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죽음들 -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가 과학수사에 남긴 흔적을 따라서
브루스 골드파브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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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에 대해서 아무것도 어린 시절 즐겨봤던 미드 'CSI'를 볼 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가 CSI 팀의 팀장이 현장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두고 뭔가를 실험하고 연구하는 장면이었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 섬세하게 만든 디오라마는 긴 시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다.

이 책에서 드라마 속에서 등장했던 것과 같은 디오라마를 최초로 만들어서 법의학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이 돈 많은 재벌 할머니라는 사실을 알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능한 사업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프렌시스 글레스너 리' 라는 이 할머니는 지금으로 말하면 재벌 3세이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유능한 사업가였고 여자인 그녀를 제외한 가족들 모두 하버드를 나온 최상위급의 엘리트 집안이다.

여성이라는 이유 때문에 하버드의 입학허가를 받지 못한 그녀는 자녀들을 다 출가시킨 후에 자신이 가진 재산과 재능, 그리고 끊기와 열정으로 하버드 대학과 시를 비롯한 다양한 단체들에게 돈쭐을 제대로 내준다.

재벌 3세가 어떻게 자신이 가진 재력과 다른 능력들을 써야 하는지 그 표본을 보여주는 거 같아 읽는 내내 부럽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했다.

최초의 여성 법의학자라는 수식어가 붙기에 당연히 의대에서 정규교육을 받고 의사가 되었다가 법의학자로 전향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른 이 경우도 당시를 생각하면 더 대단하지만 이 리여사는 법의학에 관한 공부를 거의 독학으로 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의 힘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부도 그녀를 통해서 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마인드와 열정을 가진 재벌 할머니가 한 명이라도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기도 했다.

법의학이라는 학문은커녕 '코로너' 라는 전근대적이고 비전문적인 집단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사인이나 사고 조사에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지만 그 형태는 가관 그 자체였다.

사망자의 사인에 '자살일 수도 있고 살인일 수도 있고' 라고 기재된 것도, 죽은 아기의 시신을 몇 번이나 돌려가면서 사건 횟수를 늘려 수당을 챙기는 등의 이야기들은 당시의 '코로너'들의 모습이 어떠했는지 잘 보여준다.

무능력하고 비전문적인 그들이 사법체제에까지 입김을 불어넣었으니 범죄자의 처벌 또한 제대로 이루어졌을 리 만무할 것이다.

단 한 명이 그것도 당시 사회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여성의 힘으로 당시의 사법체제와 법의학은 지금의 과학적인 모습을 서서히 갖추게 되었다는 사실은 정말이지 그녀가 미국 사회의 지도층이었고 어마어마한 재력으로 하버드 대학을 상대로 자신의 희망이 이뤄질 때까지 몇 번이나 요구했다는 것 또한 대단한 일이었다.

학생으로는 입학조차 할 수 없었던 하버드 대학에 그녀는 법의학과의 자문 위원으로 학교 내에 개인 사무실까지 두었다.

하버드 대학의 법의학과는 그녀의 지원만으로 시작되었고 그녀의 지원하에서만 성장한 셈이다.

그녀가 임명했던 법의학교수들이 일을 그만두고 그녀의 건강은 다시 나빠지게 되면서 그녀가 이루었던 많은 것들은 더 이상의 발전을 이루지 못했지만 미국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에 법의학 전용 도서관까지 만들어낸 그녀로 인해 법의학과는 물른 경찰, FBI의 과학수사까지도 발전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당연하게 이루어지는 과학수사와 법의학의 기초를 만들어 억울한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게 되었고 또 제대로 된 범인을 잡아내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이다.

단 한 사람의 열정과 노력으로 지금의 과학수사와 법의학, 검시관 제도까지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그녀의 존재를 알기 전까지는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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