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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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는 일본 추리소설이다.

일본 작가의 추리소설은 한동안은 미친 듯이 찾아서 읽곤 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시작으로 미야베 미유키, 드라마로도 유명한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혼다 데쓰야, 베스트셀러였던 돌이킬 수 없는 약속까지 눈에 띄는 대로 읽었는데 그 후로는 한동안 읽지 못했었다.

마침 추석 연휴 편하게 읽을 책을 찾던 차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제목도 미궁,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듣지만 이력을 보니 어마어마한 수상 경력의 소유자였다.

일가족의 살인, 아름다운 여성의 나체 시신의 주변을 덮은 종이학들, 그 집에 사는 가족들 외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밀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름다운 소녀까지 '히오키 사건' 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을 잡지 못했다.

주인공인 신견이라는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수완 좋고 능력도 있다.

그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누가 봐도 괜찮은 남성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진짜 자신이 아닌 세상의 어떤 일에도 큰 상관없다는 자세를 일관해왔다.

어린 시절 스스로 만든 친구이자 분신인 R은 서서히 잊혀져 갔다.

우연히 바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성 사나에~ 그녀는 그에게 중학교 동창이라고 말한다.

기억도 나지 않는 중학교 동창을 따라 그녀의 집에 갔고 그녀와 밤을 보낸다.

평소의 그라면 그녀를 따라 그녀의 집에 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녀의 집에서 밤을 보낸 다음날 출근을 위해 그녀의 집에 있던 그녀의 전동거인이었던 남자의 양복을 입고 출근했다.

그 양복의 주인이 행방불명이라는 사실을 그에게 접근한 탐정을 통해 알게 되고 그가 그녀의 집 화분에 묻혀있는지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거금의 사례금을 건네는 탐정의 요구에 거절했지만 돈을 받게 된다.

사나에의 집으로 가서 사나에에게 탐정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하고 그녀가 화분 속을 보여준다.

탐정에게 이 사실을 전하자 그는 사나에가 22년전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과 그녀가 자신을 고용해 신견의 뒷조사를 했다는 사실을 즉 사나에가 신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신의 호기심과 일상의 일탈을 겸해 탐정과 함께 히오키 사건에 대해 조사를 하게 되고 그 사건의 관계자들을 만나게 되면서 당시의 경찰이 알지 못했던 것들까지 알게 된다.

사나에는 신견에게 히오키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 밤의 이야기를 해주고 자신의 가족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들을 알려준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남매의 어머니 유리, 항상 아름다운 아내를 의심했던 아버지, 사춘기의 성적 욕망을 아름다운 여동생에 풀려 했던 장남, 오빠의 자신을 성적 욕망을 어느 순간부터 쥐고 흔든 장녀 사나에.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는 운종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게 되지만 아내의 아름다움은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의 감시를 갈수록 심해진다.

온 집안 감시 카메라를 달고 아내의 자전거를 부수고, 자신을 닮지 않은 남매까지도 자신의 아이들인지 의심하기에 이른다.

밖에서 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가족이지만 그들은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있었고 그 집안에서 사나에는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계획을 세운다.

당시 동네는 도둑으로 인해 시끄러웠고 유리는 뒷문에 달린 감시 카메라에 손을 대고 사나에는 뒷문을 열어둔다.

사건 당일 사나에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인지 도둑이 들었고, 그 도둑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이치의 희망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제압해서 묶어두었다.

다이치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의 옷을 벗긴 후 자신이 접은 색색의 종이학으로 덮어버린다.

사건 현장을 본 경찰들조차도 이미 죽은 시신인 유리의 아름다움에 감탄했을 정도이니 남매의 아버지의 불안감은 이해가 가지만 결과적으로 이 기괴한 사건을 탄생하게 만든 것이 그라는 사실이다.

남매가 겪었던 정서적 불안과 그 불안에서 기인한 기행들 그리고 우연히 닥친 도독까지 사람의 의도와 우연이 만들어 낸 '미궁'은 이렇게 완성되었다.

사나에가 오빠를 죽였는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지만 오빠가 죽지 않는 한 그녀의 평안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수면제 대신 독약이라는 것을 알고 주었으며 처음부터 오빠의 계획을 알고 나름의 시나리오를 짰는지 역시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런 집안에서 그 어린 소녀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일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오빠를 닮은 사람만을 만나는 것 또한 자신을 이성으로 사랑했지만 그녀에 의해 살해된 그녀 나름의 오빠에 대한 죄책감과 사랑이 아니었을까~

신견과 사나에가 혼인 신고를 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흉내 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신견은 사나에의 아버지가 느꼈던 질투를 자신 역시 사나에의 전동거인에게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적어도 신견은 그 비극적인 결말을 알기에 그녀의 아버지가 범했던 실수를 하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다.

소설은 사건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그저 사나에가 신견에 사건의 전말을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처음엔 무슨 그림인지 별로 신경도 쓰지 않았던 표지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보니 이해가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표지를 보니 그 기괴하고 끔찍한 모습이 상상이 되어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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