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읽어주는 여자 - 공간 디자이너의 달콤쌉싸름한 세계 도시 탐험기
이다교 지음 / 대경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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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룬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부러움과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이 꿈을 이룬 사람을 향한 시기가 동시에 느껴진다.

부러움과 질투는 이렇게 마음속에 숨어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말대로 고생을 했지만 꿈을 이룬 성공한 여성이다.

직장 생활 중에 답답함을 느끼다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그녀가 만난 런던에서 템즈 강가의 버려진 화력 발전소를 재활용한 미술관이며 다양한 시민 편의 시설 등은 공간 업사이클링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버려진 건축물이나 공간을 그저 철거해야 할 폐기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것을 최대한으로 살려서 활용하는 방법은 건축적인 면에서나 환경적인 면에서도 좋은 방법인 거 같다.

언젠가 읽었던 기사에서 세계에서 최초로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한 나라가 네덜란드라고 하더니 저자를 당황하게 했다는 암스테르담 시내의 버젓이 자리 잡은 홍등가의 모습에서 다시 생각나게 했다.

고흐와 렘브란트, 베르메르의 나라, 그리고 튤립 투기로 인해 버블의 역사를 시작된 나라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 책을 보고 난 뒤에 '실로담'이 추가될 거 같았다.

현재는 많은 한국 출신 음악가들이 활동 무대가 되기도 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도 있지만 베를린은 어떤 근사한 건축물도 패전의 책임을 제대로 지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는 독일인들의 정신보다 더 아름답지는 않을 거 같았다.

여전히 전쟁의 책임을 회피한 채 자신들로 인해 삶을 망가진 많은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나 사과는커녕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조차하지 않은 일본인들의 파렴치한 그것과 비교가 되는 것은 한민족이기에 어쩔 수가 없는 거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시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곳은 인도의 찬디가르~ 가장 기본적인 교통 신호마저 무시당하는 무질서의 나라로 알려진 인도에서 철저하게 계획된 도시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고 그 도시를 만든 사람이 앞서 프랑스 편에서 자식이 이런 세상에서 고생할 것이 싫어서 자식조차 낳지 않았다는 건축가 뤼코르뷔지에라는 사실에 더욱 의아했다.

롱샹 성당과 사보아 주택의 건축가라는 사실은 이 책을 보기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무질서의 인도에 자리 잡은 질서의 도시는 그가 건축으로 꿈꿀 수 있었던 최고의 작품을 보여주는 거 같았다.

그전에는 인도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바라나시였지만 이 책을 보고 나니 찬디가르로 바뀌었다.

찬디가르의 또 다른 명소가 된 폐기물로 만든 도시공원 또한 인상적이었다.

찬디가르의 한낱 공무원이었던 넥찬드 사이니라는 조사원이 도시 계획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활용해 그저 취미로 만들었다는 이 공원은 감탄만이 나온다.

정크 아트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그는 그저 자신의 주변에서 구하기 쉬운 각종 폐기물로 이런 근사한 공원을 만들었다고 한다.

찬다가르는 뤼코르지에와 넥찬드 사이니라는 두 천재가 만들어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넥찬드 사이니가 제대로 건축이나 예술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했더라면 그는 어떤 작품들을 남겼을까 하는 조금은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그런 공부를 하지 않은 그이기에 그 당시 누구도 생각할 수 없었던 이런 근사한 공원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건축을 공부한 저자가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들을 다니면서 쓴 유람기 정도일 거라 생각했다.

건축에 대한 관심이 있기는 했지만 고대 유적이나 중세 시대의 건물에 주로 관심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도시들을 더욱 반짝이게 만들어주고 있는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그들이 만들어 낸 다양한 모습을 지닌 건축과 공간을 만날 수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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