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인종, 계급 Philos Feminism 2
앤절라 Y. 데이비스 지음, 황성원 옮김, 정희진 해제 / arte(아르테)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학창 시절 교양과목으로 여성학을 들은 적이 있다.

한 학기. 그게 전부였다.

특별히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어서 그저 호기심에서 한 학기를 듣고 그걸로 그만두었다.

이 책에서 읽게 된 여성, 인종, 계급에 대한 이야기는 어쩌면 여전히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가장 최약층인 유색인종의 여성 특히 여성 여셩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나마 가장 기억에 남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라는 영화에서 보이는 흑인 여성 노예는 주인이자 주인공인 스칼렛에게 할 말 다 하는 당당한 모습이었지만 이 책 속에 어디에도 흑인 여성 노예에게 그런 모습은 없었다.

성폭행으로 인해 주인인 백인 남성의 성 노리개로 취급당하고 그것도 부족해서 가임 기간 내내 새로운 노동력을 생산할 수 있는 흑인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가치가 높았다고 하는 부분에서 더욱 울컥했다.

단지 흑인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들이 살았을 인생을 생각해 보니 조신시대의 양반가의 여성 노비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저자인 안젤라 데이비스는 1980년대에 공산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까지 했던 유명한 인권 운동가라는데 지금까지 그녀의 이름조차 알지 못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지만 이것이 '꿈을 이루는 자유의 국가' 미국의 본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 인종, 계급 이 세 단어야말로 지금의 미국 사회가 지닌 문제점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구나 하는 것과 이 세 단어로 만들어진 권력층들이 지금까지 여전히 자신들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더 잘 알게 된 거 같다.

특별히 미국 내 흑인 여성의 인권이나 그녀들의 현재의 사회적 위치 등에 관심도 없었고 생각을 해본 적도 없었지만 노예해방이 되었고, (물른 이 노예해방도 흑인의 인권이나 권리를 위해서가 아닌 당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지만) 그나마도 이 해방이라는 단어에 흑인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유색인종에 대한 약탈로 이루어진 최초의 국가가 지금은 세계의 자유를 수호한다는 구실로 이 나라 저 나라 간섭하고 있다는 사실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닌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 내 흑인 여성에 당해왔던 부당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강간 사건 특히 백인 여성의 강간 사건의 범인으로 흑인 남성들이 억울하게 지목되고 처벌받았다는 것은 이미 다른 곳에서 많이 접했지만 다시 읽어도 화가 난다.

백인들이 특히 백인 남성들이 그들이 지닌 권력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백인의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백인 여성들에게는 출산을 권유하고, 흑인 여성들에게 강제로 불임시술까지 했다는 부분에서 그들이 제2차 대전중에 나치가 유대인에 행한 만행에 대해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른 백인들 중에서도 흑인들을 위해 그들과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는 감동적이었지만 흑인 여성들 간에 일어난 분열이 더욱 뇌리에 남았다.

페미니즘도 개인에 따라 다르다는 부분에 특히 공감이 갔다.

같은 흑인 여성이라도 사회적 위치나 생각하는 것이 다를테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인종, 계급, 성에 관계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동지이자 친구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흑인 여성의 미국 사회 내에서의 투쟁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들이 이뤄질 날이 올지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여전히 백인 남성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흑인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성, 인종, 계급의 틀안에서 하나하나를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서 얻어야만 하는 투쟁의 인생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보지 못할 거 같지만 그녀의 후배들은 조금 더 나은 세상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는 인생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는 미국 내 흑인 여성의 이야기를 주로 다뤘지만, 여전히 세계의 곳곳에는 일어나는 피부색과 성, 그리고 돈이나 사회적 위치로 나눠진 계급으로 핍박받는 사람들의 고통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서명이나 주제만큼이나 읽는 것이 만만치 않았지만 미국의 역사와 여성인권의 역사 등에 기본적인 지식이 있다면 조금은 수월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고 주류라는 이름의 승자의 역사 뒤에 숨겨진 채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의 또 다른 역사의 모습을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