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관우에게 말하다 1 - 의리를 무기로 천하를 제압하다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유연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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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등장했던 일본의 게임회사에서 삼국지 게임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의 이름을 확실하게 외울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게임은 유비, 조조, 손권, 원소 등 당시 군주라는 이름으로 군림했던 여러 인물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여러 장수와 책사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어 삼국을 통일하는 전략 시뮬레이션이었다.

군주로 가장 통일이 편한 인물은 당연코 조조였다.

실제 삼국 역사에서도 그렇지만 군주들 중 가장 전략적 재능과 통치에 재능이 있었으며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자원들에서도 조조는 압도적이었다.

반면에 유비에게 특히 제갈량을 만나기 전의 유비는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 좋은 것이 전부인 답답한 인물이었다.

이 답답한 인물이 어쩌다 만나 의형제까지 맺게 된 인물이 관우와 장비라는 만 명을 상대할 만한 장군감이었고 무예만 뛰어났던 장비에 비해 관우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칠 정도로 문무를 겸비했으며 사람의 외모를 따지는 조조가 반할 정도의 신선 같은 외모를 지녔다.

생각해 보면 삼국시대로부터 몇 천년이 지난 현대의 중국에서도 신으로 받들고 있는 삼국지 속의 인물은 출중한 외모로 알려진 관우와 제갈량 정도이니 그들의 외모가 얼마나 중국인들에게 호감이었는지 역사가 증명하는 셈이다.

1권에서는 관우가 조조에게 항복하는 장면부터 다시 유비에게 돌아가는 부분까지의 이야기 등장한다.

관우와 장비라는 걸출한 영웅들을 둘씩이나 의형제라는 이름으로 속박해 둔 유비지만 가진 것도 사람을 꼬시는 호감도 외엔 딱히 이렇다 할 지위도, 재산도 없는 유비가 전쟁에서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 셈이다.

가진 것이 없고 자신에게 내세울 것이라고는 스스로 만들어 낸 인품 외에 없었기에 더욱 도덕적으로 얽매였기에 하는 수가 없다.

뻑하면 배신을 당하고 전쟁을 지고 도망치고 유비는 관우에게 자신의 아내들까지 버려두고 원소에게 도망쳤다.

결국 조조군에게 잡힌 관우는 조조에게 말도 안 되는 세 가지 조건을 걸고 항복한다.

이미 관우에게 반한 조조는 자신들의 수하 장수들이 받을 상처보다 빛나는 새로운 보석인 관우에게 더 공을 들인다.

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관우를 완전히 자신의 사람으로 넘어오게 하기 위해서 저자의 말처럼 조조는 관우를 그렇게 받들지 말았어야 했다.

유비 밑에서 가난하게 지낸 것은 자신이 가진 능력과 주군인 유비에게 충심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관우의 선택이었기에 조조가 주는 수많은 선물들은 오히려 조조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임을 이번 기회에 꼭 관우의 충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은 조조는 알 길이 없다.

관우와 유비에게 갈아입을 수 있는 의복에 불과한 두 형수의 심리적 줄다리기는 삼국지에서는 딱히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신선했다.

유비의 형제라고는 하지만 핏줄도 뭣도 아닌 관우가 자신들을 버린다고 한들 유비의 아이가 없는 그녀들은 딱히 그에게 뭐라 할 처지가 아니지만 그녀들은 역시 빌붙기 처세술의 대가인 유비의 아내들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준다.

아마 두 번째 권에서는 관우와 제갈량의 심리전이 주를 이를 것이다.

일인자끼리의 싸움은 하나가 하나를 제압하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끝이 난다.

하지만 이인자들의 싸움은 한 번의 제압으로 끝나지도 않거니와 단순히 실력만으로 승부가 나는 것도 아니다.

1권에서는 삼국지를 읽으면서도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관우의 자만심이라고만 생각했던 심리적 원인과 유비와 관계에서의 관우의 심리와 조조와의 관계에서의 심리, 특히 관우가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자신과 타협하는 심리적 묘사를 잘 알 수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읽기 시작했던 삼국지이기에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고도 생각했지만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의 인물 시리즈는 시대의 차이를 넘어 인간관계와 그 안의 심리적 갈등의 보다 구체적인 원인과 해결 방안까지 알 수 있어 더욱 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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