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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 임진왜란에 관한 뼈아픈 반성의 기록 ㅣ 클래식 아고라 1
류성룡 지음, 장준호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평점 :
영화 '한산' 이 누적관객 수 500만이 넘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개봉해서 천만을 넘긴 '명량'에 이어 이순신 시리즈의 두 번째 영화라고 한다.
전투 순서대로라면 이 한산이 명량보다 먼저 일어난 전투 이순신의 3대 해전 중 첫 번째인 셈이다.
이순신 장군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과 함께 가장 사랑하고 존경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순신을 지금의 자리에 있게 한 사람들 중에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을 따진다면 바로 징비록의 저자 유성룡이다.
장수로서의 능력은 있었지만 인품이 너무나 강직하여 승진을 하지 못한데다 부모님의 상으로 전장에 늦게 갔다는 여지를 평소 그를 시기하는 이들에게 줌으로 감옥에 갇히게 되기까지 한다.
하지만 믿었던 신립 장군의 패배와 이 책의 저자 유성룡의 글을 보면 패배가 자명했던 원균의 패배로 인해 조선의 수군은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었다.
임진왜란 하면 기억나는 인물은 그 시작도 끝도 당연히 이순신 장군이다.
하지만 징비록을 보면서 이순신 장군 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왜에 맞서 싸우다 전사했고 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힘없이 희생당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병법은커녕 자신이 있는 위치의 유리함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장군이랍시고 설쳐대다가 정작 왜적이 쳐들어오면 많은 백성들과 군사들을 버려두고 자기 목숨만을 구하기 위해 도망치기 급급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순신, 곽재우 등 뛰어난 능력과 인품까지 겸비한 몇몇 사람을 제외한다면 원균 같은 능력도 없으면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인지조차 못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 멍청하고 어리석은 인물들을 욕을 했지만 과연 지금의 나라고 그들보다 나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그들이 당한 불운이 한층 더 가엾게 느껴지기도 했다.
물른 원균처럼 전장에 첩을 데려다 놓는 멍청한 짓까지는 하지 않겠지만 백 년간 전쟁이고는 당쟁 외엔 해본 적도 없는 그들에게는 이 결과는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쨌든 그 당시 조선 땅에 이순신이 있고, 그를 알아본 유성룡이 있고, 이순신을 믿고 그의 곁에서 그의 힘이 되어준 병사들과 백성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행운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뒷장에 이순신에 대한 백성들의 평가를 보면 왜 선조가 그를 두려워했는지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선조가 다른 왕들처럼 정상적으로 왕위를 이은 왕이었다면 그는 이순신을 질투하고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징비록은 꼭 한 번은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징비록'이라는 책에 대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서명의 의미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저자와 책의 서명만을 외웠었다.
임진왜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낯선 인물들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읽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징비록을 통해 임진왜란이라는 전쟁과 그 전쟁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은 제대로 알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