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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제갈량에게 말하다 1 - 탁월한 전략으로 승리를 추구하다 ㅣ 현대 심리학으로 읽는 《삼국지》 인물 열전
천위안 지음, 정주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2월
평점 :
삼국지는 학창 시절부터 다양한 버전으로 읽었었다.
이문열의 삼국지도 읽었고, 집에 있던 아주 오래된 (글이 상하로 인쇄된) 삼국지도 읽었고, 그 외에도 소설가나 평론가가 낸 삼국지도 읽었으며, 만화로 출판된 삼국지도 다양한 출판사의 버젼으로 괘 골고루 읽었다.
제갈량 평전까지 읽었으니 삼국지 관련 인물이 등장하는 책은 눈에 띄는 대로 다 읽었던 거 같다.
그렇게 삼국지를 읽다 보니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도 익숙하고 유명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소소한 에피소드 또한 거의 기억이 난다.
그 많은 삼국지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 바로 조조와 제갈량이었다.
조조가 악인으로 그려지던 시절에도 답답한 유비보다는 솔직한 조조가 좋았고, 본인이 지닌 능력도 대단했지만 그 대단한 자신의 능력과 외모를 어필하는데 뛰어난 소질이 있었던 제갈량은 흠모했다.
햐얀 도포와 학익선을 든 신선의 모습을 한 꽃미남.
지금으로 치면 제갈량은 키도 크고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능력. 카리스마에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연출력까지 모두 갖춘 완소남 그 자체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알던 제갈량의 이미지가 제갈량이 철저하게 계산해서 만든 자신만의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제갈량'이라는 브랜드를 어떤 이미지로 홍보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고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이용해 그 브랜드를 확립시켰고 그렇게 유비의 신뢰를 얻어낸 셈이다.
옷차림도 또한 자신의 타고난 외모를 가장 극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으로 선택했으며 끊임없는 연출 능력을 통해서 가장 극적인 장면들을 내내 만들어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제갈량은 내게 있어 외모와 능력 모든 면에서 천운을 타고난 행운아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가 작은 일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사람이고. 그가 이뤄낸 크고 작은 모든 것들이 타고난 것이거나 운이 좋아서였다기보다는 끊임없는 그의 노력으로 이루어낸 것이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제갈량이라는 인물에게 반하게 된다.
제갈량만큼 타고난 외모나 능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그가 했던 노력의 반이라도 해낼 수 있다면 어지간한 일에서는 성공하지 않을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조 편도 재밌었지만 역시 제갈량의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왠지 모를 두근거림이 있는 거 같다.
하지만 분명 제갈량 편을 읽었고 제갈량의 팬이기도 하지만 이 제갈량 편을 읽으면서 유비에 대한 호기심과 호감도가 생겼다는 점이 문득 신기하게 생각되기도 한다.
조조나 제갈량이 주유만큼 금수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은 하늘로부터 뛰어난 지력을 선물받은 행운아들이다.
이에 비해 유비는 지금으로 치면 흙수저 신분으로 모든 것을 자신의 노력 하나만으로 이뤄낸 인물이라는 사실을 이 제갈량 편 속에 유비를 읽으면서 깨닫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했으며 조조나 제갈량처럼 뛰어난 능력도 타고나지 못한 그는 제갈량을 얻고 서천 땅을 손에 넣기 전까지 세상의 풍파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자신의 유일한 장점인 인망을 지키기 위해 남들이 보기에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상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써서 행동했다.
타고나길 따뜻한 사람으로 타고난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가 한 모든 행동들이 제갈량처럼 연출이었다면 그는 제갈량을 끝까지 속인 유일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 시리즈의 유비 편이 기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