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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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 전국에 있는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을 투어하고 싶다고~

괘 오래전 이제는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때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의 소박하다면 소박하고, 거대하다면 거대한 그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저자는 그 꿈을 이룬 사람인 셈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정말 이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과 동경이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더욱 답답하고 초라하게 만들기도 한다.

각 도마다 국립박물관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서울이나 경기도가 아닌 지방에도 이렇게 근사한 미술관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았다.

미국, 독일, 일본 같은 외국은 수도나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화가의 고향이나 관련이 있는 중소형 도시에도 명화라 불리는 고가의 유명 작품을 보유한 미술관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국내에 이런 근사한 미술관들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에 저자가 알려준 미술관들의 정보가 더욱 와닿았다.

첫 시작은 박수근 화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이중섭과 함께 유명하지만 이중섭 하면 바로 떠오르는 황소 그림이 있지만 한국 미술의 초보에게 박수근이라는 이름의 화가는 알지만 그의 작품 중에 딱히 바로 떠오르는 작품은 없다.

그의 호가 미석이라는 것도 그의 그림이 덧칠로 인한 독특한 재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언젠가 미술관에서 박수근의 작품을 만난다면 저자가 알려준 대로 '아주 가까이서 천천히' 감상해보고 싶다.

이쾌대~ 최근에 어느 유명 연예인이 언급해서 알게 된 화가지만 독특한 이름외엔 딱히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에서 그의 작품들을 보니 그의 유명세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흐의 그림을 지키고 지금의 명성을 만든 것이 고흐가 싫어했던 동생의 아내라는 사실처럼 이쾌대의 작품을 지킨 이는 그가 사랑했던 아내였다고 하니 그가 이 사실을 안다면 더욱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한국의 서양화가로 이렇게 근사한 작품 남긴 화가지만 그는 분단의 비극에 희생된 안타까움의 상징 같기도 했다.

시간이 되는대로 대구 미술관으로 가서 이쾌대의 작품을 직접 만나보고 싶어진다.

나해석~ 이중섭 만큼이나 유명한 화가지만 그녀는 한순간의 불륜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딱한 사람인 거 같다.

그녀의 자화상은 모딜리아니를 연상케 하기도 하는 거 같다.

불륜녀라는 도덕적 문제가 자신의 화가로서의 재능과 명성뿐만 아니라 그녀의 인생 모든 것을 망가뜨릴 것을 알았다면 그녀는 그래도 그 사랑을 선택했을까~

그 불륜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작품을 남기며 탄탄대로의 인생을 살며 빈 사교계의 여왕이었던 알바 말러 같은 인생을 살았을 거 같은 그녀가 한순간 선택으로 불행한 삶을 살다간 것이 못내 아쉽게 느껴진다.

이중섭에 대해서는 너무 유명하고 그에 대한 책도 몇 권인가 읽은 적이 있어서인지 딱히 새롭게 느껴지는 이야기나 작품은 없지만 이 책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작품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그동안 알고 있던 그의 작품과는 달라 보여서 실제 작품을 꼭 한번은 보고 싶어진다.

마티스가 생각나는 천경자 화가의 작품도 근사했지만 그녀가 뱀을 소재로 자신의 힘든 삶을 표현했던 작품들을 보면서 팔자 좋은 부잣집 태생의 화가로만 알고 있던 그녀의 인상이 바뀌었다.

언제가 티브이 프로 '예썰의 전당' 봤던 르네 마그리트 편이 생각났다.

상체와 하체가 바뀐 인어는 어린 시절 상상을 해봤지만 잊혀졌는데 르네가 그린 집단적 발명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익숙한 존재에게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충격과 혼란을 전해주는 것이 르네 마그리트 작품의 특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원이 근사하다는 구하우스 미술관도 인상적이었지만 강화도 있다는 해든뮤지엄은 강화도라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듯한 섬에 이런 미술관이 있다는 것에 더욱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울 뒤피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나오는 강원도 강릉에 있다는 저자가 바다와 가장 가까운 미술관일 거라고 하는 하슬라 아트월드는 산속 깊은 숨어있는 중세의 성 같다는 느낌이 들어 작품도 좋지만 미술관 자체가 작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폴 세잔의 사과와 함께 등장하는 미술관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공사를 시작했다고 하니 이 뮤지엄산도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전시품이구나 싶다.

예술이 천재적 영감이 표현이 아닌 노력의 결실이라는 것을 보여준 화가라는 저자의 글에서 예술에 대해 스스로 갖고 있던 선입견이 깨지는 거 같았다.

같은 동작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노력했던 발레리나와 그런 그녀들을 화폭에 담아낸 드가는 자신들의 예술이 그저 반짝이기만 하는 아름다운 존재가 아닌 끈기 있는 노력의 결실이라는 사실을 담담하게 알려주는 거 같다.

외국에 있는 근사한 미술관이나 박물관들을 보면서 부러워했었는데 저자 덕분에 비행기가 아닌 기차와 버스를 타고도 갈 수 있는 근사한 미술관들이 대한민국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주말 나들이로 저자처럼 하나씩 찾아서 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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