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 - 8인의 시인, 8인의 화가 : 천진하게 들끓는 시절을 추억하며
김연덕 외 지음 / 미술문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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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딱히 예술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저 퀴즈 문제를 푸는 정도의 지식과 남들이 하는 미술이나 음악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준의 교양을 위해 그리고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그림에 대한 책을 읽었던 거 같다.

세계의 명화나 그 그림을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살았던 시대의 역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관련 책들을 읽는 것은 재미있었고 흥미진진했다.

특히 화가들과 그들이 남긴 명화라고 불리는 그림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은 재밌으면서도 뿌듯한 일이었다.

꼬맹이 조카들을 데리고 바티칸 미술관을 주제로 한 영화를 보러 가고 고흐전도 보러 갔으며 몇 해 전에는 에르미타주전과 뒤샹전도 보고 왔다.

이제 조카는 바티칸과 대영박물관, 일본의 한 회사에 있다는 고흐의 해바라기를 보러 간다며 들떠있다.

어린 시절부터 데리고 다닌 보람이 있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미술책과는 달리 시인들이 쓴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미술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이 미술 평론가나 전문가가 저자인 책들로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한 책 읽기였다.

타인의 감상을 읽는 것은 나중에 그 그림을 봤을 때 선입견이 생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읽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 또한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첫 장에 등장하는 파울 클레는 이름 정도는 알고 있지만 작품에 대해서는 딱히 알지 못했다.

책에 실린 그림을 보고서야 이 그림이었구나~ 하고 작품 몇 점이 기억이 났다.

저자는 그가 작품이 지닌 정신적인 힘을 강조한 화가라고 한다.

화가가 그림 모든 그림이 사실상 자화상이라는 저자의 글은 파울 클레뿐만 아니라 모든 화가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쓰시마 호쿠사이~ 호쿠사이라는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던 그의 이름을 이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일본의 화가 중 유일하게 알고 있으며 그의 작품 '가나가와 현의 높은 파도 아래' 라는 그림의 제대로 된 풀 네임과 그 그림이 '후지산 36경' 이라는 시리즈 중 하나라는 것도 저자를 통해 알았다.

서양의 그림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일본의 전통 그림인 '우키요에' 가 '덧없는 세상, 속세'를 뜻하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가 그린 다른 그림인 일본의 요괴 그림은 그가 그린 것은 몰랐지만 어디선가 본 듯한 생각이 들었다.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인 '춤' 은 너무나 유명한 그림이기에 이미 알고 있지만 그 그림의 크기가 이렇게 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가 알고 있던 춤이라는 그림이 한 점이 아니라 1이었고 2도 있었으며 이 그림이 에르미타주 미술관 소장이라는 사실에 몇 년 전에 갔던 에르미타주 특별전에서 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지인이 말한 '춤 자체가 싫어졌다기보다 춤으로 무엇을 하는 것이 싫어졌다' 는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음악가 중에서 가장 부러웠던 '멘델스존' 이 생각나는 화가 해몽 페네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만나는 화가였다.

하지만 작품들을 보니' 아~ 그림이었구나` 하는 뒤늦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저자가 페네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 이유로 나 역시 모네를 좋아한다.

고흐나 슈베르트처럼 가난으로 고생하지 않고 일찍 성공을 거둬 자신의 작품 세계를 마음껏 펼친 성공한 인생을 산 그들의 작품은 힘들지 않아서 그 이유만으로도 좋았다.

유복한 변호사 집안에서 태어나 재력 있는 부모의 지지와 재능에 멋진 외모, 사랑하는 아내와 자신의 음악을 함께 나눌 수 누이까지 짧은 삶을 살았지만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행복을 누린 멘델스존이 생각나는 페네는 미술계의 멘델스존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름이 여성적이라 당연히 여성화가일거라 생각했는데 이 사랑스러운 그림을 그린 화가가 할아버지였다는 사실 또한 신기했고 그의 작품들을 더 많이 보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끌었던 화가는 바로 최북이었다.

그의 이름이나 작품, 기행 등은 다른 책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읽는 그의 인생은 참으로 아쉬움으로 가득한 거 같다.

너무나 뛰어났던 재능에 인생이 송두리째 삼켜진 거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앞으로 그의 그림들을 보면 천재적인 재능으로 그려진 작품 너머 삶의 고통이 느껴질 거 같아 씁쓸했다.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같은 날씨에 술에 취해 길에서 얼어 죽었다는 그의 마지막 모습은 자신을 받아주지 않은 세상에 대한 '복수'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8명의 시인들이 들려주는 화가와 작품, 그리고 시에 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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