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한 그림들 - 아름다움은 인간을 구원하는가
조주관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의 많은 작품들을 생각해 보니 제대로 읽은 적이 한 권도 없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등등 제목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작품들은 항상 앞부분의 100페이지 정도만을 읽다가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주요 내용도 알고 있기에 몇몇 단편 작품들을 제외하면 대작이라는 작품들은 항상 언젠가~ 하면서 미루기만 했던 거 같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들은 대부분 어둡고 무거운 내용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종교적인 느낌이 많이 들어서 읽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서 작가에 대해서도 그 정도의 지식밖에는 없었다.

그의 소설들에 이렇게 많은 미술품이 등장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가 미술관을 방문할 때마다 기록해뒀다는 '작가 일기'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괘 오래전에 읽었던 괴테나 헷세, 안데르센의 여행기가 생각나기도 했다.

렘브란트의 그림들을 보면서 느꼈던 조금은 부담스럽던 '성스러움'의 의미를 도스토옙스키의 이야기에서 조금은 알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있어서 러시아의 '자작나무'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인상적이었다.

바토니의 '회개하는 막달라 마리아'는 화가도 그림도 처음 알았지만 지금까지 알고 있던 '막달아 마리아'를 그린 그림과는 달라 보였다.

이 책에서 다뤘던 그림들 중에는 너무 유명해서 이미 잘 알고 있는 그림들도 많았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 인물들과 관련지어 풀어주는 해설은 기존에 알고 있는 느낌과는 다른 느낌을 주어 신선했다.

홀바인의 '무덤 속 그리스도의 시신'을 보며 도스토옙스키와 그의 아내가 느낌 공포와 참혹함은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기억에 선명하게 남았다.

책 속의 이런 작은 사진만으로도 이렇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눈앞에 그들 부부가 느꼈을 감정들이 충분히 이해가 가는 거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잊고 있었던 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속의 인물들이 다시 생각났고, 어려운 작품의 작가로만 알고 있던 그가 나와 같은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아닌 인간 도스토옙스키가 사랑했던 그림들과 그 그림들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 유익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위대한 작가로만 생각했던 그가 조금은 친근하게 느껴졌고 멀게만 느껴졌던 그의 어려운 작품들도 그전보다 조금은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