보호받아야 할 가정에서 핍박과 학대, 협박, 폭언, 성폭행까지 당하고 있었다.
바람이 난 집을 떠난 남편의 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자 할머니를 돌보게 하기 위해 학교를 쉬라고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생모.
아내가 떠난 후 자신의 딸을 임신까지 시킨 후 아이를 낳으라고 하는 현직 교사인 생부.
장남이 아파서 자신들의 사후에 그 장남을 돌보게 하기 위해 아이를 낳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부부.
자신들의 병원을 잇게 하기 위해 의대에 입학하라고 닥달하다 성적이 안되니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성에게 어린 딸을 결혼 시키려 하는 의사 부부.
(이런 인간들을 엄마나 아빠라고 부르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참 대단한 생부생모들이다.
4소녀의 자살로 부모들은 결국 자신들이 가지고 괴롭힐 카드를 영원히 잃어버렸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4명의 친구들의 딱한 사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 시도했던 자살쇼는 아시미를 제외한 다른 소녀들에게는 그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도망처였다.
나중에 병원에서 눈을 뜬 아사미는 뒤늦게 당시의 친구들이 진짜 마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매일매일 죽고 싶었을 그녀들에게 아사미의 자살 시나리오는 모든 것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4명의 친구들을 한날 한시에 잃어버린 아사미에게 먼 친척이라는 후원자가 나타났고 생각지도 못한 대학생이 되었다.
4명의 친구들과 아사미는 그렇게 만날 운명이었을까.
그녀들은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면 자살하지 않았을까?
다섯명이 모두 쓰레기 같은 부모를 만났지만 아사미는 그나마 어린 시절에 탈출할 수 있었다는 차이가 그런 결과를 낳은 것일까~
소설 속 이야기지만 종종 '그알'같은 사건 프로그램에서 등장하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뇌리에 오래 남았다.
뭐 결과적으로 아사미는 친구들을 죽인 진짜 살인자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겼다.
소녀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그들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그 비열하고 추악한 진짜 이야기들을 세상에 알렸다.
긴 시간이 지났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친구들의 복수를 한 셈이다.
그리고 그녀를 망친 남편과 시어머니까지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이긴다'는 고사가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소설가 모리바야시 아사미의 자신의 모든 것을 건 복수극이 이 소설의 주 내용이다.
끝까지 죽은 아사미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난 그들에게 딱히 동정심은 들지 않는다.
아사미의 복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