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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다산 1~2 세트 - 전2권 ㅣ 조선 천재 3부작 3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24년 11월
평점 :
다산(茶山) 정약용.
'다산 정약용' 이라는 이름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산의 한자를 보고 살짝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약용의 호가 다산이라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차 다(茶) 뫼 산(山)을 쓸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정약용은 자신도 그렇지만 형제들 또한 뛰어났던 천재 집안의 일원이었다.
경세유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저서를 남긴 천재 학자이고 그의 형 또한 조선 최초의 해양 백과사전을 집필했던 정약전이다.
유럽 수학계에 수학 천재 베르누이 집안이 있다면 조선의 천재 집안이 바로 정약용의 집안일 것이다.
하지만 정약용 본인도 집안도 이 천재의 재주를 알아주며 귀히 여겼던 주인인 정조 임금이 승하하자 말 그대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되어버린다.
'정약용'이라는 인물에 집중해서 딱히 작가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아주 오래전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던 영화인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원작을 쓴 작가에다 최근에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아버지라고 한다.
부녀가 모두 이렇게 대단한 작가라니 도대체 이 집안의 서재는 어떤 책들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대단한 작가의 작품을 이제야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는 것에 아쉬움이 들었지만 책의 소개에서 읽었던 조선 천재 3부작 시리즈는 출판이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다.
정약용과 정약전 형제의 이야기 만 읽으면 그저 서로 지적 수준까지 맞는 영혼의 단짝 같은 형과 아우의 이야기가 부럽기만 했다.
이 두 형제의 이야기는 딱히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알고 있었기에 별반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셋째 형이었던 정약종과의 관계는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정약용이 죽을 때까지 껄끄러웠던 관계는 그의 어머니가 같은 병에 걸린 형제들 중 증세가 심했던 약종을 따로 격리하고 그의 숙부에게 맡겼을 때부터 약종이 느꼈을 소외감이 원인이었을 것 같다.
형제의 어머니는 합리적인 선택을 한 셈이지만 어린아이에게 어머니에게 선택받지 못한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자신보다 학문적으로나 벼슬로나 뛰어난 동생과 형 사이에 끼여서 그가 느꼈을 자괴감이 나중에 그가 가장 천주교에 심취했던 이유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정약용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유배지에서 보냈지만 그는 그 유배지에서의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그의 저서들은 대부분이 유배생활 중에 집필한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라는 이름이 너무 유명하고 그의 저서들을 줄줄이 외울 정도로 그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학자라는 사실에 그의 생애는 따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알게 된다.
하지만 이토록 유명한 그이고 또 조선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임금인 정조에 대한 자료들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에 그의 인생사는 딱히 따로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거 같다.
이 책 속에 정약용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천재 정약용의 이미지와 어느 부분은 비슷하지만 아들, 아버지, 지아비, 신하, 아우 등 인간 정약용의 다양한 면면들을 작가가 들려주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단순하게 나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정순대비의 위세 아래 그를 해한 정적들 또한 정약용처럼 뛰어난 재주와 주군의 사랑까지 받았던 사람과 동시대 인물로 살아가며 느꼈을 질투와 시기, 그리고 도저히 따라 할 엄두 조자 나지 않은 특별한 인물을 보며 스스로가 못난 사람이라는 좌절감이 얼마나 사람을 모질게 만드는지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지닌 학문적 재주에 비해 자신의 향한 주변 사람들의 심리나 정치적 능력이 부족했던 그가 그나마 유배지가 아닌 자택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었던 것만 해도 그가 끝까지 천운을 누렸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