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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타벅스에서 그리스신화를 마신다 - 세이렌은 어떻게 당신의 취향을 저격해 왔는가
이경덕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8월
평점 :
대학시절 교양으로 들었던 서양사 강의에서 '서양의 역사는 성경과 그리스 신화가 기본이다' 하고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그 후에 읽었던 서양 역사책에서도 비슷한 문구를 몇 번이나 봤던 기억이 난다.
서양 철학부터 심리학, 경제학 등등 다양한 학문들의 각종 현상이나 이론에 붙은 이름들 중 알고 보면 대부분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것들이라는 사실을 생각나게 한다.
이제 그리스 신화는 서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넘어 세계의 문화에서 그 모습을 알게 모르게 드러내고 있다.
역시 그리스 신화와 인간의 관계에서 빠질 수 없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인간을 만든 것이 프로메테우스라는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난다.
판도라의 상자는 후대의 번역의 오류로 생긴 것이고 사실은 판도라의 항아리이고 재앙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판도라는 '모든 선물'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조상이 프로메테우스의 아들과 판도라의 딸이니 아마 인간의 호기심이 부른 불행은 이 순간부터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그 이름이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항해사 '스타벅'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의 로고를 보고 처음에는 사실 경악했다.
멀리서 본 스타벅스의 로고 안에 복잡한 그림이 있었지만 그냥 로고겠거니 했었다.
여인의 얼굴과 뱀으로 된 머리카락 당연히 메두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이렌' 이라는 설명은 어느 책에선가 보고 커피의 유혹이라는 의미라면 메두사보다는 세이렌이 맞는 듯했다.
자신의 노랫소리를 듣는 어부를 잡아먹는 세이렌. 커피 한 잔에 저렴하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잡아먹히는 현대인은 그 시절의 어부들과 같은 처지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묻어난다.
세계보건기구 WHO
이 이름은 나에게 있어 고교 시절 시험문제의 답이었다.
국제적인 보건 기구라는 설명에 '국제보건기구'라고 써서 틀린 기억이 아직도 선명한 그래서 지금까지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이름이 되었다.
서양에서는 저승사자의 역할도 하는 헤르메스의 지팡이 '케리케리온'의 형상을 대한 의사협의의 로고로 최근까지 사용했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기도 하고 작금의 일부 의사들의 이기심을 이때부터 미리 예정된 것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책에는 지금까지 알고 있는 에피스도들도 물른 많이 실려있다.
다정한 모녀라고만 생각했던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의 관계에서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던 딸과 어머니의 뒤틀어진 관계의 비밀이나 미국에서 다시 등장한 낙태법에 대한 이야기며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 등등 지금의 사회 이슈들에 대한 것들까지 그리스 신화를 통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리스 신화를 박물관이나 고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닌 예술, 음악, 미술, 과학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옷을 갈아입으며 우리 곁에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며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재밌는 이야기들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