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위로를 요리하는 식당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최윤영 옮김 / 모모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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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밤 12가 조금 넘은 시간 그저 답답한 기분에 밤 산책을 다닌 적이 있었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그저 깊은 잠든 길을 걷고 또 걷다가 가끔 불 켜진 편의점을 보고는 안도감이 들었다.
만약 그때 이런 식당을 발견했다면 나 역시도 들어가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쿄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낡은 상가 건물에 밤부터 아침까지 작은 식당이 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진 '심야식당' 이라는 소설과도 비슷한 듯하다.

아사쿠사의 패밀리 레스토랑의 점장인 미모사는 이 매장의 점장이지만 여전히 점장이라는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
체인 패밀리 레스토랑이지만 그리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매장도 점점 줄고 있는 회사에서 그래도 이 도쿄 중심인 아사쿠사 매장은 지역적 장점인 관광지라는 점에서 회사의 매점들 가운데 괘 괜찮은 매상을 올리고 있다.
손님이 괘 많은 매장이지만 정직원은 단 두 명 점장인 미모사와 미모사보다 나이도 경력도 위인 중년의 남자 직원이 한 명 있을 뿐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이다.
그나마 아르바이트 경력이 긴 오구라가 있어 그나마 미모사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 정도이다.

미모사에게는 그저 일찍 퇴근해서 집으로 가 목욕을 하는 것이 유일한 힐링이다.
그런 그녀에게 집은 단순히 잠을 자는 장소라기보다 지방 출신으로 상경해서 얻어낸 유일한 휴식처이다.
어느 날 갑자기 윗집에서 불이 났고 그로 인해 바로 아래층은 그녀의 집은 모든 것이 물바다가 되어버렸다.
정작 화재의 원인이 된 윗집도 그녀의 옆집인 주인집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는데 그녀의 집이 가장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다.

통장과 지갑 등이 든 가방만을 들고나온 그녀에게 화재보험으로 인해 보상금이 나온다고 이야기해 주지만 하룻밤에 자신의 잘못도 아닌 남의 잘못으로 모든 것을 잃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회사에 물어 겨우 예전 회사 기숙사에 잠시 기거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혹시나 건질만한 것이 있나 다시 집으로 가지만 재와 물로 엉망이 된 집에서는 속옷 하나 건질 수가 없다.
완벽한 휴식처를 잃고 지금은 창고로 사용되는 낯선 기숙사에서 관리인이었던 가네다씨와 둘이 지내게 된다.

가네다에게 물어 밤에 갈 수 있는 식당이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무작정 찾아간다.
주택가 어두운 골목길을 조금 걸어가니 스테인드글라스가 밤을 밝히는 작은 식당을 찾았다.
작지만 근사해 보이는 식당과 다정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접대를 하는 여성과 깔끔한 인상에 남자 요리사 단 두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익숙하지 않은 거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동료 직원, 언제든 트러블에 대응해야 하는 점장이라는 원치 않았던 직책까지 힘들었던 일과가 온화하고 따뜻한 식당의 분위기에 녹는 거 같다.

가네다씨의 잊지 못할 맛이라던 감자 그라탱을 주문하고 가게를 찬찬히 살펴보니 더욱 마음에 들었다.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맛있는 그라탱을 먹고 나니 자신 외에 다른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나게 된 밤에 운영하는 식당을 다니면서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며 뛰어난 음식을 만드는 셰프의 솜씨로 만들어지는 다양한 요리들을 맛보게 된다.
자신에게 주는 선물처럼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늦은 밤 식당으로 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자신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처음 식당에 간 날 자신보다 먼저 와 있던 여자 손님은 남편이 식당 근처 병원에 입원을 해서 이 식당에서 밤을 보낸다고 한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남편과 몇 년이나 남편이 입원을 할 때마다 이 식당에서 밤을 보낸 아내의 이야기는 저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남편과의 사별 후 작가가 되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작품 속의 이 여성과 겹쳐 보인다.

친구들이 결혼을 해 가정을 이루는 동안 열심히 일해 드디어 회사의 임원 자리에 오른 커리어 우먼의 축하 파티에 동석하기도 하고 이 가게를 지금의 세프에게 넘긴 전직 셰프였다는 노인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도 들으며 자신과 자신의 직장에 대해, 그저 마음에 들지 않은 답답한 직장 동료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식재료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고, 먹는 사람의 마음까지 헤아리는 요리들을 볼 때마다 음식을 판다는 같은 일을 하지만 자신과는 다른 마음가짐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화재로 인해 망가졌던 집 수리가 다 끝나고 다시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이 작은 식당에서 만난 사람들과 그들에게 배운 많은 것들로 인해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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