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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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인가 다자이 오사무의 삶을 주제로 한 영화 '인간 실격'에 대한 일본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일본 드라마나 영화를 즐겨 보다 보면 '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을 자주 등장했고 그의 대표 작품이자 일본 문학의 진수라는 '인간 실격'에 대해서도 자주 접했지만 딱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일본이 자랑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는데 괘나 인내심을 발휘한 적이 있어서 이런 대단한 작품들은 부담감부터 느껴진다.

특히 다자이 오사무는 그의 일생에 대해 알면 알수록 부잣집 도련님이 복에 겨워서 주체를 하지 못하고 살다가 연인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까지 자신의 죽음에 끌어들인 무책임하고 약한(악한) 지식인의 모습이 강해서인지 그다지 호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그의 작품들을 피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작품들 특히 일부분이지만 원어인 일본어로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괘 오래전에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원어로 읽어보고 싶어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한 적이 있었는데 다자이 오사무의 문장들을 읽게 되리라고는 그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번역으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문장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다.

다자이 오사무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그의 가정 환경 등을 생각해도 그는 자신이 얼마나 큰 행운을 타고났는지 그리고 그 행운을 허비했다는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는 거 같다.

끼니조차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 시대에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도쿄 제국 대학까지 들어갔으면서 불륜과 연인이라는 여성들과의 동반자살 시도라니 그것도 첫 시도로 자신을 살아남고 여성만 죽게 만들고도 부족해서 몇 번이나 시도하고 마지막엔 연인이라는 불륜녀와 같이 투신자살했다고 하니 작가로는 뛰어난 지성과 재능을 소유한 사람이지만 연인으로도 남편으로도 자식으로도 부모로도 참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차라리 다자이 오사무라는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면 그의 작품들을 선입견 없이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작가로서의 다자이 오사무를 제대로 만날 수 있었던 거 같다.

작품들 중 부분부분 이해할 수 없는 형편없는 인물들이 작가 자신의 모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것도 그런대로 이해가 간다고 해야 할까~

'아는 것도 배운 것도 많아 잘난 부모 덕분에 부족함이 없이 산 도련님이 자신만의 이상에 빠져서 자신도 고달프고 주변 사람도 고달프게 만든 천재 작가'

시대의 지성이니 하며 떠받들고 있지만 재능과 인성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가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지만 작품들은 확실히 그가 왜 일본에서 그토록 추앙받고 있는 알 수 있었다.

인간실격 외엔 처음 접하는 작품들이라 이 책을 읽는 동안 다자이 오사무의 작가적 재능을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특히 '직소'나 '어쩔 수 없구나'는 지금까지 알고 있던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바뀌게 해주었던 거 같다.

'앵두'에서는 그에게서 전혀 발견하지 못했던 아버지로서의 책임감도 발견할 수 있어 의외였다.

일생을 불륜과 일탈을 일삼았으며 죽음조차도 자신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는 방식으로 택했던 그가 이런 작품을 남겼으리라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사람과 미에 대하여'는 미스터리한 부분도 있어 그의 작품들이 지닌 다양성에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작가로서의 그의 이른 죽음에 왜 그토록 일본인들이 아쉬워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그저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자살한 작가' 로만 알고 있던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특히 그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그의 작가다운 부분들을 접할 수 있었던 거 같다.

'다자이 오사무'라는 개인보다 그의 작품들을 먼저 알았더라면 나 역시도 그를 멋진 작가로 알았을텐데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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