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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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없이 창문만 있는 집이 있고 그 옆에 단발머리의 소녀 그리고 소녀의 옆에 작은 새를 품은 나무가 있다.

어머니를 살해한 소녀가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소녀는 새를 죽이려는 어머니에게서 새를 지키기 위해서 어머니를 살해했다.

뒤에 나오는 내용이지만 이 어머니는 어머니도 엄마도 아닌 그냥 악질적인 여자이자 소녀의 생물학적 모친일 뿐이다.

자신을 학대하고 방치하고 유일한 위안이자 죽은 아버지가 선물해 준 작은 새를 시끄럽다는 이유를 죽이려는 소녀의 생모는 소녀에게 적일뿐이다.

이 그림을 심리학자는 소녀에게 작은 새를 위한 보호 본능이 있고 이 보호본능이 뾰족하게 솟은 공격 심리를 누그러트려 줄 것이라고 판단했고 소녀는 살인자가 아닌 학대 받은 피해자로 보호소로 보내지고 18살이 되자 사회로 나온다.

미스터리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구리하라는 묘한 내용이 적힌 블로그를 발견한다.

블로그의 주인은 출산 중에 아내를 잃은 남자이다.

남자는 아내가 남긴 그림들을 비밀을 알게 되어 괴롭다고 하며 더 이상 블로그를 하지 않겠다고 적어뒀다.

여자가 서있고, 빨간 산타복과 모자를 쓴 아기, 소년과 청년의 그림이 각각, 기도하는 듯한 중년의 여성의 그림이 이 다섯 장의 그림이다.

그림 속에 숨은 비밀을 알게 된 남자는 자신과 죽은 아내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를 살인자인 자신의 어머니에게 맡기고 자살을 해버린다.

세상에 이런 무책임한 아버지가 있을까~ 물른 남자도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죽은 아내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과연 그의 아내는 그가 아기를 자신을 죽게 만든 시어머니에게 남기고 자신을 따라 죽기를 바라고 그 그림들을 남겼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증거도 없으니 신고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아이의 엄마가 아이의 아빠가 아이와 함께 위험한 할머니로부터 떠나길 바랐을 것이다.

기자를 지망했지만 신문사의 총무부에 근무하게 된 청년은 3년 전 자신을 도와주었던 선생님이 비참하게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고 싶어 신문사에 취직했다

자신의 사수가 그 사건을 조사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로부터 당시의 자료들을 받아 확인하게 된다.

사람의 형태를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끔찍하게 훼손된 시신에서 사망 시각을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위 속의 음식물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남긴 영수증의 뒷장에 그린 그림 한 장~

선생님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자신에게 늘 도시락을 챙겨 보냈고 열정적인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는 소년에게 언젠가 함께 그 산에 올라가자고 약속했었다.

선배의 자료를 보고 당시의 관계자이자 선생님의 친구였다던 남자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모교를 가지만 남자는 없고 또 다른 관계자이자 선배이기도 당시 미술부였던 여자를 만난다.

진술서에는 미우라 선생님을 싫어했다고 했던 여자는 사실은 그를 좋아했다고 이야기한다.

이 여자 선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술서의 이야기가 진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뒤늦게 이해한다.

그렇다. 경찰관 앞에서 자신의 마음을 사실대로 이야기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더욱이 자신이 관계자이자 유력 용의자인 상황에서는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선생님이 남긴 그림을 보면서 위화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선생님이 마지막을 맞이한 산에서 선생님과 같은 일정으로 등산을 하고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선생님이 남긴 비밀을 알아냈지만 청년은 선생님이 살해당한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채 발견된다.

결국 나오미는 문조를 지키기 위해 어머니를 살해했고

소극적인 아들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살해했고

며느리에게 아들과 손자를 빼앗고 할머니가 아닌 엄마가 되기 위해 며느리를 살해했고

자신의 손자이자 유일한 혈육인 유타와 지금의 삶을 지키기 위해 남편의 제자였던 청년을 살해했다

어머니는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 후에 일어난 사건들은 심리학자나 경찰이 제대로 일을 해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들이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느낀 점은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였다.

처음 이 작품의 주인공인 나오미를 분석했던 심리분석가. 마지막에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이미 나오미는 자신의 어머니를 시작으로 남편, 남편의 친구. 며느리, 남편의 제자까지 죽이고 나오미의 비밀을 알게 된 아들은 자살을 한다.

아직 여섯 살인 손자 유타가 가장 큰 피해자이자 가해자의 유일한 유가족이 되었다.

40여 년 전 자신이 잘못 감정했던 나오미의 그림을 보면서 '어라 이 산이 아니네~' 하고 그만이다.

자신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으니

나오미와 나오미의 주변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불행하게 만든 것은 과연 누구의 탓일까~

살인을 한 것은 나오미이지만 병에 걸린 그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채 사회에 내놓은 심리 분석가와 그녀에게 별생각 없이 조산사라는 직업을 권했던 보호소의 직원. 그들은 자신들로 인해 벌어진 일들에 어떤 피해도 입지 않았고 책임감조차 느끼지 않을 것이다.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하고 그 일로 수익을 얻고 명예를 누리면서 법적 책임은커녕 도덕적 미안함마저도 느끼지 않고 아무런 제약 없이 또 그런 일을 행할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그림 수수께끼를 푸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점에서 단순하게 호기심만으로 읽어나갔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알게 되니 이 소설 속의 무능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소설 밖으로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한 단락씩 읽을 때는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라 단편들을 모은 것인가 했었는데 이 단편들이 각각 소설의 부분을 구성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사건들의 순서를 알게 되어 머릿속에서 정리가 필요한 이야기인 거 같다.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를 구분 짓는 구성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었고 벌써부터 이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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